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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월요시 편지_943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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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월요시 편지_943호

Guanah·Hugo 2024. 7. 2. 17:13

출처 :  커피통 2019' 호반인문학 | BAND

 

해반천 블루스


김결



그냥 걷기로 해요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열고
밝아오는 아침 소리 듣기로 해요

시냇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구름 흐르는 사연 들어 보아요
계절의 발자국에 맞장구치며
오목조목 산책해요

쫓지 않아도 가는 시간이며
밀어내지 않아도 만나는 세월 속에
더디게 간다고 야단할 사람 없으니
천천히 그렇게 산책해요

개망초 웃음소리와 강아지풀 재잘거림에
코스모스 키가 부쩍 자라나면
벼 이삭 여물듯 그리움도 여물어질까요

서녘이 들려주는 노을 소리 같이 들어요
은하수 건너 달려오는
당신을 위해 비워 둔 자리는
아직도 푸릅니다
그냥 걷기로 해요 우리,

-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달아실, 2024)

 




***
길디길었던 유월이 끝나고, 이제 칠월입니다.

유월 마지막 닷새는 서울 강남 한복판 코엑스에서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치루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일일이 호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달아실식구들, 춘천문화재단 식구들, 불개미 식구들, 달아실의 작가들과 독자들 기타 등등-의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큰 도움 덕분에 기대 이상의 행사가 되었습니다.
빚을 지었으니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그나저나 행사를 치루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오늘은, 이번주는, 그냥 좀 산책 같은 하루, 그냥저냥 산책 같은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띄웁니다.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에서 마침 눈에 띄는 시가 있네요.
 

 




- 해반천 블루스

해반천은 아마도 김해시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인 모양인데
저는 자꾸만
해방촌으로 읽습니다.

해반천이든 해방천이든 무에 상관 있겠습니까.

그냥 걷기로,천천히 그렇게 산책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
이번 한 주
그렇게 나를 모든 것으로부터 잠시 해방시켜보기로....
그렇게 다짐해보는 아침입니다.

오늘의 노래는 이장희의 <이젠 잊기로 해요>가 좋겠습니다.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 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그대 생일 그대에게 선물했던 모든 의미를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술 취한 밤 그대에게 고백했던 모든 일들을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눈 오던 달 같이 걷던 영화처럼 그 좋았던 걸 잊어요

 



2024. 7. 1.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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