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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이야기

Guanah·Hugo 2024. 6. 9. 10:01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손전등이 없던 옛날에는 어두운 밤길을 나설 때 천이나 한지를 씌운 바구니 안에 촛불을 꽂은 "초롱"이 그 역할을 했다.

그 초롱을 빼 닮은 꽃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 '초롱꽃'이다.

 

< (시계방향) 섬초롱, 자주초롱꽃, 초롱꽃 >

 

실제로 초롱꽃 꽃잎의 질감은 한지나 비단 같아서 작명 센스가 짱이라 평가할 만 하다.

 

< 흰금강초롱, 금강초롱, 청강초롱 >

 

 

내 집을 찾아오는 손님을 환영하는 뜻일까?

아니면 미망의 마음에 불을 밝히고 싶은 바램에서 일까?

예나 지금이나 너구나 화단에 즐겨 심는 꽃이 되었다.

 

< 그레이스캄파눌라(캄파눌라_미디움) 겹꽃 / 홑꽃 >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중순이면 섬초롱이 한발 먼저 피고,

이어서 흰색과 자주색의 초롱꽃이 피고,

그리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산비탈 응달에서 금강초롱이 핀다.

 

< 섬초롱꽃 >

 

촛불을 밝히는 초롱으로 보았던 우리의 시각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종(bell)으로 보았다.

꽃이름도 Bellflower이고,

학명 캄파눌라(Campanula)도 "작은 종"이라는 뜻이다.

 

< 바위초롱꽃, 덤블초롱꽃, 장미캄파눌라 >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초롱꽃들은 3가지로 대별되지만,

꽃의 모양과 색깔을 개량한 다수의 원예종들이 있다.

아울러 꽃모양은 초롱꽃과 흡사하지만 팔촌뻘인 도라지와 모시대 그리고 잔대 종류들도 여럿 있다.

 

< 초롱꽃 vs 자주 초롱꽃 >

 

< 도엽캄파눌라, 밀키캄파눌라 >

 

< 자생종 >

초롱꽃 (Campanula punctata)

자주초롱꽃 (Campanula punctata rubriflora)

섬초롱 (Campanula takesimana Nakai)

금강초롱 (Hanabusaya asiatica alba)

 

< 금강초롱 vs 흰금강초롱 >

 

< 원예종 >

그레이스캄파눌라 (Campanula medium)

장미캄파눌라 (Campanula haylodgensis)

도엽캄파눌라 (Campanula persifolia)

밀키캄파눌라 (Campanula lactiflora)

덤불초롱꽃 (Campanula carpatica)

바위초롱꽃 (Campanula garganica)

자주꽃방망이, 흰자주꽃방망이 (Campanula glomerata)

 

< 시계 방향, 도라지, 모시대, 도라지모시대, 잔대, 당잔대, 층층잔대 >

 

< 팔촌뻘의 친척들 >

도라지 (Platycocdon, Bellflower)

도라지모시대, 모시대 ( Adenophora)

잔대, 당잔대, 섬잔대, 층층잔대 (Adenophora)

숫잔대, 홍화숫잔대, 누운숫잔대 (Lobelia)

 

< 시계 방향, 그레이스캄파눌라, 장미캄파눌라, 도엽캄파눌라, 덤불초롱똧, 바위초롱꽃, 자주방앙이 >

 

< 이름만 도라지 >

솔잎도라지 (Nierembergia)

 

< 자주꽃방망이, 흰자주꽃방망이 >

 

이 중에서 한국 특산의 금강초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수탈을 위해 조선의 식물자원 조사를 담당했던 일본인 학자의 비열한 행적 때문이다.

 

< 초롱, 도라지 >

 

금강산에서 발견되었다 하여 우리는 금강초롱이라 부르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등록된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이다.

당시 일본의 총독 이름과 자신의 이름, 게다가 Korea가 아닌 asia로 표기해 뭉개버렸다.

속명에 특정인의 이름을 넣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타가 공인하는 식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 아니면 사례가 없다.

 

< 잔대, 당잔대, 층층잔대, 누운숫잔대, 홍화숫잔대, 숫잔대 >

 

금강초롱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할까?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 나라톤에서 우승한 청년 손기정의 심정도 그러했을 것이다.

속 터지는 일은 금강초롱에 그치지 않는다.

울릉도 특산인 섬초롱, 섬기린초, 섬장대, 섬단풍 등에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울릉도가 아닌 일본식 독도 이름 "다케시마(takesima)"를 붙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외에도 우리 땅에 자생하는 4천 여종의 식물 학명 중에 나까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 500가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 솔잎도라지 흰색 / 보라색 >

 

힘없고 무지해 외세에 수탈당한 나라가 겪어야 하는 부끄러움이며 아픔이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광복 80년,

우리에게는 무심(無心)의 시간이며 잃어버린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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