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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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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

Guanah·Hugo 2025. 2. 8. 00:46

출처 :  커피통 2019' 호반인문학 | BAND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을 일러

누구는 우화집이라 하고
누구는 시집이라고 하고
누구는 시화집이라 하고

무엇으로 불려도 상관 없을 테지요.
당신의 울적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눈사람 자살 사건 / 최승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 『눈사람 자살 사건』(달아실, 2019)
 


둘러보면
눈사람 같은 사람들이 도처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눈사람 같은 사람들이 도처에서 울고 있습니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가 될 수 없는 사람들....

그저 따뜻한 물에 몸을 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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