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소통의 월요시편지_959호 - 가문비나무 / 장은숙 본문
가문비나무 / 장은숙
붉은 달이 천왕성을 가릴 때
다시 보자 약속하고
나무비녀 깎아 머리에 찔러주고 떠난
사내가 있었다
마애리 나루터 주막에서
허드렛일을 할 적이다
아비의 노름빚에 묶여
그 사내 따라 야반도주 못한 것이
전생에 한이었다
다시 만나면
매일 곳 없는 바람처럼 오일장 떠돌며
그 사내 배운 짓이 도둑질이라고
나무비녀 깎아 팔아온 돈으로
흥청망청 사랑이나 하며
한 생을 탕진해도 좋겠네
- 시문동인 5집, 『내가 나에게』(달아실, 2024)
***
지난주 토요일에는 춘천의 시문 동인들이 해마다 김유정역 앞에서 열고 있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붉은 달이 천왕성을 가릴 때
다시 보자 약속하고
나무비녀 깎아 머리에 찔러주고 떠난
사내가 있었다
마애리 나루터 주막에서
허드렛일을 할 적이다
아비의 노름빚에 묶여
그 사내 따라 야반도주 못한 것이
전생에 한이었다
다시 만나면
매일 곳 없는 바람처럼 오일장 떠돌며
그 사내 배운 짓이 도둑질이라고
나무비녀 깎아 팔아온 돈으로
흥청망청 사랑이나 하며
한 생을 탕진해도 좋겠네
- 시문동인 5집, 『내가 나에게』(달아실, 2024)
***
지난주 토요일에는 춘천의 시문 동인들이 해마다 김유정역 앞에서 열고 있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시문으로 가는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참석한 김에 시문동인지 『내가 나에게』에 실린 작품 중에서
장은숙 시인의 시 한 편도 낭송했습니다.
- 가문비나무
시를 읽다보니
평생 장똘뱅이로 살았던 외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하고
외할머니한테 들었던 마애나루터와 풍산장터도 생각나기도 해서 맴이 짠하더군요.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서 마애나루터를 잘 모르실 겁니다.
"풍산평야 지대를 배후로 자리 잡은 마애나루와 아틈실나루는 주요한 소통 물길이었다.
참석한 김에 시문동인지 『내가 나에게』에 실린 작품 중에서
장은숙 시인의 시 한 편도 낭송했습니다.
- 가문비나무
시를 읽다보니
평생 장똘뱅이로 살았던 외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하고
외할머니한테 들었던 마애나루터와 풍산장터도 생각나기도 해서 맴이 짠하더군요.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서 마애나루터를 잘 모르실 겁니다.
"풍산평야 지대를 배후로 자리 잡은 마애나루와 아틈실나루는 주요한 소통 물길이었다.
마애마을 앞 강변에 소나무 숲이 있는 공원에 옛날 마애나루터가 있었다.
이어 마애리에서 강을 따라 내려가면 마애절벽이 끝나는 곳이 아틈실나루이다.
남후 하아리에서 마애로 넘어가면 십리 정도에 풍산장터가 있었다.
아틈실나루엔 소금배가 쉴 때 주막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전하고 있다.
지금은 마애 방향으로 단호교가 있고 하아리 쪽엔 풍남교 다리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나루터가 있는 풍경을 담은 옛 사진은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렵다.
나루터가 있는 풍경을 담은 옛 사진은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옛사진 공모전에서 마애리와 망천절벽 쪽 풍경을 담은 다수의 사진이 발굴되었다.
마애리가 고향인 이명석씨가 1960년경 마애나루터 모습을 담은 기록사진인데 당시의 여러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마애마을 뒤편에는 높은 산이 없어 강 건너 산에서 솔가지를 베어 나룻배로 이송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있다."
- 유경상, 「소금배 오르던 임청각 앞 개목나루엔 무심한 물길만 흐르고」(『기록창고』, 2022. 겨울호)에서
사진. 이명석, <1960년대 마애리 나루터 풍경>
그런데 장은숙 시인은 어떻게 오래전에 사라진 저 마애리 나루터를 알고 있을까요?
시인은 어떻게 저 오래된 우리 할머니의 연애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장똘뱅이였던 외할머니가 생전에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을 함께 소개하지요.^^
전국 방방곡곡 안 댕긴 장이 없니라
바다 건너 제주장 빼곤 다 가봤니라
이 할미 광주리에 안 담아본 게 없니라
글카다 정선장에서 그마 그니를 만난기라
아라리가 뭔 줄 아나
창자가 열두 번 끊어졌다 속에 암 것도 없을 때
그런 담에야 나오는 소리니라
삼십 년 이슬 맞으며 하늘을 이불 삼아봐야 나오는 기라
조용필이 조영남이 그긴 소리도 아니니라
장날 젓쟁이 엿장수 각설이도 그보단 낫니라
그니가 아라리 아라리 한번 뽑으면
지나던 개도 애간장이 녹았니라 하모!
그런데 장은숙 시인은 어떻게 오래전에 사라진 저 마애리 나루터를 알고 있을까요?
시인은 어떻게 저 오래된 우리 할머니의 연애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장똘뱅이였던 외할머니가 생전에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을 함께 소개하지요.^^
전국 방방곡곡 안 댕긴 장이 없니라
바다 건너 제주장 빼곤 다 가봤니라
이 할미 광주리에 안 담아본 게 없니라
글카다 정선장에서 그마 그니를 만난기라
아라리가 뭔 줄 아나
창자가 열두 번 끊어졌다 속에 암 것도 없을 때
그런 담에야 나오는 소리니라
삼십 년 이슬 맞으며 하늘을 이불 삼아봐야 나오는 기라
조용필이 조영남이 그긴 소리도 아니니라
장날 젓쟁이 엿장수 각설이도 그보단 낫니라
그니가 아라리 아라리 한번 뽑으면
지나던 개도 애간장이 녹았니라 하모!
- 졸시, 「아라리」(『안녕, 오타 벵가』, 2021, 달아실) 전문
나루터가 있고, 나룻배가 있고, 주막이 있어서
오일장마다 떠돌던 장돌뱅이들을 건네주고 쉬어가게 해주던 그 시절
숱한 연애담들이 장돌뱅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풍문으로 전해졌던 그 시절
이제는 다 사라지고 말았으니......
소설과 시로 그나마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족.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온 국민이 함께 축하하고 함께 그 기쁨을 만끽해야 마땅한 일이지요. 암요!
그런데도 한껏 기뻐할 수만 없는 것이....
이번 달에 세상에 나온 달아실 신간들이 한강이라는 쓰나미에 묻혔다는 것이지요.
특히 일 년을 공들이고 심혈을 기울였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가 한강이라는 쓰나미에 묻힌 것은 뼈아픈 일이지요.
특히 일 년을 공들이고 심혈을 기울였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가 한강이라는 쓰나미에 묻힌 것은 뼈아픈 일이지요.
그러니 하냥 기뻐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24. 10. 21.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2024. 10. 21.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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