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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함, 목화(12월 12일 탄생화) 이야기

Guanah·Hugo 2023. 12. 12. 03:09

출처 : 모야모 매거진 꼬꼬마정원사

 

이름 : 목화

학명 : Gossypium indicum

꽃말 : '우수함'

꽃 운세 : 당신은 목화솜 같은 사람입니다.

학창 시절에도 지금에 와서도 모나지 않은 성격과 인품을 지녔습니다.

눈에 띄게 뛰어난 정도는 아니지만,

능력도 우수하기에 알게 모르게 인정받고 있군요.

하지만 자신은 인정해 주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둘러싸여,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요?

목화솜의 진가는 추운 겨울에 나타나는 법,

어려워 보이는 도전에 응하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2월 12일 탄생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로 시작합니다.

 

열매가 꽃처럼 피어나고,

꽃은 열매처럼 익어가는 재미있는 식물이 있는데 무얼까요?

 

이 식물의 꽃은 여름에 피는데,

꽃피기 전 몽우리일 때는 흰색이다가 이내 연노란색으로 바뀌고,

수정되고 나면 다시 점차 붉은색으로 익어가다가 땅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식물의 꽃이 진 자리에는 밤톨만 한 열매가 열리는데,

덜 익어 말랑말랑할 동안에 따먹으면 달짝지근하고 쫀득한 식감이 별미이지요.

시월 하순 경이면 씨방이 열십자로 갈라지면서 팝콘이 터지듯,

들판 한가득 하얀 꽃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이 식물은 무엇일까요?

 

네, 정답은 바로 목화(木花)입니다.

정확히는 "목면화(木綿花, Cotton)"입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 "목면" 또는 "면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꽃몽우리 색이나 열매 이야기를 들을 때 고개를 갸웃하셨던 분이라도,

'팝콘처럼 터지는 하얀 꽃'이라는 표현을 듣고 나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실 만큼 목화는 목화솜이 유명하지요.

 

먹는 것, 입는 것, 집 짓는 것, 병 고치는 약 · · ·,

인간은 삶의 모든 대목에서 식물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목화만큼 인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식물이 있을까요?

합성섬유가 발명되기 전까지,

목화는 우리를 추위로부터 지켜준 고마운 식물입니다.

혹자는 목화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겨울에도 야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인류는 그전에 비해 월등히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이런 목화솜의 활약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문익점의 이야기입니다.

고려말의 선각자 문익점은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붓두껍에 숨겨 밀수(?) 해 온 목화 씨앗 몇 알이,

이 땅의 민중들을 추위로부터 해방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또한, 세종대왕은 나라의 시책으로,

전국에 면화 재배를 장려함으로써 목화 재배를 대중화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왕족이 아니라도 무명천으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게 되었고,

목화솜으로 누빈 외투로 추위에 떨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지요.

 

목화에서 뽑아낸 실로 짠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기 이전에는 주재료가 삼베와 모시였습니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났을까요?

엄동설한에는 아예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입니다.

남루한 삼베 바지저고리만으로 겨울을 나야 했던,

코흘리개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가슴이 아려오지요.

 

그런데 목화를 따서 옷감을 만들기까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문익점의 손자 문래가 발명했다 하여,

"물레"라 불리는 도구를 이용해 뽑아낸 실을 한 올 한 올 엮어서 천을 짜야했던 것이지요.

주로 아낙네들의 몫이었던 이 고된 작업을 "길쌈"이라 하고,

길쌈질로 만든 천을 "무명"이라 합니다.

 

일일이 손으로 짜는 무명천은 폭이 좁지만,

훗날 등장한 방적기계로 짜낸 것은 폭이 넓어,

"광목"이라 불렀습니다.

광목이 나오면서 의복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는데요,

덕분에 아낙네들은 고된 길쌈질에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시집갈 딸의 혼수 이불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되었지요.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주역은 증기기관을 이용해 목화솜을 광목으로 바꾸던 기계였습니다.

목화솜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목화는 산업적 측면에서,

전 세계 경제 패권의 지도를 바꾸어 놓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은 방적 산업으로 패권국이 되었고,

미국이 거대한 부를 축적한 것도 따지고 보면,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이용한 면화 생산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때 일본 경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도 면화 방적기 사업이 그 시발점입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목화의 황금기도 20세기가 되어 막을 내렸습니다.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가공해 만든,

더 가볍고 값싼 화학 섬유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와 기름보일러 보급으로,

두꺼운 솜이불도 필요가 없어지자,

늦가을이면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동네 솜틀집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갓 튼 이불솜의 그 포근하고 뽀송뽀송한 촉감을 알지 못할 테지요.

 

12월 12일은 목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한 때 우리를 추위에서 지켜준 목화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수백 가지나 되는 기능성 합성섬유에 밀려 목화솜이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드라이플라워나 꽃꽂이 공예에 목화가 종종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모든 것이 단순했던 옛날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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