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 觀我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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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觀我Guanah Story

[소통의 월요시 편지] 입 / 박용하

Guanah·Hugo 2024. 2. 19. 09:25

출처 : 커피통 2019' 호반인문학 | BAND

 

소통의 월요시 편지_924호




박용하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다

돌이킬 수 없는 허공에서
너는 뛰어내린다
너는 그처럼 위험하고
너는 그처럼 아슬아슬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생처럼
한 번 가버리는 생처럼
뒤돌아봐도 그만인 사람처럼
너는 절대 난간에서 뛰어내린다

아마도 너의 뿌리는
너도 대부분 모를 것이고
너의 착지도 너의 얼굴은 영영 모를 것이다

- 『견자』(달아실어게인시인선, 2024)



***
2007년 세상에 나왔다가 절판된 박용하의 시집 『견자』가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4번으로 복간되었습니다.

이번 복간본 시인의 말에서 박용하 형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시를 쓴다. 어떨 땐 시가 나를 쓴다. 내겐 신앙이 있는 게 아니고 여기에 있는 삶처럼 시가 있다."

시를 빼면 아무것도 아닌 족속들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모든 것을 가진 족속들이기도 하지요.

시집 『견자』에는 박용하 시의 진수, 정수들이 빼곡합니다.
어느 한 편도 놓칠 수가 없지요.

오늘 띄우는 시도 그러합니다.
- 입

시 속의 '너'를 '말'로 바꾸면 아 그렇구나 할 겁니다.

그러니
이번주에는 박용하의 복간 시집 『견자』와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오빈리에 스스로를 위리안치한 까닭을 모르듯
끝내 그의 생을 온전히 알지 못하겠지만

박용하는 최악을 다해 쓸쓸한 인간이고
인간적인 것을 거부하면서 쓸쓸해지는 인간이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서러운 인간이고
동쪽이 그리워 서쪽을 서러워하는 인간이다

​그는 개를 싫어하면서 개를 서러워하는 인간이다
그가 개를 서러워하는 것은 언제 물지 모르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으로 또한 인간을 서러워하는 인간이다

​그의 위악과 쓸쓸함과 서러움은 모두 시로 비롯된 것인데
그런 까닭으로 그는 무한한 시인이며 유한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서럽고 그런 그가 좋다
그런 그의 시가 서럽고 그런 그의 시가 좋다

- 졸시, 「박용하는 서럽다」(『천년 후에 나올 시집』) 전문


비가 내립니다. 곧 봄이 올 겁니다.


2024. 2. 19.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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