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淸溪山) - 청룡산(靑龍山)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청계산 산자락에 메인 여인이여

저 멀리 운무 사이로

백호의 포효 소리는

백호산 깊은 기슭에 숨은 기상을 깨우니

 

산허리 춤에 칭칭 새끼줄 동여매듯

태를 둘러싸여 태어난 곳이 바로

내가 꿈꾸던

푸른 하늘의 기운을 품은

옥녀봉에서 청룡이 태어났구나

 

때는 바야흐로,

천년을 거슬러 올라서니

 

지난 이곳을

아무 정처 없이 떠나온 마음과

허리춤에 매달아 함께 올라온 사연들에

아무리 배낭의 무게를 낮게 드리워도

세월의 짓누른 때는 벗기울 수가 없어라

 

떠나온 세월의 무게만큼은

이곳을 지켜온 매의 매서운

눈초리를 기억해야 하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무는 순간

너와 나와의 인연은

시작의 기로에서 떠나지를 못하니

 

내 삶의 충만된 종착지에

다시 이곳을 스쳐 지나갈 때는

 

아마도 너와 나의 인연은

끝이 아닌 산사의 울러 퍼지는

독경 소리에 묻혀 들리려 오지  않는

풍경 소리가 네 소리인양 하니

 

문득 자각의 눈을 뜨지 못한

나의 마음은

 

마지막 청룡의 날갯짓을 대신할

아직도 잠들지 않은

매의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승천하지 못해 남아있는

깨어나지 않은 청룡의 기상을 깨우러

백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그대를 찾아

다시 떠나가려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