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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비를 찾아서(글 : 레나 에펜디, 사진 : 레나 에펜디) 본문
출처 : [아버지의 나비를 찾아서]-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중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이 폴라로이드 사진은,
내 나이 10살 때인 1987년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있던 우리 집 발코니에서 찍은 것이다.
4년 뒤 아버지는 56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나비의 평균 수명이 몇 주를 넘기는 법이 거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비에 매료됐던 아버지는 살아생전 수많은 나비를 잡았다.
아버지는 핀과 족집게로 나비를 납작한 목판 위에 올린 후,
단 하나의 더듬이도 훼손하지 않은 채 날개를 폈다.
그런 다음 나비의 가슴에 작은 바늘을 꽂아 이 곤충을 폼 보드에 고정시킨 뒤,
몸통과 날개를 보존하기 위해 화학 약품을 발랐다.
아버지는 나비와 나방을 종과 과에 따라 세심하게 분류해 진열장에 보관했다.
확대경을 이용해 작은 이름표에 라틴어 학명도 새겨 넣었다.
내 아버지 루스탐 에펜디는 소련의 구성국 중 하나였던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나비류 연구가로,
캅카스 지역의 나비 및 나방을 연구하는 권위자였다.
어릴 적 아버지는 겨울의 대부분을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비의 계절이 시작되는 늦봄을 기다리곤 했다.
저지대의 들판에 남은 눈이 다 녹으면 아버지는 이내 나비를 연구하고 채집하기 위해 산으로 떠났다.
그러고는 병에 담은 고치와 성냥갑 속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 봉투에 넣은 나비 등을 가져오곤 했다.
내 아버지 루스탐 에펜디가 아제르바이잔 서부의 마랄괼호에서 채집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련의 저명한 나비류 연구가였던 아버지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국경 지대에서 나비와 나방을 채집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국경 지대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 명명된 사티루스 에펜디라는 나비 종이 서식하고 있다.
아버지는 남캅카스 지역의 나비와 나방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아버지는 연구가로 일하는 동안 한때 10만 점이 넘는 표본을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비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은,
그가 12살 때 일주일간 매일 저녁마다,
그의 집으로 날아온 협죽도박각시 한 마리 때문에 시작됐다.
후에 그 지역의 협죽도가 벌목되면서 협죽도박각시 애벌레들은 먹이원을 잃게 됐고,
아버지는 이 나방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가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횡단한 지역들은 그 이후로 분쟁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됐다.
아버지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아르메니아로 이동할 때 잰개주르 철도를 이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진에 보이는 후다파린 다리를 통과했다.
오늘날 이 철도는 사라졌으며 양국은 자브라이을 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무력 충돌을 벌여왔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아르메니아계 박제사 파르케프 카자리안은,
사티루스 에펜디를 채집한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는 아르메니아 기우므리 인근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파르케프가 박제에 사용하는 도구 중에는,
나비를 고정시키기 전 날개를 펼치는 데 사용하는 판이 있다.
아버지도 비슷한 도구를 썼으며,
그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스무 살 아래의 후배였던 파르케프에게 전수했다.
1989년에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파르케프와 그의 가족은 바쿠를 탈출했다.
파르케프 가족은 그들의 선조가 살던 아르메니아의 초가마르크 마을에 정착했다.
파르케프의 기물과 나비 표본이 든 상자들은 별도의 방에 보관돼 있다.
상자 중 하나에 사티루스 에펜디 두 마리의 표본이 있다.
나는 아르메니아 쪽 국경 지대에서 파르케프를 따라 바요츠조르주의 산으로 들어갔다.
파르케프는 1991년에 이곳에서 사티루스 에펜디를 채집했다.
나는 아제르바이잔 국립동물학연구소에 있는 아버지의 나비 표본 모음에서,
사티루스 에펜디를 찾아봤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 나비를 잡은 적이 없는 듯했다.
한편 브라마에아 크리스토피 나방(진한 갈색, 가운데)은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이 나방을 잡는 데 7년이 걸렸다.
러시아 출신의 곤충학자 드미트리 모르군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군사 경계선에 인접한 잰개주르산맥에서,
사티루스 에펜디를 잡는 데 성공했다.
부가르 르자예프라는 현지 양치기가 나를 해발 3000m 지점에 있는 사티루스 에펜디의 서식지까지 안내해줬다.
내가 3년 내내 나비를 찾아다니는 동안,
파티마 르자예바(왼쪽)와 그녀의 시누이 이파데 르자예바가 파라가차이에 있는 자택에 나를 묵게 해줬다.
이곳은 양치기 예닐곱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양치기 부가르가 말을 옆에 세워 둔 채 고산들로 이뤄진 국경 지대를 내려다보고 있다.
해마다 8월이면 사티루스 에펜디가 이 지역을 몇 주간 날아다닌다.
나는 마랄괼호에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아버지는 1970년대 초에 이곳에서 사진을 남겼다.
[희귀한 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사티루스 에펜디 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척박한 환경에 속하는 곳에서만 발견된다.
바로 전쟁 중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의 산군으로 서식지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작가 레나 에펜디는 작고한 아버지의 이름을 딴 이 보기 드문 나비를 찾으러 위험천만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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