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이달의 나도 사진작가 당선작 본문
출처 : 나도 사진작가-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2024년 8월 호: 연꽃]
나는 사진작가가 되기 전에 시각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망막박리로 무려 4년간 시력을 많이 잃었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사진 촬영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오른쪽 눈의 시력이 많이 회복됐다.
이 사진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담고 있다.
낡은 시계와 오래된 가구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따뜻한 조명은 아늑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듯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이 사진 속의 사물들도 한데 모여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나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 이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이승재
[2024년 7월 호: 바닷속 풍등]
필리핀 보홀의 돌호비치에 때 아닌 해파리 떼가 출현했다.
독성이 없는 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입수해 수심 2-3m 지점에서 셔터를 눌렀다.
멀리서 볼 때는 조금 징그러웠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마치 하늘에 풍등을 띄워놓은 것처럼 매우 예뻤다.
햇살까지 비추니 황홀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요즘 한국의 바다에서는 해파리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렇게 멋진 장관을 연출하니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최하나
[2024년 6월 호: 교신]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천문과학문화관이 있다.
이곳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망원경이 아닌 전파 망원경이 있다.
이 망원경은 우주로부터 오는 전파를 수집해 천체를 관측하고 분석한다.
처음 전파 망원경을 보고는 그 웅장함에 잠시 겁이 났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은하수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촬영을 시작했다.
평소와는 달리 초점을 흐리게 해 은하수를 보케 기법으로 담아봤다.
웅장한 전파 망원경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촬영 기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도의 밤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멋졌다.
-박성민
[2024년 5월 호: 가장 아름답고 느린 사냥]
보름달물해파리는 느린 속도로 유영하면서 촉수에 걸리는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나는 사냥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한 그 모습을 떠올리며 사진기를 든 채 해파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군집 생활을 하는 보름달물해파리의 특성상 녀석이 사냥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무리에서 가장 큰 개체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떠올랐다.
나는 우주선처럼 갓을 넓게 펼치고 반짝거리는 플랑크톤을 촉수에 잔뜩 붙인 상태로 유유히 헤엄치는 녀석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후민
[2024년 4월 호: 유목민의 스포츠]
2024년 1월, 영하 20℃의 날씨에도 중앙아시아에 있는 카자흐스탄 초원 한복판에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기가 발생하고 있었다.
말을 탄 수많은 유목민들이 양 사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수증기로 변해 마치 연극 무대의 효과처럼 현장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꾸고 있었다.
수백 년 전 칭기즈 칸의 후예들이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휩쓸고 지나가는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생생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말의 발길질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섰고 그 결과 이처럼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성준환
[2024년 3월 호: 자연의 놀이터]
어느 여름날, 나는 이탈리아 산타크리스티나발가르데나의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산장에 도착했다.
그 산장은 돌로미티산맥 특유의 큰 돌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산장 앞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예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이상적이어서 생경하기까지 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박민하
[2024년 2월 호: 여행의 이유]
먼 곳에서 봐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존재가 있다.
이날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이 그랬다.
장시간의 비행에 지쳐 무심코 창밖을 바라봤는데 이 바위산이 홀로 빛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지만 나는 사진기를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지 생각해보게 됐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누군가가 찾아둔 흔적만을 모방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
나의 편협하고 일방적인 사고를 조금이라도 넓혀보고 싶었다.
이런 이유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성환
[2024년 1월 호: 정어리와 함께한 추억]
자연을 보고 느끼며 그 풍경을 포착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
부푼 기대감을 갖고 마주한 정어리들은 잠수부들 때문에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를 반복하며 군무를 선보였다.
그 모습은 눈으로만 봐도 좋을 만큼 웅장하고 화려했다.
나는 해를 마주하기도 하고 등지기도 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정어리 떼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느라 바빴다.
매일 동이 트면 바다로 나가 정어리와 함께한 날들은 이제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지금은 그 사진들을 보며 녀석들과 다시 함께할 날을 꿈꾼다.
녀석들의 보금자리인 바다가 언제나 건강하기를 바란다.
-김정태
[2023년 12월 호: 우연한 순간의 불꽃]
경상남도 진주시에서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남강유등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우리나라 병력이 왜군을 저지하고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남강에 유등을 띄운 데서 유래했다.
올해 개막식이 있던 날, 나는 붐비는 곳을 피해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았다.
축제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선학산 중턱에 사진기를 설치하자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초탄이 터진 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불꽃이 화각에서 완전히 벗어난 위치에서 터졌기 때문이다. 구도를 잡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에 촬영을 접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진주의 야경이 불꽃과 조화를 이루는 멋진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연한 순간이 사진 촬영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기환
[2023년 11월 호: 동화 속 섬마을]
전라북도 부안군 곰소항에서 2km가량 떨어진 작은 섬에는 죽도 마을이 있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마땅한 배편이 없어 개인 어선으로만 드나들 수 있다.
이곳에는 10가구가 채 되지 않는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마을 회관은 빨갛고 둥근 지붕을 이고 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만조 시간대의 죽도 마을은 동화 속에 나오는 작은 섬마을 같다.
첫 방문 때는 물때를 맞추지 못해 갯벌이 드러난 풍경만 찍을 수 있었다.
이후 한 달간 물때표와 날씨를 살폈다.
그리고 정해둔 날짜에 만조가 되기 한 시간 전에 곰소항에 도착한 후 드론을 세 번 왕복시켜 비로소 섬마을다운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죽도 마을은 낯설고 새로웠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접하는 느낌이었다.
-배영현
[2023년 10월 호: 열대 바다의 수영 파트너]
고래상어는 열대 지방의 따뜻한 바다에 서식한다.
큰 몸집을 지니고 있지만 유순한 성격 덕분에 사람과 나란히 수영을 하기도 한다.
나는 고래상어를 만나기 위해 열대 지방의 먼바다로 향했다.
녀석은 정해진 때가 되면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특정 해안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녀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고래상어는 입을 크게 벌리고 물과 먹이를 빨아들인 후 아가미를 통해 먹이를 걸러 먹는 여과 섭식을 한다.
한 잠수부가 고래상어의 먹이 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녀석의 아래쪽으로 헤엄을 쳤다.
나는 그림자가 일렁이고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그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김서현
[2023년 9월 호: 단 한 컷을 위해]
청호반새는 마사토 절개지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짓는다.
그리고 육추 기간에는 다른 새들에 비해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수틀리면 알을 포기하기도 한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찍기 위해 그늘조차 없는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지인들과 함께 위장 천막을 설치했다.
2주 후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고 본격적인 육추가 시작됐다.
장마 기간이라 날도 너무 어두웠고 빗물 때문에 수시로 렌즈를 닦아줘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나는 청호반새가 개구리를 사냥한 후 둥지로 돌아오는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박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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