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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은 다 어디로 갔을까?(글 : 닐 셰이, 사진 : 케이티 올린스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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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은 다 어디로 갔을까?(글 : 닐 셰이, 사진 : 케이티 올린스키)

Guanah·Hugo 2023. 12. 5. 22:56

출처 :  [순록은 다 어디로 갔을까?]-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대니얼의 삼촌인 클라이드 모리가 설상차를 이용해 사냥한 순록을 집까지 운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조부모는 1950년쯤 이곳에 정착하기 전까지,

순록을 따라다니며 유목 생활을 했던 마지막 누나미우트족 세대에 속한다.

 

거대한 순록 군집은 수천 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며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날 순록 개체수는 줄고 있으며 누구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클라이드 모리(37)가 맹렬한 속도로 무리를 추격하고 있다.

그가 가속 레버를 당기자 새하얀 눈 입자들이 흩날린다.

나는 좀처럼 그를 따라잡지 못한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설상차를 이리저리 틀며 나아가고 있지만,

내 운전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우람한 순록의 먹음직스러운 살점을 혹은 사냥감을 해체할 때,

양손에 흘러내리는 피의 온기를 갈망하는 마음도 모리만큼 크지 않다.

기온은 거의 영하 4℃까지 떨어졌고 4월의 매서운 바람이 이곳 산길로 휘몰아치면서,

한기가 더욱 싸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리는 절대 장갑을 끼지 않을 모양이다.

“장갑을 착용하면 속도만 느려지거든요.”

나중에 그는 말한다.

모리는 성격이며 농구 실력, 칼로 가죽을 벗기는 손놀림까지 모든 면에서 재빠르다.

게다가 지금은 맹추격전을 벌이는 중이다.

모리가 몇 차례 급회전을 하더니 이내 멈춰 서서 어깨에 멨던 총을 꺼내 겨눈다.

풍선이 터지는 듯한 총성이 울리며 웅장한 산맥과 텅 빈 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여운을 남긴다.

100m 떨어진 곳에서 암컷 순록 한 마리가 고꾸라진다.

10~15마리의 어미와 새끼로 이뤄진 나머지 무리는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모리와 나는 쓰러진 순록에게 다가가 총알이 명중했는지 확인한다.

검은색 작업복에서 칼을 꺼내 든 모리가 사냥감 위로 몸을 구부린 채 작업을 개시한다.

그는 맨 먼저 순록의 머리를 잘라낸다.

미국 알래스카주 아낙투북패스에 사는 누나미우트족은 이 단계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는 마치 아끼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것처럼,

절단한 순록의 머리를 조금 떨어진 지점으로 조심스럽게 옮긴 다음 뒤집어서 눈밭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이제 이 순록의 영혼인 ‘이누아’는 육신을 떠나 영계로 승천할 수 있다.

그곳의 수호신은 순록의 영혼을 달랜 후 새로운 몸을 부여해 녀석을 다시 지상으로 내려보낼 것이다.
 

이누피아트족이 ‘투투’라고 부르는 순록들이 미국 알래스카주에 있는 브룩스산맥의 눈 덮인 중심부를 횡단하고 있다.

봄이 오면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극권 전역에 있던 순록들이 번식지를 향해 경이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웨스턴 북극 순록 군집은 여름이면 모기떼를 피하기 위해 바람이 부는 산비탈에 모인다.

다른 대부분의 순록 군집과 마찬가지로 웨스턴은 최근 몇 년에 걸쳐 원인을 알 수 없는 급격한 개체수 감소 현상을 겪었다.

 

틀리초 부족민들인 조 조(오른쪽)와 재닛 라베스카(왼쪽),

티안나 스타인원드가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의 어느 오지에서 배서스트 군집을 찾고 있다.

틀리초족은 수 세대에 걸쳐 배서스트 순록에 의존해 살아왔다.

하지만 이 군집의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2015년 이후로 순록 사냥이 금지됐다.

 

누나미우트족 사냥꾼 대니얼 모리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순록의 염통을 손에 들고 있다.

그는 이 순록을 알래스카주 북부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사냥했다.

모리는 부족의 전통에 따라 사냥한 고기를 원로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 모두에게 나눠줄 것이다.

 

아낙투북패스의 브룩스산맥을 통과하는 웨스턴 북극 군집의 이동 경로에,

포식자들이 깨끗이 뜯어먹은 뼈가 남아 있다.

아낙투북패스는 이누피아트어로 ‘순록의 배설물이 가득한 곳’을 뜻한다.

 

누나미우트족 원로인 레이몬드 파냐크(왼쪽에 앉아 있는 남성)가,

아낙투북패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180kg짜리 순록을 손질하고 가죽을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수업은 젊은 세대에게 전통 기술을 전수하는 지역사회 사업의 일환이다.

파냐크는 이 사진을 찍고 몇 달 후 81살을 일기로 타계했다.

 

케이시 에드워즈가 주방에서 한 살배기 딸 엘리 루를 곁에 둔 채 갓 잡은 순록을 손질하고 있다.

지금도 순록은 도로가 뚫리지 않은 아낙투북패스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이외에 다른 모든 식료품은 항공기로 들여오며 가격도 비싸다.

 

6월에 순록 무리가 여름철 목초지로 이동하던 중 물에 잠긴 툰드라 지대를 통과하고 있다.

순록은 물에 뜨는 빈 모낭과 노처럼 생긴 발굽을 지니고 있어 태어날 때부터 헤엄치는 데 능하다.

이 두 가지 특징은 군집이 이동하는 시기에 강과 시내, 호수를 건널 때도 유용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중남부에 자리한 한 보호구역에서 남부 산악 순록이 이끼를 뜯고 있다.

원주민 부족 연합은 위기에 처한 이 아종의 개체수를 복원하기 위해 새끼를 밴 암컷을 포획해 목줄을 채우고 있다.

 

순록은 해마다 봄이 오면 알래스카주 앰블러에 인접한 코북강 계곡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이 지역에 340km에 달하는 광산 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10년 넘게 논의돼왔다.

이 도로가 건설되면 지난 20년간 개체수가 16만 4000마리로,

절반 가까이 급감한 웨스턴 북극 군집의 이동 경로를 가로지르게 된다.

 

[순록의 이동]

오래전부터 수십 개에 달하는 툰드라 순록 군집이 북아메리카 북단에 서식해 왔다.

그중 몇몇 군집은 육상 포유류 중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이를 직선거리로 환산할 경우 약 1350km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순록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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