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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때 - 꽃이 질 때 본문

관아觀我Guanah Story

꽃이 필 때 - 꽃이 질 때

Guanah·Hugo 2025. 3. 23. 23:00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부끄럽지도 않으랴


빼꼼히 뉘 담장 사이 너머에

님아 있을 사랑을

훔쳐보는 이의 살가운 마음을

기다린다는 마음이


오히려 내가

네 모습을

몰래 바라보아야 하는

마음이었던 것을


어찌 이리도 너는

탐탁함을 외면하고

홀연히 안갯속으로 사라지다


다음 날

봇물 터트리듯 피어나야만 하는

사랑의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났어야만 해야 했는지를

나는 기억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가야만 하였으랴


오늘도 나는

너에게로 다가서는

지나는 이의 나그네의 길손이

되어가도 좋으리


작금의 나는


꽃이 필 때와

꽃이 질 때의 차이


나는 네 모습이

변하지 않는 한

한결같이 해가 거듭돼도


이곳을 지날 때 못 이기는 척

지나는 이의 위로 속에

반기는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또한

미덥게 살아가는

못다 핀 청춘의 꽃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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