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사향과 무스카리 이야기 본문

반려伴侶Companion Story

사향과 무스카리 이야기

Guanah·Hugo 2022. 10. 27. 22:38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산뜻한 블루톤의 포도송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생김새, 자그마한 키에서 풍기는 진한 향기, 튤립이나 수선화와 함께 심으면 앙상블이 더 돋보이는 녀석, 추위에도 강하고 봄꽃 치고는 제법 오래가서 기특한 녀석... 그 주인공 무스카리(Muscari)이다.

 

무스카리(Muscari)라는 이름의 어원은 희랍어 muschos로 사향(麝香, musk)이라는 뜻이라 한다.

사향이라면 향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데, 어떤 연유로 꽃의 이름 그것도 학명으로 붙여진 걸까?

사향의 특징이 포근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며 이성을 유혹하는 성페로몬 성분도 있다고 하니 자못 궁금해진다.

 

사향의 고혹적인 향을 광적으로 좋아했던 여인들이 있다.

동양에서는 경국지색 양귀비, 서양에서는 클레오파트라와 조세핀이 그들이다.

양귀비는 궁궐 거처의 모든 방벽에 사향을 바르게 했고, 클레오파트라는 사향을 탄 물에만 목욕을 하고 전속 화장품 공장도 지었다.

조세핀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그녀의 방에서 사향 냄새가 났다고 한다.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생식기 옆에 붙어 있는 주머니의 분비물을 가공해서 만든다.

생김새가 고라니처럼 어금니가 두드러진 사향노루는 몽고와 북부 유라시아 산지에서만 서식한다.

교미기간에 잠깐 사용하는 향기주머니 때문에 억울하게도 멸종위기에 처한 녀석들이다.

사실 사향 자체는 역한 냄새가 나는데, 말려서 알코올에 담그는 등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하게도 사향은 금보다 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동물학대라는 비난에 부딪혀 1970년대 초부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거래가 금지되었다.

그때부터 사향을 모방 또는 대체할 향수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마침내 찾아냈다.

물론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다.

서양의 화단에서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머스크 맬로우(Musk Mallow, 서향 아욱)가 그것이다.

 

머스크 맬로우는 아욱 집안이면서도 잎과 꽃이 코스모스를 닮았는데, 잎을 짓이겨 맡아보면 장미 비슷한 향기가 난다.

특히 머스크 맬로우의 씨앗에서 추출한 성분에다 몇 가지 허브류의 향기를 배합해서 만든 것이 이른바 "머스크 향수" 제품이다.

흥미롭게도 머스크 향은 빨리 증발되지 않아 샤넬이나 구찌 등 다른 향수에도 기초원료(primer)로 사용된다고 한다.

 

머스크 향에 정신이 혼미해 서론이 너무 길었다.

오늘의 진짜 주인공 무스카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무스카리의 학명이 "사향 냄새가 나는"이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사향과는 다른 진하고 달콤한 향기가 난다.

히야신스에 비해서는 약간 부드러운 향이기는 하다.

그리고 혹시나 싶겠지만 나나무스쿠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무스카리는 생김새 때문에 서양에서는 "Grape Hyacinth"라는 부른다.

히아신스와는 조부가 같은 무릇(Scilla) 집안이니 그럴 법도 하다.

봄화단에서 주연보다 조연 역할이 더 어울리며, 키도 작고 구근도 작은 편이지만 새끼는 많이 친다.

반소모성 구근이므로 2 ~ 3년에 한 번씩은 캐서 나누어 심어주어야 퇴화하지 않는다.

화분에 심을 때는 최소 5포기, 화단에서는 10포기 이상 모아심기를 해야 존재감이 돋보인다.

 

무스카리는 고향이 지중해 연안과 남부 유럽이면서도 내한성이 강해 영하 30도까지도 견딘다.

색상과 꽃 모양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원종을 포함해 40여 개 품종이 있는데, 키높이와 꽃달림 모양이 약간씩 다를 뿐 외양은 대동소이하다.

원예용으로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키가 작은 armeniacum과 Azurea품종이며, 색깔들은 아래와 같다.

 

- 아르메니아쿰 (다크블루)

- 이주레움 (패일블루 + 화이트)

- 시베리안타이거 (화이트)

- 터치오브스노우 (다크블루 + 화이트)

- 핑크썬라이즈 (핑크)

 

<무스카리 구근의 모습>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