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신뢰, 양치식물(12월 7일 탄생화)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이름 : 양치식물
학명 : Pteridophytes
꽃말 : '신뢰'
꽃 운세 :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남을 대하기에 늘 한결같다는 평을 듣습니다.
화려한 언변이나 빼어난 공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은 적지만,
어느 곳에서나 빠져서는 안 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 법,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12월 7일 탄생화는 양치식물입니다.
2월 5일, 11월 23일에 이어 세 번째 등장입니다.
탄생화 달력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양치식물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식물입니다.
양치식물은 꽃이나 씨앗 없이 버섯처럼 포자로 번식하는 원시 식물입니다.
뿌리, 줄기, 잎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식물을 '유관속식물'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 바로 양치식물이지요.
양치식물이 처음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약 4억 년 전인데,
이 시기는 공룡이 나타나기도 전이었습니다.
불교의 일설에 따르면 100년에 한 번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꿰뚫는 시간이 4억 년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양치식물은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구상에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옛날 사람들에게,
양치식물은 씨앗도 없이 번식하는 마법의 식물이었습니다.
중세 북유럽 사람들은 양치식물은 일 년에 딱 한 번,
밤이 가장 긴 동지에 깊은 숲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을 발견한 사람은 여생을 행복하고 부유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영국 사람들은 양치식물의 시앗에는 투명해지는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이 씨앗을 손에 쥐면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의 2막 1장에서 등장인물이 도둑질을 모의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발각될 위험은 없다네. 우리 고사리 씨앗을 지니고 있어 눈에 띄지 않게 다닐 수 있으니까."
양치식물(羊齒植物)은 식물의 잎이 마치 가지런한 양(羊)의 이빨(齒) 같아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양의 이빨은 사람의 치아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송곳니 없이 네모난 것이 특징입니다.
과연 양치식물의 잎도 이처럼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생겼는데,
톱니 모양으로 삐죽하게 나 있는 다른 식물의 잎과 대조를 이룹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가 식후나 자기 전 하는 '양치질'은 '양치식물'과 관련이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양치질은 양치식물과 한글로는 같지만,
한자가 다릅니다.
양치질의 '양치(楊枝)'는 예전 칫솔이 없던 시절,
버드나무 가지(양지, 楊枝)를 칫솔처럼 써서 치아를 닦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양지질'이 시간이 지나면 발음이 쉬운 '양치질'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양치식물은 아마도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식물일지도 모릅니다.
이는 우리 교과과정에서 양치식물의 복잡한 생애주기에 대해서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양치식물은 씨앗이 발아하여 식물이 되고,
식물이 씨앗을 맺는 방식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여기서 '포자'는 씨앗과 달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도로 작은 단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포자가 땅에 떨어져 생식하는 것이지요.
양치식물의 잎 뒷면을 보면 깨알처럼 까만 점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해충의 알이 아니라 양치식물의 포자를 담은 포자낭입니다.
이 포자낭은 시기가 무르익으면 포자를 내뿜어 다음 세대를 만들어냅니다.
포자가 떨어지면 '배우체(Gametophyte)'가 되는데요,
이는 우리가 평소에 보는 양치식물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습니다.
'배우체'가 자라서 수정하게 된 '접합자'는,
우리가 익히 하는 모습의 포자체(Sorophyte)'가 됩니다.
이런 생애주기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이 과정의 괴이함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는데,
갑자기 생식가 땅에 뚝 하고 떨어져 나오더니,
그 생식기가 자라서 스스로 살아가다가 서로 연애하고 다시 아이를 갖는 식이지요.
이렇게 괴이한 양치식물의 생식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우체', '접합자', '포자체' 등 어려운 용어들을 알아야 합니다.
양치식물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미움을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이유이지요.
12월 7일은 양치식물에 대해서 지난번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렸습니다.
양치식물은 누구보다 오랫동안 우리 숲을 지켜온 터줏대감이자,
옛사람들에게는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는 골치 아픈 공부 거리를 안겨준 식물이지요.
그럼 오늘 하루도 즐겁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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