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겨울 피어난 꽃 - 겨울에 태어난 마음 본문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봄산에 올라보았다
봄꽃이 좋아
봄산에 오르니
여기저기 봇물 터진 꽃들에
바라보기 눈코 틀 새가 없어라
해가지도록
산의 초입만 들락 말락 거리다
진작에 갈 곳을 못 가고
마음을 둘 곳을 잃어버렸네
여름산에 가보았다
여름꽃이 좋아
모든 마음 벗어던진 채 떠나와
가다 말다 쉬어가는 계곡마다
풍월을 읊조리다
시원한 계곡
낙화수에 발을 담그고
떠나온 시름에 탁주 한잔 걸치니
마음은 이미 저 하늘 구름 벗 삼고
떠가는 구름 한 조각 따다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떠나네
봄 여름산을 업고
가을산에 올라보았다
가을꽃이 좋아
울긋불긋 피어난 꽃들에
시샘을 할 사이도 없이
바람 불어 봄여름 꽃들은
바람 잘 날 없듯
미쳐 준비 없는 이별에
꽃들은 저마다
다음 생을 기약하니
일찌감치 가을 숲 속 길
접어들기 전에
월계관을 씌운 채
벗어버리지 못해
생의 길목을 넘나드는
어느 나그네의 발걸음은
고갯마루 사연에
나 홀로 넘는다
쉼 없이 부르지 못해
꽃다운 꽃이라 부르지 못할
단풍길 따라 걸어가는
님의 발길이 되어준
가을 산의 꽃은
진정
그대의 마음이 아니었나니
겨울산에 가보았다
겨울에 입문의 서
사계절 으뜸인 꽃 중에 꽃
너의 이름을 불러본즉
눈꽃
상고대
눈바람 불어 준 눈사람
그래도 난
너를 이름 없는 꽃으로 불러 본다
너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중간적인 존재
눈이 내리는 겨울산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은
신들이 잠든
고요한 숲 속을 깨우지 않는다
눈 위의 설원에 불어오는
눈보라에 갇힌
설인의 마음이 되어
산천초목 얼어있는
산의 위용 앞에 신들조차
깨울 수 없는 위대한 포문은
언제나
눈과 바람의 몫으로 남긴다
신은 떠났어도
그곳에 가면
언제나 기다리는 마음 하나 있으니
떠나간
겨울철새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네안에서 찾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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