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접시꽃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80년대 중반 민주화의 열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그 시절, 암울하고 혼란스럽던 당시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례적인 현상 하나가 벌어졌다.
"접시꽃 당신" 신드롬이 그것이다.
애기접시꽃 (시달세아)
젊은 나이에 암으로 떠나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쓴 시가 시집으로는 사상 최초로 밀리언셀러의 히트를 친 것이다.
"오늘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당시 시골학교 교사였던 한 남자의 순애보가 상처받은 민중들의 심금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건드려 아프게 한 것이 아니라 어루만져 달래 주었던 것이다.
접시꽃_블랙
원래 시와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궁합이긴 하다.
하지만 실화 기반의 스토리가 더해져 꽃이라는 구체적인 심미적 상징과 매치된다면 임팩트는 더 커진다.
게다가 누구나 "아, 그 꽃!" 하면서 상상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친근한 꽃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실제로 시인 도종환은 나날이 야위고 창백해져 가는 아내의 모습과 때마침 뜰에 피어있던 흰색 접시꽃이 오버랩되면서 복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써내려 갔다고 술회하고 있다.
접시꽃_홑꽃혼합색
접시꽃은 그 큰 키에 걸맞게 말 그대로 접시만 한 꽃이 아래에서 위로 가며 매다려 여름 내내 피고 진다.
분홍색, 흰색, 빨간색의 뽀시시 한 얼굴들이 대문 옆 담장 앞이나 화단 뒤쪽에 의례히 몇 포기씩 줄지어 서있었다.
그리고 오고 가며 눈이라도 마주치면 왠지 모르게 말을 걸어올 것 같은 표정이 읽히는 그런 꽃이었다.
찾아오는 벌과 나비들을 위해서는 커다란 꽃술대 밑에 꽃가루를 수북이 쌓아 놓을 정도로 마음 씀씀이도 넉넉한 녀석이었다.
겹접시꽃_사무악로즈
꽃이 지면 줄기를 베어낸 자리에 씨앗이 떨어져 자연발아하기도 하고 이듬해 월동한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나 다시 찾아오는 정겨운 녀석이었다.
아욱과 집안 소속이면서 중앙아시아가 고향인 접시꽃 집안(Alcea속)에는 30여 가솔들이 있다.
하지만 원예용으로 길러지고 있는 품종은 Alcea rosea(영어면 Hollyhock) 하나뿐이다.
겹접시꽃_진주홍
과거에는 모두 두해살이 품종들만 있었지만, 겹꽃과 레이스 겹꽃 그리고 노란색과 흑갈색 컬러까지 등장하면서 여러해살이 품종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만약 파종 첫해에 줄기가 거의 성장하지 않는 소위 "땅딸이 로제트형"을 유지한다면 두해살이 품종이라고 보면 된다.
돌출된 꽃술 모양이 공통적인 특징인 무궁화 - 목화 - 부용 - 닥풀 - 마시멜로 - 라바테라 - 아부틸론 - 어저귀 등과는 모두 한 집안의 친척들이다.
..........................................
겹접시꽃_혼합색
'반려伴侶Companion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끄시는 대로, 해당화(10월 29일 탄생화) 이야기 (0) | 2022.10.30 |
---|---|
은은한 아름다움, 무궁화(10월 28일 탄생화) 이야기 (0) | 2022.10.28 |
시(詩), 찔레꽃(10월 27일 탄생화) 이야기 (0) | 2022.10.28 |
히아신스 이야기 (0) | 2022.10.27 |
애정, 수영(10월 26일 탄생화) 이야기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