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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를 찾아가는 유물들(글 : 앤드루 커리, 사진 : 리처드 반즈) 본문
출처 : [제자리를 찾아가는 유물들]-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카메룬 포움반에 새로 들어선 박물관은 바뭄 왕국의 상징,
즉 거미를 등에 진 쌍두사를 형상화해 설계됐다.
성물은 대여해 전통 의식에 사용한 후 반납할 수 있다.

1900년 무렵에는 이 사진에서 바뭄 제국의 통치자 이브라힘 은조야 옆에 앉아 있는,
오스트리아인 무역상과 같은 상인과 식민지 관료들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예술품과 제기를 수집해 유럽의 박물관들에 제공했다.
HELENE OLDENBURG, BASEL MISSION ARCHIVES

카메룬 바뭄족의 왕인 나빌 은조야가 자신의 증조부(배경 사진 속의 인물)가 주문 제작한 옥좌에 앉아 있다.
이 옥좌는 1908년에 독일 식민 당국이 입수한 옥좌의 복제품인데,
현재 독일 정부가 이를 반환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만두 예누’라고 알려진 진품은 현재 베를린의 한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리스 아테네를 굽어보는 높은 구릉 지대에 자리한 파르테논은,
이 고대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신전으로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축제를 묘사하고,
영웅과 신들의 행렬을 표현한 프리즈 부조와 대리석 조각상으로 장식돼 있었다.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1800년대 초에 영국 대사였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는.
‘오래된 비문과 문양이 새겨진 돌조각 몇 점’을 반출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엘긴 백작은 남아 있던 조각상 중 절반가량과 프리즈 부조의 상당 부분을 런던으로 보냈다.
그리스는 엘긴 백작이 점령국과 맺은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오랫동안 이 유물들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엘긴 마블스’라고 알려지게 된 이 유물들은 영국 의회가 매입해,
그 무렵 한창 확장 중이던 대영박물관에 기증했다.
1817년에 처음으로 관람객들이 이 유물들을 보기 위해 대영박물관에 몰려들었다.
엘긴 마블스는 교착 상태에 빠진 문화재 환수 논쟁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 대영박물관은 새로운 ‘파르테논 파트너십’을 제안했으며,
그리스 정부와 ‘그 구상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TEMPORARY ELGIN ROOM IN 1819,” BY ARCHIBALD ARCHER,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2009년에 그리스는 파르테논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에 초현대식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개관함으로써,
그리스에는 유명한 엘긴 마블스를 전시할 만한 박물관이 없다는 영국의 주장에 반격을 가했다.
이 전시실에 있는 조각상 단편들은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나머지 조각들이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예술가와 연구원으로 이뤄진 한 단체는 대영박물관이 그리스에 진품을 반환하도록,
부추길 목적으로 파르테논 조각상들을 완벽하게 복제하고 있다.
이 사진에서 페데리코 아고스티넬리가 이탈리아 카라라에 있는 한 시설에서,
말의 두상을 복제하는 작업을 감독하고 있다.

백과사전형 박물관인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피트리버스 박물관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유물 5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그중 호주 원주민의 유해를 본국에 반환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여러 단체와 유물 반환을 협의하고 있다.
“진정한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 박물관의 관장 로라 반 브로크호벤은 말한다.

1912년에 독일의 발굴단은 이집트 아마르나 유적지에 있는 어느 고대 조각가의 작업장에서,
석회암과 치장 벽토로 제작된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을 발견했다.
고고학자들은 BC 1340년경에 조각된 아몬드형 눈매를 지닌 이 아름다운 흉상을 보고 경외감에 휩싸였다.
“묘사는 무의미하다. 직접 봐야 한다.” 한 고고학자는 일지의 첫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그들은 이 흉상을 독일로 가져갔다.
그 이후로 이 흉상은 이집트의 거듭된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일에 남아 있다.
BPK BILDAGENTUR/VORDERASIATISCHES MUSEUM, STAATLICHE MUSEEN, BERLIN/ART RESOURCE, NY

방탄유리에 둘러싸인 채 베를린 신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은,
고대 이집트의 상징이자 독일의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유물 중 하나로,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은다.
이 흉상은 1924년에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전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지하실에 숨겨져 있다가,
그 뒤로 방공호를 거쳐 소금 광산으로 옮겨진 이 흉상을 연합군 특수 부대 ‘모뉴먼츠멘’이 발견했다.
일각에서는 발굴단의 책임자가 유물의 가치를 속이는 바람에,
이 흉상이 비윤리적인 경로로 반출됐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네페르티티 흉상을 적법하게 입수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정밀 검사 결과 이 흉상이 극도로 부서지기 쉬운 상태라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운반하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은 1939년에,
에도 왕국의 통치자인 오바를 표현한 이 청동 조각상을 인수했다.
이 대학교 부설 박물관은,
일대 학생들과 교직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에 이 유물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했다.

1897년에 영국 군대는 앞서 영국 탐사대가 매복 습격을 받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오늘날의 나이지리아에 속하는 베닌시티를 함락시킨 뒤 훗날 한 장교가 열변을 토한 것처럼,
‘늘 하던 대로 전리품을 수확’했다.
그 전리품에는 ‘베닌 브론즈’라는 부정확한 명칭이 붙은 상아 조각품 및 황동판이 포함돼 있었다.
점령군이 경매에 부치거나 기증한 5000여 점의 유물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박물관과 개인 수집가의 손에 들어갔다.
지난 2년 동안 독일과 영국, 미국 등지의 박물관들은,
약탈한 유물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했거나 앞으로 반환할 것을 약속했다.
ROBERT ALLMAN,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베닌 왕국의 통치자였던 오본람웬은 전쟁에서 패한 후 망명길에 올랐다.
영국은 베닌 왕국의 통치자들이 수많은 노예를 아마도 전쟁 제물로 바쳤다는 참혹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자국의 ‘징벌적 원정’을 부분적으로 정당화했다.
“도로와 수풀, 심지어 왕궁 내에도 제물로 희생된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그 광경과 악취는 끔찍했다.”
어떤 이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JONATHAN A. GREEN,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독일 함부르크의 MARKK 박물관에 소장된 이 베닌 브론즈 유물은,
약 4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물에는 한 장수가 적군을 말에서 끌어내리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베닌 브론즈의 상당수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베닌 왕국의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베닌시티의 청동 주조 장인들은 수백 년 전부터 대를 이어 계승해 온 조합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한때 왕궁에서 일했다.
오늘날 에티노사 아이그베를 비롯한 조합 소속 장인들은,
포르투갈 병사를 표현한 이 실물 크기의 조형물(가운데) 같은 조각품을 판매용으로 제작한다.

미국 뉴멕시코주 주니 푸에블로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하유다’라고 불리는 장승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쌍둥이 형제와 수호신을 의미한다.
19세기와 20세기에 수많은 아하유다가 도난된 후 수집가와 박물관에 암암리에 팔려나갔다.
1970년대에 주니족 지도자들은 유물의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그들이 내세운 윤리성과 관련된 주장은 훗날 효과적인 환수 논리의 전형으로 정립됐다.
아하유다는 주니 푸에블로가 내려다보이는 메사 지대인 올드마운틴 혹은 도와얄란(위)에 위치한 비밀 사당에 있다.

1904년에 공개된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야외 사당에 모셔진 아하유다는,
신령한 역할의 일부로 풍상을 맞으며 서서히 깎여나간다.
JOHN WESLEY POWELL, ALAMY STOCK PHOTO

주니족 원로 옥타비우스 세우테와가 뉴멕시코주에 있는 툴라로사 동굴을 방문했다.
이 동굴은 부족의 오랜 영토에 자리한 성지다.
주니족은 1990년에 제정된 국가 유물 반환법을 지지한 것을 포함해,
원주민 사회가 부족의 유물을 되돌려 받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케냐의 미지켄다족 사람들은 마을 원로의 영혼을 형상화하기 위해,
‘비간고’라고 불리는 기다란 목상을 만든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박물관에서 학예사 브룩 모건 옆에 세워져 있는 사진 속의 두 점도 이에 속한다.
지난해 일리노이주립박물관은 비간고 37점을 케냐에 반환했으며,
미국 덴버자연과학박물관 역시 2019년에 30점을 돌려보냈다.
덴버자연과학박물관의 학예사 스티븐 내쉬는 상당수의 비간고가 도난당한 유물이므로,
“박물관은 이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다.

비간고는 여전히 예술품 수집가들이 탐내는 유물이다.
비간고가 미지켄다족에게 반환되고 나면 반드시 도난에 대비해야 한다.
케냐 동부의 샬라니 마을에 살고 있는 페스투스 팅가,
자신의 조상들이 남긴 이 유물을 지키기 위해 철책을 세웠다.

지난해 프랑스 케브랑리 박물관이 반환한 유물들이 베냉 코토누에서 전시됐다.
“유물은 인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훌륭한 명분이 됩니다.
유물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관계가 수립되죠.”
케브랑리 박물관의 관장 에마뉘엘 카사르헤루는 말한다.

[식민지 시대의 문화재 수탈]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에는 주로 유럽국이었던 소수의 열강이 전 세계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당시 식민지의 문화재는 합법적인 전리품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식민 제국은 방대한 규모로 유물을 수집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유럽의 거대한 백과사전형 박물관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런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요구에 응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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