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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기탈리스와 고흐 이야기

Guanah·Hugo 2024. 6. 7. 10:51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얼룩무늬가 박힌 박은 종들을 촘촘히 매달고 훤칠한 키로 여름 화단에서 눈길을 확 끄는 꽃이 있다.

꽃송이 모양이 골무를 낀 손가락(라틴어로 digit)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디기탈리스(Digitalis)이다.

 

서양에서는 "여우장갑(Fox Glove)"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려지는 꽃인데,

여우가 닭장을 습격할 때 발자욱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 꽃을 양말처럼 신고 사냥을 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디기탈리스는 약효와 독성의 두 얼굴을 가진 대표적인 식물이다.

잎과 뿌리에 함유된 디기톡신이라는 물질이 심장의 수축기능을 촉진하고 조울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과용 또는 오용하면 치명적이 독이 되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디기탈리스의 중독에 희생된 유명인이 있다.

후기인상파의 화가로서 수많은 명작을 남긴 빈센트 반 고흐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젊은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화가이다.

 

그런데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디기탈리스 과다복용이었다.

지병인 간질과 조울증 치료를 위해 그의 주치의가 처방했던 약이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한 즙액이었다.

훗날에냐 디기탈리스의 독성은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나 자주 복용했으면 그의 그림 <가쉐박사의 초상>에서도 디기탈리스꽃이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고흐는 부작용으로 평상시 두통과 현기증 그리고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黃視症)에 시달렸고,

마침내 정신착란으로 이어져 동거하던 절친 화가 고갱과도 결별하면서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 고흐의 그림, 가쉐박사의 초상 >

 

그 증거가 히트팝송 <빈센트>의 가사로도 유명해진 그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에도 나타난다.

밤하늘의 별이 노란 빛으로 소용돌이 치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 >

 

그의 또 다른 작품들에서도 노란색의 소재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해바라기와 태양 그리고 햇빛을 유난히 사랑했던 그는 색채의 극도적 단순화와 절묘한 배합을 통해 수많은 걸작들을 남기고 떠났다.

 

< 고흐의 그림, 시계 방향으로, 씨뿌리는 농부, 침실, 추수하는 농부, 삼나무가 있는 밀밭 >

 

디기탈리스 집안은 20여 식솔이나 될 정도로 다양하지만,

주로 야생이기 때문에 꽃의 관상 가치가 있는 것은 purpurea 품종이 유일하다.

키높이를 낮춘 왜성종도 있으며,

꽃대 끝에 돌연변이형 큰 꽃이 피는 일명 '몬스터디기탈리스'가 있다.

 

< 몬스터디기탈리스 >

 

 

한편, 꽃모양과 곷달림 모습이 닯은 금어초, 안젤로니아, 펜스데몬 등과는 먼 친척지간이다.

 

--- 먼 친척

금어초

안젤로니아펜스데몬

< 시계 방향으로, 폭스그로브, 금어초, 안젤로니아, 펜스데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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