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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이야기

Guanah·Hugo 2023. 7. 20. 07:11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장마가 오는 시기를 귀신같이 알아맞추는 나무가 있다.

그 나무에 꽃이 피면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기 때분이다.

바로 '자귀나무'이다.

 

부챗살 같기도 하고 공작의 깃털을 닮기도 한 연분홍 파스텔톤의 꽃이 매우 인상적인 키가 큰 교목이다.

특히 해 질 녘 하늘을 배경으로 만개한 자귀나무 꽃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 분위기는 압권이다.

 

나무들 중에서 유독 뒤늦게 새순이 돋는 게으른 녀석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추나무, 자귀나무, 그리고 배롱나무를 들 수가 있다.

추위를 유독 무서워해 반드시 늦서리(만상, 晩霜)가 지나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새싹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어쨌든 기상청이 없던 옛날에는 자귀나무에 새순이 돋으면 늦서리 걱정 없이 곡식과 채소 파종을 하고,

대추나무에 꽃이 피면 서둘러 모내기를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 좀 어색하기도 하면서 왠지 묘한 분위기로 들리기도 한다.

"자귀"는 목공일을 할 때 사용하는 연장의 이름이다.

지방에 따라 "짜구, 까뀌" 등으로 불렸던 꽤 보편적인 연장이었다.

재질이 단단해 그 자귀의 손잡이를 만들던 나무라하여 붙은 이름이다.

멋진 꽃의 아름다움에 눈돌릴 여유가 없었던 서민들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까시나무와 회화나무 등과 함께 콩과 집안의 목본식물인 자귀나무는 특이하게도 마주나기 한 잎들이 밤이 되면 서로 달라붙는다.

가뭄에 대비해 수분증발을 줄이기 위함이다.

집안이 같은 미모사도 그렇고 괭이밥도 그러하다.

 

이를 두고 금실 좋은 부부와 같다고 하여 "합환수(合歡樹)"라 부르며 옛날에는 신혼부부의 방 앞에 심었다는데 별로 설득력은 없다.

왜?

신혼 때는 어차피 그런 거 필요가 없으므로....^^

 

어쨌든 꽃 귀한 시기에 피어 약 한 달 이상 눈을 즐겁게 해 주고 그윽한 향기까지 풍기는 기특한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개인정원에는 한 그루, 아파트 단지나 공원 등에서는 세 그루 정도를 모아심기 하면 더 멋지다.

 

자귀나무가 속한 콩과 집안은 난초과 - 국화과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일가를 이루고 있다.

730여 속에 2만 여종에 이를 정도로 슬하에 식구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다 보니 목본 - 초본, 풀 - 소관목 - 관목 - 교목에 걸쳐 자라는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그중에는 식량을 생산하는 곡류들도 많아 벼과 다음으로 중요한 식물이다.

 

통상적으로 식물들이 집안이 같으면 가장 많이 닮은 부분이 생식기관 즉, 꽃과 씨앗이다.

그런데 콩과식물은 집안이 큰 탓인지 꽃모양 / 꽃차례도 많이 달라 3가지로 구분된다.

 

- 토끼풀처럼 한 송이씩 뭉쳐서 피는 두상화서

- 아까시나무처럼 여러 개의 꽃송이가 차례로 피는 총상화서

- 자귀나무처럼 긴 꽃술들이 우산살 모양으로 피는 산형화서의 형태를 보인다.

 

아울러 씨앗(열매)의 경우는 콩깍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대별된다.

 

거의 대부분 콩과식물이 갖고 있는 특성은 잘 알려진 대로 뿌리혹을 만들어 박테리아와 공생을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질소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이는 흡사 습지식물들이 곰팡이와 공생을 통해 물속에서도 뿌리가 썩지 않고 자랄 수 있고,

나아가 수질까지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닮아 있다.

 

아무튼 복잡한 콩과식물을 생육형태와 꽃모양을 기준으로 나름대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 목본 : 아까시나무, 자귀나무, 회화나무, 미모사, 싸리나무, 큰낭아초... 등

- 초본 : 토끼풀, 자운영, 갈퀴나물, 개자리, 차풀, 자귀풀, 비수리(야관문), 고삼... 등

- 곡류 : 콩, 팥, 녹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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