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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리 시대(글 : 제이 베넷, 사진 : 크리스토퍼 페인)

Guanah·Hugo 2024. 2. 12. 07:25

출처 :  [새로운 유리 시대]-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일본 지바 고가쿠 유리 공장의 작업자들이 점토 항아리를 깨뜨려서 700kg 무게의 고순도 유리 덩어리 E6를 꺼내고 있다.

약 100년 전부터 이어져온 공법으로 제작된 이 유리는 최종적으로 미국 투손에 있는 애리조나대학교의 과학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3월의 어느 쾌청한 오후, 아키바 가즈히코와 동료 한 사람이 갓 제작한 제품을 세상에 선보일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일본 지바 고가쿠 유리 공장의 앞마당에 서 있었다.

지게차 한 대가 욕조만큼 커다란 점토 항아리를 운반해 와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하늘색 작업복 차림의 두 남성은 보안경과 장갑을 착용했다.

그들은 각자 대형 망치를 집어 들고는 항아리의 바깥 면을 내리쳤다.

망치가 쩍 소리를 내면서 항아리를 깨뜨리자 묵직한 파편이 떨어져 나가면서 안쪽의 값진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낮의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그 단단한 물체는 마치 북극의 얼음처럼 창백한 푸른빛을 발했다.

공장 책임자인 아키바는 감탄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름답군.” 그는 말했다.

E6라고 알려진 그 물체는 이 회사의 최신품으로 세계에서 순도가 가장 높은 광학 유리에 속했다.

 

미국 뉴욕주 북부에 소재한 코닝의 ‘테스트 키친’에서 기술자들이 용융 유리를 붓고 있다.

코닝은 이곳에서 유리의 강도와 색상, 광학 투명도 같은 특성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제조법을 시험해보고 있다.

 

도쿄 동쪽에 자리한 지바 고가쿠는 50년 넘게 수작업으로 만든 점토 항아리를 이용해 유리를 생산해 왔다.

이 기술의 시초는 스위스 출신의 렌즈 제작자 피에르-루이 기낭이 요업용 교반기를 이용해 용융 유리를 혼합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던 18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공정을 기반으로 기포와 불순물이 제거돼 광학용으로 적합한 유리 제품이 탄생했다.

1965년에 일본 기업 ‘오하라 글라스’가 자사의 혼화제를 사용해 이 공정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E6, 즉 저팽창 유리는 현재 지바 고가쿠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종잇장처럼 얇은 판으로 코닝에서 만든 접이형 유리의 유연성을 시연하고 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접이식 화면과 차량용 곡선 디스플레이 장치의 기초가 된다.

 

중합체를 배합해 제작한 골무 크기의 유리 조각이 튀어 오르는 모습을 고속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서 개발한 ‘탄력 있는 생체 유리’는 연골 재생에 이용할 목적으로 현재 시험이 진행 중이다.

 

유리 실린더를 편광 렌즈로 들여다본 모습이다. 이 실린더를 용융해 낚싯줄 굵기의 광섬유를 만들 예정이다.

곧은 색선은 광섬유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할 때 광펄스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결함이 유리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피코초(1조 분의 1초) 간격으로 펄스를 발생시키는 레이저가 사진 속의 정교한 나선형 유리를 절단하는 데 사용됐다.

첨단 도구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유리를 조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리는 화학적 구조 때문에 거의 모든 형태로 주조가 가능하다.

 

코닝 소속 직원이 거대한 원통형 석영 유리에서 잘라낼 부분을 표시하고 있다.

이 소재는 순도와 강도가 높기 때문에 첨단 렌즈와 빔 스플리터, 각종 광학 기기, 우주선과 잠수함에 사용되는 유리창의 재료로 이상적이다.

 

비산 방지 유리로 제작된 병에 열을 가하고 있다. 백신이 담기게 될 이 유리병은 약물 내 화학 물질의 영향을 방지할 목적으로 특수 제작됐다.

코로나19 백신의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안정성이 높은 유리병을 제조하는 것이 전 세계 유리 제조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한 작업자가 점토 항아리에서 꺼낸 E6 유리의 표면에 텅스텐 망치로 흠집을 낸 후 토치로 균열부에 열을 가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틈이 일정하게 벌어지면서 조각이 쪼개질 수 있다.

이후 유리를 작은 블록으로 잘라 편광 렌즈를 이용해 각각의 유리 블록에 결함이 있는지 검사한다.

이 검사를 통과한 블록은 애리조나대학교 부설 연구실인 리처드 F. 캐리스 미러랩에 보내져 다시 용융 및 주조 과정을 거친 후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반사경으로 제작될 것이다.

 

편광 렌즈를 이용해 유리 블록에 결함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이 검사를 통과한 블록은 애리조나대학교 부설 연구실인 리처드 F. 캐리스 미러랩에 보내져 다시 용융 및 주조 과정을 거친 후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반사경으로 제작될 것이다.

 

애리조나대학교의 작업자들이 수작업으로 18t에 달하는 E6 유리를 회전로에 투입하고 있다.

이 회전로에서 거대 마젤란 망원경에 장착할 마지막 반사경이 주조될 것이다.

유리를 벌집 형태의 주형에서 녹이면 직경 8.4m의 반사경이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구조를 형성한다.

주형이 완료되면 반사경을 3개월간 서서히 냉각시킨 후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간의 연삭 및 연마 공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자들이 거대 쌍안 망원경에 장착된 E6 유리 반사경을 닦고 있다.

이 망원경은 애리조나주 그레이엄산에 설치됐다. 우주를 가로질러 도달하는 광선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반사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년 간격으로 반사경에 알루미늄 코팅을 새로 입혀야 한다.

 

거대 쌍안 망원경에 설치된 직경 8.4m의 쌍둥이 반사경은 망원경에 설치된 단일 반사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두 반사경은 병렬로 작동해 태양계 내 천체부터 머나먼 은하와 블랙홀에 이르는 우주의 모든 것을 관측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 중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에도 이와 유사한 반사경이 일곱 개 장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이 다른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들에서 생명체의 징후를 찾기에 충분한 정도의 선명도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다]

사학자들 사이에서 인류가 유리를 제작한 정확한 기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적어도 4500여 년 전에 기본적인 원료를 녹여 유리를 만들었다 것은 분명하다.

그 이후로 각 문화권은 새로운 유형을 개발하고 제조법을 개선했으며 혁신적인 용도를 발견해 유리를 일상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정착시켰다.

 

[역사적 증거]

고고학적 증거로 미뤄 유리는 약 3500년 전에 중동과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도기를 대체하는 소재로 조직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리는 불투명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작은 구슬과 그 외 장신구로 쓰이던 고대부터 휴대전화 화면과 광섬유 케이블, 차세대 망원경의 소재로 사용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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