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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라 말하기엔 - 가을이라 부르기엔

Guanah·Hugo 2024. 8. 7. 18:49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입추라 말하기엔
아직도 내 마음은
떠나온 봄의 청춘을 감춘
부드럽고 뜨거운 사랑을
추억한다

 


마지막 남은
여름 몸짓을 기다리며
하나 남짓 남몰래 숨기고
가지고 들고 온
가을을 배웅하러 떠나가고 있다

 


그러기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진 너와의 지난여름 사랑
기다리고 또 기다려와도

 


사랑할 때는
밀려오는 파도가 되고
사랑이 떠나갔을 때에는
언제 그랬냐 듯이 태연한 척
말없이 떠나는 썰물이 되어가듯

 


사랑의 아픔은 파도가 되고
사랑의 흔적은 은빛 백사장
사랑의 상처는 바다가 품는다

 


보고 싶고 그리워해 걸어온 길
나는 그 계절에 사랑의 노예가
이미 되어간다

 


그 길 위에
불어오는 바람 한 점에
나는 익히
가을을 기다려 왔음을 기억하고

 

바닷바람 불어오는
어느 부둣가 항구에
만선의 기쁨을 하나 가득 안고
출항하는 어부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저 멀리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어쩌면 너와 나와의 이정표

 


만선은 우리 사랑의 증표
나는 이름 모를 떠나가는 배에게
안부와 안녕을 말하고 싶지 않는다

 


가을이라 부르기엔
아직도 너의 마음은 덜 성숙한
매미의 절규를 애처로이 바라보는
지난여름의 사랑을
모두 다 알지 못하는

 


품에서 막 깨어나 눈을 띄지 않은
작고 여린 어린 새가슴

 


훗날
서풍의 갈바람이 불어오면
너는 일찌감치 기지개를 켜고
해지는 서쪽바다로 떠나는
어느 바다새의 활공짓하고

 


저 푸른 창공의 허공을 무한히
바라보며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기나긴 언약을
네가 떠남으로써

 


이 여름의 빈 둥지를 털고 떠나간
어느 작은 바다새의 마음을

 


나는 다가올 이 가을의 문턱에서
너를 다시 기다리는
서풍에 펄럭이는 고깃배의
만선의 깃발이
네 치맛자락에서 흐느낄 때
이미 가을은 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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