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걸어야 보이는 것들 2 - 멈추면 사라지는 것들 본문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따뜻한 햇살 등에 지고
먼 산 바라보고 걷노라니
하늘의 마음은 늘
내 마음 같지 않았지만
시시각각 변해가는 것은
그대 마음과도 같더이다
달려온 세월 앞에 기다림은
온데간데없는데
푸르른 잎새에
나부끼며 펄럭이는 나뭇잎새에
흔들리는 바람의 마음을
알아가기 까지
저 멀리
운무에 갇혀 버린 마음만이
깃발 되어 비바람에
나풀거리다 쓰러져 가는구나
둥지 떠나 홀로 남은
어느 이름 모를 새의 인생이
나와 같을진대
세월을 등에 지고 떠나온 마음들에
잔가지에 매달리며
떨어지지 않은 채
다가올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
찬바람 불어오는
계절이 돌아오는
어느 노 신사의 군밤 굽는 냄새에
밤이슬에 떨어진
어느 길 잃은 별 하나의 이야기는
따뜻한 화로에 녹은 마음이
꽃이 되고 사랑이 되어가더이다
그날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와르르 녹아내리고 떠나갈 듯
무너지는 성채의 마음 같았지만
떠나온 것을 모르고
가야 할 길에
머물지 못할 이유를 되찾듯
너에게 더 기댈 곳 없이
사라져 버릴 지난 추억도
비 되어 씻겨 내려가지 못한 마음이
되어가는구나
맑게 개인 하늘만이
나의 하늘이 아닌 것처럼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
아무 걱정 없이 또다시
먼산을 바라본 하늘에 걸쳐져 있는
운무에 갇혀 버린 마음이
너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처럼
이 길을 걸어가야
멀리 바라보이는 것들에서
점점 다가오는 신기루에
너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시나브로 떠나는 구름의 마음이려니
가다 서다 반복하며
다시 멈추며 뒤돌아선 하늘에
이 길이 멀어져 갈라치면
내 마음도 저만치 떠나온다지만
아득히 멀어지는
향기 없는 마음만이
다가서지 못하는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더이다
점점 멀어져 가는
너의 뒷모습에
애써 태연한 척
말없이 바라볼 때면
어느새인가 우리는
우산 없이 받쳐든 마음이 되어
브레이크 없는
이 길을 멈추지 못하는
아마도
종착지 없는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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