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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까?

Guanah·Hugo 2022. 9. 23. 23:16

출처 : 모야모 매거진 꼬꼬마정원사

 

여름에 접어들면 아파트 단지의 화단이나 길가에 핀 능소화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능소화는 덩굴성 목본식물인데, 꽃이 아름다워 담벼락이나 큰 나무 밑, 혹은 학교 주변이나 도로변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습니다.

그런데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옛날에는 능소화 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를 비교적 흔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주황색 능소화가 보이면 일부러 멀리 돌아서 가시거나, 아이들이 많은 학교 화단에 능소화를 심는 것을 반대하는 민원을 넣으시는 분도 있는데요.

오늘은 바로 이 소문이 사실인지, 과연 능소화의 꽃가루는 위험한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능소화 꽃가루는 바람에 날릴까?

 

우선 능소화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능소화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린다면 어떨까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혹시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합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능소화 꽃가루는 바람에 날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능소화는 충매화로써, 벌이나 나비 등의 곤충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퍼트리는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충매화는 오히려 바람에 꽃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꽃 안쪽에 꽃가루를 잘 간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길가에서 능소화를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능소화 꽃가루는 위험할까?

 

바람에 날리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능소화 꽃가루가 위험하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능소화 꽃가루가 위험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바로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꽃가루의 미세구조가 갈고리 모양이어서 피부나 점막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유발하며,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백내장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진 출처 : 삼림원, 국립수목원)

 

그런데 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능소화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면에 그물 모양으로 돌기가 있을 뿐, 전체적으로는 둥근 모양이지요.

식물학자는 이러한 그물 모양의 돌기는 꽃가루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구조이며, 특별히 다른 꽃가루에 비해서 더 위험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능소화 꽃가루의 모양이 문제가 아니라면, 혹시 능소화 꽃가루에는 독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국립 수목원은 능소화에 관한 소문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능소화의 독성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는데요,

꽃과 잎 등, 부위별 추출물에 노출된 사람의 세포는 모든 농도에서 99%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독성이 거의 없는 것이지요.

 

누가 능소화를 모함했을까?

 

능소화의 입장에서 보면 참 억울할 만도 합니다.

사람에게 아무런 해도 준 적이 없는데, '눈을 멀게 하는 위험한 식물'이라며 화단에서 뽑히거나 베이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능소화에는 이런 나쁜 소문이 붙게 된 것일까요?

여기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가 없어 소문의 근원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그런데도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소문의 근원을 짐작해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능소화는 꽃샘추위가 끝나고, 완연한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피지요.

이렇게 바깥에 나가기 좋은 시기에는 밖에서 뛰어놀기 좋아하는 동네 개구쟁이들이 동네를 헤집어놓을 듯 놀러 다니곤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네 어른이 집 앞 담벼락 주위에 심어놓은 능소화가 개구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을 막고자,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며 아이들에게 엄포를 놓은 것이 널리 퍼진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초여름을 장식하는 꽃, 능소화에 관련한 소문의 진위를 알아보았습니다.

무서운 소문 때문에 능소화를 가까이하지 않으셨던 분은 오늘을 계기로 능소화의 향기를 맡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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