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시와 산문 그리고 사진으로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에 ‘사람이라는, 삶이라는, 오지 여행을 위한 안내서’
라고 할 수 있는 여섯 번째 시집 『우수아이아』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민석 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너에게로 가는 만 리”라는 제목으로 이번 시집을 이렇게 평한다.
“이 시집을 일종의 서사로 본다면, 이 시집의 출발은 ‘나’이고 종결은 ‘너’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나로 시작하여 너에게로 가서 끝나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국면들이 이 시집의 내용을 이룬다.”
사랑을 기억하는 시간 사랑을 분출하는 공간 사랑은 시공을 초월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명의 노래고 춤이다 물 불 흙 공기이며 입자며 전자다 원자와 분자가 교직한 세포며 유기체다 사랑이 몸이고 몸이 곧 사랑인 까닭이다 모든 흠결을 지우고 시간과 거리를 무화시키고 차이를 아우르고 회춘하는 계절을 보라 사랑이 몸인 것은 생명인 까닭이다 사랑은 몸의 교환이고 나눔이다 몸으로 와 몸속에서 내면화되는 그것 너와 내가 나누어진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가능했던 문제들 몸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 「몸이 기억하는 사랑」 전문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넘나들려면,
‘모든 흠결을 지우고 시간과 거리를 무화’시키려면,
즉 ‘나’가 ‘너’에게 가려면,
그것을 방해하는 신분적, 계급적, 성적, 법적 조건들을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에서 ‘사랑’으로 명명된, ‘너에게 가는 길’은 무조건적 환대를 통해서만 성취가 가능해진다.
‘몸으로 와 (서로의) 몸속에서 내면화되는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나-너’의 구현이 아닌가. 그리고 그 길이 ‘몸’이라니.
김인자 시인의 ‘나-너’는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현세에서의 구체적 실현을 꿈꾼다.
이 시집엔 그렇게 ‘나’에게로 건너가는 ‘나’의 수많은 여정이 나온다.
그 여정마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과의 갈등이 그려지고 그것에 가까이 갈 때의 환희가 넘실댄다.
이 시집은 그런 오디세이아의 기록이다.”
한편, 이번 시집의 편집자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슬픔으로 삶이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삶에 지쳤을 때 필요한 건 공감과 위로다.
시인 김인자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여 내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이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식당이고 우리는 슬픔으로 지은 그 밥 먹으러 세상에 온 가엾은 짐승들’이라는 문장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인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길을 잃었을 때 필요한 건 이정표다.
김인자 시인은 ‘금세 지는 꽃을 쫓느라 생의 대부분을 탕진했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지구 곳곳을 걷고 또 걸어서,
‘히말라야는 걸어서 가야 할 최초의 땅이고 최후의 하늘’이란 것을 읽어주는 사람이고,
‘아름답기에 슬플 수밖에 없는 이름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그가 읽어주고 그가 들려주는 처처곳곳마다 삶의 이정표가 환하게 서 있다. 괜찮다 괜찮다 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그의 시집을 읽으며,
이번 한 생은 그저 지나가도 좋겠다 싶었다.”
독자가 시집을 찾아 읽는 이유는 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다만 당신이라는, 당신 안의 오지를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그 여행 끝에서 괜찬다 괜찬다 한마디 위로를 듣고 싶다면,
김인자의 시집 『우수아이아』를 꼭 찾아 일독하기를 권한다.
■ 작가 소개
시인 김인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현대시학』 「시를 찾아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그 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와 산문, 여행기를 발표해왔다.
시인·여행가·에세이스트·문장가·포토그래퍼·숲산책자는,
소수의 독자들이 내 새끼손가락에 끼워준 풀꽃반지 같은 선물이다.
현재 강원도 대관령에서 반 자연인으로 살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겨울 판화』,
『나는 열고 싶다』,
『상어 떼와 놀던 어린 시절』,
『슬픈 농담』,
『당신이라는 갸륵』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여행서, 산문집, e북, 오디오북 등이 있다. isiba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