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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섬의 생명선, 구눙팔룽 국립공원(글 : 제니퍼 S. 홀랜드, 사진 : 팀 레이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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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섬의 생명선, 구눙팔룽 국립공원(글 : 제니퍼 S. 홀랜드, 사진 : 팀 레이먼)

Guanah·Hugo 2024. 2. 11. 08:17

출처 :  [보르네오섬의 생명선, 구눙팔룽 국립공원]-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보르네오뿔개구리가 낙엽 더미 속에서 위장을 하고 있다.

녀석의 탁월한 위장술은 곤충을 사냥하는 데 유리하다.

우림에 울려 퍼지는 무수한 소리 중에는 이 개구리의 독특한 울음소리도 한몫한다.

보르네오뿔개구리는 인근의 다른 섬에서도 발견되지만,

구눙팔룽 국립공원의 양서류 종 중 70% 이상이 보르네오섬에만 서식한다.

 

약 12m 높이에 매달린 나는 나뭇잎으로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틈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 있는 두 남자에게 우림의 수관 위로 올려달라고 요청한 내가 제정신인가 싶었다.

그중 한 명인 사진작가 팀 레이먼은 화살에 줄을 묶어 높은 나뭇가지 위로 쏘아 올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조수와 함께 사람이 거의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올려 보낼 도르래를 급조했다.

이 모험의 목표는 45m 높이의 사라수속 나무 위쪽에 있는 나뭇가지가 만나는 곳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게 자라는 나무 중 일부가 사라수속에 속한다.

이 나무는 동남아시아에 마지막 남은 온전한 저지대 우림을 조망하기에 제격인 장소다.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구눙팔룽 국립공원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있는 팔룽산과 판티산을 아우르는 1080 km² 면적의 보호구역이다.

보르네오섬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세 나라로 나뉘어 있다.

팔룽산 주변 지역은 1937년에 처음으로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보호구역의 범위가 확대됐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0년에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오늘날 이곳에는 맹그로브 숲과 이탄지, 이끼로 뒤덮인 고산림 등 아홉 가지 유형의 서로 다른 숲이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분포해 있다.

 

붉은잎원숭이는 새끼를 안고 있는 이 암컷과 마찬가지로 1년 내내 무화과와 잘 익은 과일을 먹고 산다.

특유의 끽끽거리는 소리로 유명한 이 영장류들은 노거수들을 베어낸 곳에 생긴 이 이차림에 잘 적응하고 있다.

 

두 남자가 나를 최대한 높이 끌어올리고 나자 남은 구간을 오르는 일은 순전히 내 몫이었다.

그 일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뎠다.

다른 영장류들이 가볍게 수관 꼭대기까지 오르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나는 일주일 내내 곤충이 윙윙대는 소리에 빠져들었다.

수관 꼭대기에는 여러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동물들의 눈높이에서 녀석들을 관찰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르네오섬의 최고 스타를 만날 생각에 가장 설렜다.

바로 오랑우탄이다.

영장류인 오랑우탄은 아시아에 서식하는 유일한 대형 유인원이며,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오래전부터 구눙팔룽의 상징적 동물이었던 동시에,

숲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중 약 2500마리가 이 수관 꼭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 종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많은 수다.

그리고 레이먼이 나를 오랑우탄의 영역으로 올려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구미가 확 당겼다.

 

나는 지상에서 30m쯤 올라왔다.

수관 꼭대기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숲이 우거진 공원 위로 안개가 끼어 있는 산세를 보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두 개의 커다란 나뭇가지가 만나는 지점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잡고 경치를 감상했다.

운이 좋다면 털이나 깃털 달린 동물을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잔뜩 기대하며 주위를 바라보고 귀를 기울였다.

나뭇가지들이 살짝 흔들렸고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더 시간이 흘렀다.

먹이를 찾아오는 멋진 새도 없었고 떠들썩하게 지나가는 영장류도 없었다.

놀랍지 않았다.

낮 시간이라는 사실과 이 나무에 열매가 부족한 상황상 야생동물을 관찰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한 마리조차 없다는 것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암컷 오랑우탄이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 구눙팔룽 국립공원의 우림 수관에서 익은 무화과를 찾고 있다.

면적이 1080km²에 달하는 이 국립공원에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약 2500마리의 오랑우탄과 수천 종의 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RUSSELL LAMAN, WITH DRONE PILOT TRI WAHYU SUSANTO

 

수컷 큰푸른목도리꿩이 눈꼴 무늬로 장식된 날개깃들을 펼치며 짝을 유혹하는 춤을 추고 있다.

큰푸른목도리꿩은 세계에서 가장 큰 꿩의 일종으로 부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최대 2m에 이른다.

수컷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치워 구애 활동을 위한 ‘무대’를 준비한다.

 

아침 안개가 팔룽산에 우거진 저지대 우림을 뒤덮고 있다.

이 국립공원에는 맹그로브 숲과 이탄지부터 이끼로 뒤덮인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아홉 가지 유형의 서로 다른 숲 서식지가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분포해 있다.

TIM LAMAN, WITH DRONE PILOT TRI WAHYU SUSANTO

 

연구원들(왼쪽부터 자카리아, 아리 말리나, 사릴 라마다니)이,

결실수 ‘디알리움’을 지탱하는 거대한 버팀 뿌리 옆에 서서 수관에 있는 오랑우탄들을 관찰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1994년에 시작된 구눙팔룽 오랑우탄 보존 프로그램은 현재 오랑우탄의 서식지와 먹이 공급 변동에 따른 녀석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름표범 한 마리가 카방판티 연구 기지 근처에서 감시 카메라에 포착됐다.

멸종위기종으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연구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는 구름표범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넓적한 발과 유연한 뒷다리, 긴 꼬리를 이용해 나무에 오르고 머리부터 내려오는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먹이를 움켜쥔 채 나뭇가지에 매달릴 수도 있다.

구름표범은 원숭이와 사슴, 돼지부터 물고기와 사향고양이, 호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이를 먹는 잡식성으로 알려져 있다.

 

구눙팔룽 국립공원에는 약 70종의 포유류 외에도 수천 마리의 다른 생물이 저지대 우림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월리스날개구리는 유난히 큰 물갈퀴발로 수관 사이를 활공한다.

삼엽충딱정벌레는 성체가 돼도 유충의 형태로 남아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데,

이는 번식을 위해 에너지를 아끼려는 전략일 수 있다.

쐐기나방과의 유충 무리는 쐐기털로 포식자의 접근을 막는다.

낙엽으로 위장한 항라사마귀가 나비와 꿀벌, 진딧물 같은 먹이를 사냥하고 있다.

 

아틀라스나방은 보르네오섬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나방 중 하나이자 구눙팔룽 국립공원의 매력적인 생물이다.

이 나방은 날개폭이 최대 25cm에 이를 정도로 나비목 중에서 특히 크다.

날개를 활짝 펼치면 위쪽 끝이 바깥쪽을 향해 있는 뱀 머리와 유사해 포식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일부 나방 종은 일생 동안 특정 식물을 숙주로 삼기 때문에 숲의 다양성이 녀석의 생존에 중요하다.

 

울창한 수관 사이로 은하수가 보인다.

보르네오섬의 우림은 수백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자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에 속한다.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수천 종의 생물이 이 우림을 터전 삼아 살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보존 노력에 힘입어 이런 생물들이 미래에도 번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온전한 숲이 보전된 곳]

인도네시아 당국은 1937년 부터 장차 구눙팔룽 국립공원을 이룰 울창한 적도 우림들을 확보해 두기 시작했다.

현재 주변 지역에 개발 열풍이 불고 있지만 면적이,

1080km²에 달하는 이 공원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온전한 저지대 우림이 일부 자리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 주민 및 과학자들과 협력해,

교목들과 희귀 꽃식물부터 오랑우탄과 긴꼬리코뿔새, 코주부원숭이 같은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인,

이 생물다양성 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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