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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잊으리 - 만년을 살리 본문

관아觀我Guanah Story

천년을 잊으리 - 만년을 살리

Guanah·Hugo 2025. 3. 11. 11:36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구중궁궐에 노니는 물고기도

궁에 있다 하여

권세를 누리는데


하물며 첩첩산중 인기척 없는

외딴 두메산골에

아무도 찾지 않는

풍점 고갯마루를 쉼 없이

넘고 넘어 잠시 먼산을

바라보노라면


이곳이

옛 고을의 지난 마음이던 것을

저 멀리

천년에 불어오는 바람에 이끌러

한 점 옷깃을 여미는 소리에

문득 스치듯 선잠에서 깨어나보니


까마귀 한 마리 외로이

천년살이 느티나무에 기대어

적막을 깨우듯 뇌리를 스치고

뉘엿뉘엿 넘나드는

석양 사이를 바라보며

구슬피 들려 울어마지 않는구나

 

천년을 지탱해 온 주춧돌에 올라서서

어느새 찬란했던

옛 수도승의 수행의 발길이

이곳에 머물렀어야 만

했던 마음을 짐작케 하니


세속을 떠나라고 하네

속세에 찌든 때를 씻겨보라 하네


이곳에 도착하여

산신께 빌어마지 못했던 소원도

어머니 정화수 떠다 놓은 마음의

한 수만큼이야 되지 않을 것이네만


모두가 떠나간 이 자리에

혹여나 혹시나 행여나 하는 마음은

옛 천년의 지나온 발자취에

뒤안길 쳐 또다시 걸어가 보니


제너머 십리 발길에 놓인

법천사지에서 넘나드는

이가 있어

오고 가고 넘나들던

고갯마루 쉼터에서

물어 물어 여쭙니다


보살이시여

이 고개를 넘어서면

천년을 잊힌 듯이 만년을 살아온

거돈사지 느티나무에 가부좌를 트신

원공국사를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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