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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강(글 : 루스메리 필코 우아르카야, 사진 : 토마스 페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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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강(글 : 루스메리 필코 우아르카야, 사진 : 토마스 페샥)

Guanah·Hugo 2024. 10. 5. 10:21

출처 :  [하늘을 나는 강]-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생물학자 루스메리 필코 우아르카야가 안경곰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브로멜리아드를 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현재 근무하는 숲속 연구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케추아족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과학자들과 추적견 ‘우쿠쿠’로 구성된 그녀의 연구 팀은,

이동 속도가 빠른 안경곰을 쫓아 페루의 운무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안데스산맥의 고지대에서는 우뚝 솟은 빙하와 빽빽한 운무림,

좀처럼 보기 힘든 곰이 아마존강 유역을 형성한다.

 

볼리비아의 아이마라족 출신인 세노비오 유스코가 전통 치마와 알파인 장비를 착용한 채,

본 협회의 탐사대가 아우상가테산 정상에 기상 관측기를 설치하는 일을 돕고 있다.

해발 6400m 높이의 이 산은 페루령 안데스산맥에 있다.

새로 설치된 이 기상 관측기의 임무 중 하나는,

고지대에서 녹아내려 아마존강으로 흘러드는 융빙수의 양을 기록하는 것이다.

 

나는 대체로 페루령 안데스산맥에 설치된 연구소 내 숙소에서 동이 트기 전에 눈을 뜬다.

날이 차츰 밝아오면 창밖으로 숲이 우거진 가파른 능선을 따라 구름이 떠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구름들은 하늘 위의 강이다.

이 ‘리오스 볼라도레스(하늘을 나는 강)’가 운반하는 수증기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개울을 이루고 수천 킬로미터 길이의 강을 이뤄 결국 바다로 흘러들 것이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서 성장한 내가 리오스 볼라도레스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계기는,

안데스산맥의 밀림 한가운데에 갇혀 갈증으로 목이 타 들어가던 어느 절박한 순간이었다.

 

페루령 안데스산맥에 있는 미스미산 정상.

낭떠러지에서 흐르는 샘물로 인해 생긴 안개 속에서 얼어붙은 콘도르 깃털이 빛나고 있다.

수많은 시내와 지류가 여러 방향에서 합류해 아마존강을 형성한다.

한편 이 화산의 정상부는 대서양에 접한 아마존강 하구까지,

물줄기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가장 먼 수원지에 해당한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나는 아마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 최근에서야 겨우 드러나기 시작한,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동물인 안경곰을 연구하기 위해,

쿠스코에서 차로 두세 시간 거리에 있는 이 연구소에 왔다.

2021년 5월이었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해,

곰 추적견으로 훈련을 시킨 ‘우쿠쿠’와 함께 2주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주변 마을 출신인 연구 보조원들도 숙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진행한 중요한 임무는 며칠 동안 도보로 숲속을 이동하면서,

바라건대 곰의 활동 영역으로 보이는 지점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40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출발할 때는 말로 짐을 날랐지만 산세가 워낙 험해 도저히 무리였다.

결국 말을 돌려보내고 카메라와 텐트, 식량, 물, 경사가 가파른 지형에서 야영할 때 사용할 해먹,

길을 헤치고 나아갈 때 쓰는 마체테 등 모든 짐을 우리가 직접 등에 지고 운반했다.

 

페루의 한 장인이 ‘우쿠쿠’의 형상을 직물로 표현하고 있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곰인 우쿠쿠는 케추아족 설화에서 신성시되는 동물이며,

아마존강 유역의 안데스 생태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짐은 무거웠다.

체구가 작은 나는 27kg 무게의 등짐을 짊어진 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마체테로 앞을 가로막는 수풀을 제거하기는 했지만,

이끼와 덤불로 뒤덮인 구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었다.

밤에는 너무 추웠다.

우쿠쿠는 추위에 몸이 떨리기 시작하면 내 침낭 안으로 기어들어왔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 한기를 견뎠다. 

 

‘패딩턴’이라는 동화 속 주인공으로 유명한 안경곰 한 마리가 눈을 끔벅거리고 있다.

녀석은 과학자들이 위치 추적용 목줄을 부착하기 위해 쏜 마취총을 맞고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참이다.

 

페루령 안데스산맥 고지대의 계곡에는 생명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왼쪽의 계곡 바닥에는 수맥이 이끼 낀 이탄 습지를 가로지르며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오른쪽의 선은 알파카와 비쿠냐 무리가 산비탈을 따라 이동하면서 남긴 흔적이다.

 

알파카를 사육하는 현지의 한 농부는 인근의 카르우아산타강에 의존해 살아간다.

아마존강의 상류를 형성하는 이 강은 페루에 있는 미스미산에 내린 겨울 눈에서 강물을 공급받는다.

 

안데스산맥에서 녹아내린 융빙수가 파파야크타강으로 쏟아지면서,

에콰도르 구안고 운무림 보호구에 있는 산오리 옆으로 급류를 이루며 흐르고 있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실개천에서 거대한 지류에 이르기까지,

사방에서 물이 유입되는 아마존강은 지구상에서 유량이 가장 많은 수계다.

 

[안경곰의 땅]

몸집이 통통하고 얼굴에 줄무늬가 나 있는 안경곰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유일한 곰이다.

녀석은 안데스산맥의 안개가 짙은 환경에 적응했으며 산림 재생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지대 습지]

안데스산맥의 고지대는 물을 잔뜩 머금은 취약한 서식지다.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은 희박한 공기와 거센 바람,

강한 태양 복사열 그리고 따뜻한 낮과 추운 밤의 큰 일교차에 적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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