Guanah觀我Story
7고수회 회원 일상(日常) 회상(回想)(2014. 08. 23.) 본문
출처 : 7고수회 | BAND
20140823토
모기의 주둥이도 비뚤어진다는 '처서'절기입니다.
가을장마 사이로 반짝 햇살을 내리쬐는 무더위가 연이틀 계속되어 무척 다행(?)입니다.
농경사회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옛 어른들의 괜한 걱정처럼 처서에 비가 오면 흉년이라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앞서니 말입니다.
나락도 익어야 하고 과일도 충분한 일조량이 확보되어야 제맛이 난다는 평범한 생각을 자꾸 머릿속에 떠올리니 오랜 도시생활에도 촌놈의 마인드는 여전합니다.
우리네 나이는 처서를 지나 백로(머리카락이 어느새 반백)로 접어든 게 아닐까요.
처서절기만큼이나 세월의 나이의 중압감을 읊은 시 한 편을 소개하며....
처서(處暑)라는 말의 내부/ 천서봉(1971~)
골 진 알밤, 무딘 칼날 세워 보늬 긁는다.
겨의 주름 깊이 길이 나 있다.
더위가 물러가는 길, 길을 따라 또 길이 돌아오는 길.
죽은 할미도 달의 오래된 우물도
모두 내 안구 속으로 돌아와 박힌다.
깊어가는 수심의 습지에서
남보다 더 오래 우는 개구리의 턱이 깊다.
지나간 애인들의 뒤통수가
전봇대마다 건들건들 매달려 있다.
울음소리를 참아온 나무들이
투명한 손바닥을 여름의 뒷등에 비빈다.
앵앵거리는 추억은 다만 비틀어져갈 뿐,
하나도 안 아프다.
그런 모기의 주둥이처럼 저녁이 오고,
한두 겹의 내력을 더 견디며 나는,
고요의 중심으로 천천히 내려가리라.
더위가 물러가는 길,
파르라니 깎은 몇 개의 알밤을 바가지에 담그면
달의 손바닥들이 내 오래된 뇌(腦)를 쓰다듬는다.
서늘한 나의 카르마.
# '보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텁텁한 밤 알토리의 강한 인상을 가진 자만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풋밤의 풋풋함에 물이 살짝 든 그 맛....
## 부채보다 휴대폰을 손에 쥔 현대판 신사들...
오늘은 부채라도 꺼내 더위를 식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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