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소통의 월요시 편지] 입 / 박용하 본문
소통의 월요시 편지_924호
입
박용하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다
돌이킬 수 없는 허공에서
너는 뛰어내린다
너는 그처럼 위험하고
너는 그처럼 아슬아슬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생처럼
한 번 가버리는 생처럼
뒤돌아봐도 그만인 사람처럼
너는 절대 난간에서 뛰어내린다
아마도 너의 뿌리는
너도 대부분 모를 것이고
너의 착지도 너의 얼굴은 영영 모를 것이다
- 『견자』(달아실어게인시인선, 2024)
***
2007년 세상에 나왔다가 절판된 박용하의 시집 『견자』가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4번으로 복간되었습니다.
이번 복간본 시인의 말에서 박용하 형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시를 쓴다. 어떨 땐 시가 나를 쓴다. 내겐 신앙이 있는 게 아니고 여기에 있는 삶처럼 시가 있다."
시를 빼면 아무것도 아닌 족속들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모든 것을 가진 족속들이기도 하지요.
시집 『견자』에는 박용하 시의 진수, 정수들이 빼곡합니다.
어느 한 편도 놓칠 수가 없지요.
오늘 띄우는 시도 그러합니다.
- 입
시 속의 '너'를 '말'로 바꾸면 아 그렇구나 할 겁니다.
그러니
이번주에는 박용하의 복간 시집 『견자』와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오빈리에 스스로를 위리안치한 까닭을 모르듯
끝내 그의 생을 온전히 알지 못하겠지만
박용하는 최악을 다해 쓸쓸한 인간이고
인간적인 것을 거부하면서 쓸쓸해지는 인간이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서러운 인간이고
동쪽이 그리워 서쪽을 서러워하는 인간이다
그는 개를 싫어하면서 개를 서러워하는 인간이다
그가 개를 서러워하는 것은 언제 물지 모르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으로 또한 인간을 서러워하는 인간이다
그의 위악과 쓸쓸함과 서러움은 모두 시로 비롯된 것인데
그런 까닭으로 그는 무한한 시인이며 유한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서럽고 그런 그가 좋다
그런 그의 시가 서럽고 그런 그의 시가 좋다
- 졸시, 「박용하는 서럽다」(『천년 후에 나올 시집』) 전문
비가 내립니다. 곧 봄이 올 겁니다.
2024. 2. 19.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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