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 觀我 Story

흔적 3 - 너에게로 떠나간 파도 본문

관아觀我Guanah Story

흔적 3 - 너에게로 떠나간 파도

Guanah·Hugo 2023. 5. 11. 21:42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그대와 함께 떠난

동해안 바닷가

 

그날에

우리는 이어폰을

한쪽씩 귀에 대고

누구나 쉽게 하는 어설픈

연극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어 간다

 

나는 너의 두 손을 꼭 잡고

살포시 기대어온

보랏빛 라일락 꽃 향기의 

머릿결을 맡으며


상큼하리 만큼 상큼한 

우리들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기에도 부족한 마음들을

서로 낯선 연기가

우리들 사랑의 불을 지핀다

 

나의 가슴은

고요한 호숫가에 떨어진

물방울 하나에

온몸이 사시 떨듯

파동이 치기 시작한다


그날 창밖을 한없이 바라보고

나는 버스 창가에

나의 마음을 너에게 고백한 흔적들을

그려 놓았다

 

백합
 
 
"사랑해"라는 흔적들을


떠날 때 한계령 굽이굽이 돌아

가는 이 길에 

쉬어가는 구름에게


우리의 언약식을 다짐하고

우리들 꼬부랑 길  인생이 될 때까지

영원히 사랑하자고

백두의 산신령께 굳은 약속을 맺힌다


나는 너를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대신 살포시 두 손을 포개어 준


너에게로 향한

실낙 같이 가느다랗게

떨려오는 미세한 움직임은

 

너로 하여금 나의 숨결들을

점점 달리는

버스의 요동치는 몸짓을 갈구하며

 

우리들 마음도 함께

저 태양의 햇살에 빛나는

파도가 굽이치는 속초 동해안의

사랑의 유람선을  꿈꾸는

갈매기의 마음이 되어간다

 

이윽고

도착한 동해안 속초 바닷가

장대 같은 소낙비에

거침없이 달려오는 파도에

우리의 사랑도 갯바위에 산산이 부서져

포말이 되어간다

 

그날에 있음 직한 일어난 일들에서

방파제를 넘나들며 

거칠게 내뿜는 너의 숨소리는

그날의 밤하늘에 떠있는

달빛만이 우리의 전라의 모습을

지켜 보인다

 

네 파도소리 

너의 멈추지 못해 아쉬운

사랑의  갈증들을

 

너에게로 떠나간 파도는

밀물과 썰물이 되어

다시 새로운 사랑의 불꽃을 튀긴다

 

더 이상

너는 용납하지 않은 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나의 자유에 

무아지경은 드디어

우리를 블랙홀로 빠져들게 한다

 

그렇게 우리의 몸부림은

그날에 지칠 줄 몰랐던

아니

그칠 줄 몰랐던


영혼의 파고를 넘나들며

서서히 바다에 용해되어 가는

먼 수평선에 어렴풋이 빛나는

별 하나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용솟음치다 제풀에 꺾어져 버린

갯바위에 산산이 부서져

하얀 포말이 되어버린

어느 파도의 사연에

일곱 번째 파도의 포성이 울리면

 

마도로스 항해의 뱃고동 소리의

깃발이 펄럭임과 동시에

우리의 또 다른 사랑의 항해일지는

노스탤지어의 꿈을 꾼다

 

다음날 아침

어제의 있음 직한 일들 앞에서

떠오른 동해의 일출에

 

우리의 새로운 사랑의 행복은

너와 나의 그날밤

은하수  다리를 건너온

떠오른 태양의 끝으로 녹아내렸다

 

동해의 푸른 마음을

속초의 등 푸른 고등어의 마음을

바다의 끝없는 엄마의 마음을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너의 의미를

 

그리고 포말

네 아름답던 청춘의 꽃이

다시 피어난 마음을

 

나에게로 밀려온

그날의 거센 파도는

가냘픈 너의 떠나온 둥지의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출렁이며

갯바위에 부딪혀 오는

살갗을 도려내듯

아파하는 파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랑이란?

그저 백사장에 그려놓은

사랑의 울타리가 아닌

 

버스 창가에 안개처럼

밀려왔다 다시 사라지는

희미하게 그려놓았던 잔상의 스케치

 

사랑이라는 파도의 미명 아래

잔잔히 바닷속 깊은 마음을 들춰낸

어느 파도의 사랑이야기가

 

오래전에

바다보다 파도를 사랑한

한 청춘의 못다 핀 마음이

되어갔었다는 것을

 

예전에 미처 몰랐던 나를

다시 파도소리에 나를 깨우게 한

바다로 떠나간 파도는

더 이상 울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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