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집에 굴러다니는 책 정리하기 012 : 너에게 줄 귤 다섯 개 하루 종일 포장했다 본문
책소개
시집을 내며
늦가을 비가 추적이는 호반의 아침입니다.
둘러보니 세상에 태어난 밀어들이 모두 비를 맞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잊히거나 묻어두었던 밀어들도 젖으려고 합니다.
첫 시집인 蜜語밀어를 펴내면서 세상을 살리는 예쁜 말만 하며 살겠다고 각오했었습니다.
책이 다 팔려나가자 각오도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갓 여문 탱탱한 귤처럼 싱그런 즙을 뚝뚝 떨구던 그 언어들은 다 죽어 버린 것일까요?
창고에 쌓여있던 묵은 귤처럼 시든 언어들이 어느 날 우연히 말똥캘리의 시선과 맞닿았습니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떨렸습니다.
한 해를 앉지도 서지도 못하며 설레었습니다.
발견해 준 시선에 감사하며 불려 가서 꽃의 이름으로 부활한 순간을 기록합니다.
정성으로 포장된 귤 다섯 개가 지금 막 그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얼지도 녹지도 못하고 있어요
지금 그대 그대에게 가고 있어요 **
만나는 가슴마다 심어둔 마음들, 하나의 꽃송이 송이로 피어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목차
얼지도 녹지도 못하고 있어요
봄 /산수국 /목련 /사랑 1 /그렇습니까? /채송화입니다! /방화범 /개망초 1 /풀꽃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어요
우두 가는 길 /밀어 蜜語 /내 몸이 우주를 앓는다 /봄 2 /시월 첫날 /개망초 7 /
만추 가을 폭설
지금 그대에게 가고 있어요
까닭 1 /그대로 /내내 /별 /장마 /남산 /피어도 져도 배롱 꽃입니다 /
꽃다지 연가 /설화雪花설화說話
한여름에 쏟아진 눈꽃
사랑 3 /개망초 9 /너 /친구라 하네 /개망초 5 /칠석을 지새우고 /
칠불사로 갑니다 /첫눈 3
하지에도 녹지 못하고
먼발치 /할머니는 까치발 중 /가을 5 /하늘에 걸어 놓은 마당 /구월이 가는 소리 /
즈음 /어디 꽃잎 떨구지 않은 초록 있으랴 /겨울
떨고 있는 기다림
순자 /나는 지금 1 /나는 지금 2 /가을 3 /첫눈 /그런 당신 /
오늘 아침 문득 /그리움이 된 그대여 /개망초 6
출판사서평
시인의 순수한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고 완벽하다.
‘세상에 어떤 꽃이 가장 아름다울까요?’
이렇게 어리석은 질문이 있을까.
귤 다섯 개를 하루 종일 포장하며,
얼지도 녹지도 못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마음에
무슨 이야기를 하여야 할까.
앉아라 서라 충고한다면, 그는 참 차갑디 차가운 사람이다.
괴로워하지 말고 행복을 찾으시라 충고한다면 그는 참 멋대가리 없는 사람이다.
그 마음이 참 예뻐요. 이렇게 말한다면 조금 비슷할까?
시집을 대할 때면,
시인을 대할 때면
시는 살아있는 생명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의 시를 만나면
그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하고, 촉촉한 생명의 숨결을 느낀다. 그것을 무엇이라 해야 할까?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마주치게 되면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할 정신이 어디 있는가.
그냥 한없는 사랑에 빠져 버리곤 한다.
캘리그래피 이희정 작가에게도 어느 날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소양강변 작은 카페에서 끄적끄적 쓰는 허시인의 시를
가슴에 품어서 그리고 그리기를 반복하며 둘만의 사랑놀이를 하더니
어느 날 책이 되어 나왔다.
그래 눈이 마주치는 것이 문제이다.
평소에 늘 보던 길가의 꽃과도
어느 날 눈이 마주치면
한없는 아름다움을 따라 사랑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허시인은 소양강변 카페에서 시를 쓰고 있겠지,
김 캘리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구.
소양강은 말없이 흐를 것이고,
하루 종일 포장하던 귤 다섯 개는 어딘가 배달이 되었을까?
잔잔하게 마음을 감싸고도는 묘한 감동은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그렇게 대단하고 엄청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 같다.
얼지도 녹지도 못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시인의 마음은 참 순수하다.
조금 화장하고 조금 드레스를 걸치며 꾸민다 해도 그 순수한 마음을 어쩔 거야.
그렇게 시인과 눈이 마주친다면 누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길가에 아름다운 꽃을 알지 못하듯 그냥 지나치다가 모르고 지나가는 거지...
그렇게 사랑에 빠진다면
그거면 완벽한 것이지 뭐가 더 있나.
무엇인가 욕심을 더 내면
그저 육도윤회를 하느라 바쁘기만 한 것이다.
소양강변 카페 허시인의 귤 다섯 개를 생각하며
묘하게 따뜻해지는 마음에는 알게 모르게 미소가 떠오른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에 빠진 시인과 캘리 작가의 마음을 만나며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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