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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잃어버린 어린 날들을 찾아서 ― 고은수 동시집 『선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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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잃어버린 어린 날들을 찾아서 ― 고은수 동시집 『선물』

Guanah·Hugo 2024. 6. 10. 22:24

출처 :  커피통 2019' 호반인문학 | BAND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은수 시인이 첫 동시집 『선물』(달아실 刊)을 펴냈다.

표지와 본문의 그림은 고은수 시인의 딸이기도 한 신지원 작가가 그렸다.


고은수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가 시를 짓고 딸이 그림을 입혔으니,
이번 동시집은 엄마가 딸에게 주는 선물이면서 딸이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 함께한 이번 동시집이 독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동시집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잃어버린 어린 날들로 돌아가 그때 그 시간들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어쩌면 남은 시간, 미래를 여행하는 데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고은수 시인이 시집에서 풀어놓고 있는 ‘어린 날들’과 ‘어린 나들’을 읽다보면 작가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의 말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게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아는 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제 나의 신조를 소개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이미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로버트 풀검 저, 최정인 번역,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18p, 알에이치코리아, 2009)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날 어린 내가 배우고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을 하나둘 포기하다가 마침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그리하며 마침내 모든 ‘어린 날들’과 ‘어린 나들’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시인 고은수의 첫 동시집 『선물』은 얼마나 큰 선물인가. 더 늦기 전에, 더 어른이 되기 전에, 잃어버린 그때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니.

 
엄마가 식탁에서 시를 쓰고 있어요
나는 반대편에서 놀고 있었어요

엄마는 볼도 자꾸 문지르시네요
― 이 나이에 사랑니가 난다고 난리구나

나는 엄마를 가만히 보다가 말했어요
― 그 사랑니가 엄마의 시 같아요
― 「아프지 마세요」 전문


― 밖에 추워?

― 나는 집에 딱 들어오면
밖이 추웠는지, 더웠는지
생각이 안 나요
― 「즐거운 우리 집」 전문


어린 나들은 이미 시를 쓰고 있었고(「아프지 마세요」), 어린 나들은 이미 공동체의 참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는데(「즐거운 우리 집」), 언제부터 우리는 ‘어린 날들’에서 이렇게 멀어진 것일까. 언제부터 ‘어린 나들’을 잃어버린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고은수 시인의 동시집 『선물』을 더 늦기 전에 읽어보기 바란다. 너무 멀리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을 테다.



■ 작가 소개

시인 고은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많은 형제들 속에서 자랐지만 고독한 성격이 많았다.
슬프거나 아플 때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외웠다.
하늘을 보기를 좋아했다.
2016년 『시에』로 감사하게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 『히아신스를 포기해』, 『모자를 꺼내 썼다』를 출간하였고, 이번에 첫 동시집을 낸다.
시를 생각하는 날들은 삶의 군더더기를 털어준다.
더 단순하게 살고 싶다.
pado080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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