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counselorsam 최상현 시인과 함께 가슴으로 읽는 시 5편 본문
출처 : 한림참마니 산약초 동문회 | BAND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친정엄마 / 고혜정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자주 못 보여줘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의 허리 디스크를 보고만 있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퍼센트 믿어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아버지의 눈물 / 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 수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아버지와의 여행 / 박상천
오늘 저는, 아버지와 처음으로 여행을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흔이 되도록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저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갑니다.
父子간의 첫 여행에
그러나 당신은 말없이 누워만 계십니다.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오월의 나뭇잎들이 팔랑거리는
차창 밖, 휴게소 뜰에는
큰 형님과 세희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정한 父子의 모습입니다.
父子의 다정스런 모습이 갑자기 부럽습니다.
저도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하며
어느 한적한 휴게소의 햇살 따뜻한 벤치에 앉아
팔랑거리는 오월의 나뭇잎을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손도 잡고 싶지만
당신은 이제 아무 말 없이 누워만 계십니다.
그렇게 잘 부릅뜨시던 눈을, 가만 감고만 계십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눈빛이 무서워 보이지 않는 나이에 이르고 나니
이제,
어느 어스름 저녁 무렵
함께 집을 나서
고향 바닷가를 거닐다가
창 너머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주막에 들러
소주잔도 건넬 수 있을텐데
그것조차도 마다하시고 기어이 떠나버리신 아버지,
오늘 이 여행은
아버지와의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외할머니의 월급날 / 이하재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면
딩동,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온다
엄마도 회사에 출근하면
외할머니는 일을 시작한다
한 살 먹은 동생과 나에게
밥을 주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화분에 물주고
강아지 밥 주고
강아지 목욕도 시키고
동생이 울면 업어서 달래주고
외할머니는 아픈가보다
걸레질을 하다가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팔자야 한다
오늘은 피자하고 맛있는 과자를 먹었다
내일도 맛있는 거를 먹을 거다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인데
어제가 외할머니 월급날이었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친정엄마 / 고혜정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자주 못 보여줘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의 허리 디스크를 보고만 있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퍼센트 믿어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아버지의 눈물 / 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 수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아버지와의 여행 / 박상천
오늘 저는, 아버지와 처음으로 여행을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흔이 되도록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저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갑니다.
父子간의 첫 여행에
그러나 당신은 말없이 누워만 계십니다.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오월의 나뭇잎들이 팔랑거리는
차창 밖, 휴게소 뜰에는
큰 형님과 세희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정한 父子의 모습입니다.
父子의 다정스런 모습이 갑자기 부럽습니다.
저도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하며
어느 한적한 휴게소의 햇살 따뜻한 벤치에 앉아
팔랑거리는 오월의 나뭇잎을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손도 잡고 싶지만
당신은 이제 아무 말 없이 누워만 계십니다.
그렇게 잘 부릅뜨시던 눈을, 가만 감고만 계십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눈빛이 무서워 보이지 않는 나이에 이르고 나니
이제,
어느 어스름 저녁 무렵
함께 집을 나서
고향 바닷가를 거닐다가
창 너머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주막에 들러
소주잔도 건넬 수 있을텐데
그것조차도 마다하시고 기어이 떠나버리신 아버지,
오늘 이 여행은
아버지와의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외할머니의 월급날 / 이하재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면
딩동,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온다
엄마도 회사에 출근하면
외할머니는 일을 시작한다
한 살 먹은 동생과 나에게
밥을 주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화분에 물주고
강아지 밥 주고
강아지 목욕도 시키고
동생이 울면 업어서 달래주고
외할머니는 아픈가보다
걸레질을 하다가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팔자야 한다
오늘은 피자하고 맛있는 과자를 먹었다
내일도 맛있는 거를 먹을 거다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인데
어제가 외할머니 월급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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