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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 이야기

Guanah·Hugo 2022. 9. 26. 23:42

출처 : 모야모 매거진 꼬꼬마정원사

 

봄을 알리는 꽃으로는 동백꽃이 유명합니다.

그러나 동백꽃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초봄에 피는 봄꽃이 있는데, 바로 봄까치꽃입니다.

 

봄까치꽃은 양지바른 곳에서는 2월경, 늦어도 3월 초에는 꽃을 피우는데, 그 크기가 아주 작아서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자라며 꽃을 피워 벚꽃이 지는 알까지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그래서일까요, 봄까치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입니다.

 

봄까치꽃은 하루하루 꽃을 피워내는 하루살이 꽃입니다.

하루살이 꽃이란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이 지나거나 해가 떨어지면 지는 꽃을 말합니다.

봄까치꽃은 해 질 무렵이 되면 꽃잎을 닫고 꽃을 떨굽니다.

꽃이 지는 모습이 마치 동백꽃 같습니다.

 

그러나 동백꽃과는 달리 하루살이 꽃인 봄까치꽃은 꽃이 진 다음 날 새로운 꽃송이를 띄웁니다.

하루 만에 생을 다하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날 다시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봄까치꽃이 지고 피는 데에는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봄까치꽃에는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슬픔도 다 한순간이지만 그 모든 과정이 봄날처럼 아름답습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름답고 숙연한 봄날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는 봄까치꽃이지만, 봄까치꽃을 소개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름에 대한 논란입니다.

범원의 개명신청을 하는 이들의 예전 이름을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곤 합니다.

'방귀마', '김만두', '신호등'  ····· 모두 실제로 개명을 신청했던 이들의 이름입니다.

흘려듣는 우리에게는 재미를 줄지는 몰라도, 위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에게는 부끄러운 기억이 서린 이름이겠지요.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법원에 찾아가서 등본에 기록된 이름을 바꿀 수 있지만, 식물의 이름은 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등본같이 법적 효력을 갖는 기록도 없을뿐더러, 식물의 이름을 바꾸려면 많은 이들의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새로운 이름으로 정착되는 꽃도 있는데요, 봄까치꽃도 그중 하나입니다.

도대체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었길래 봄까치꽃은 개명까지 하데 된 것일까요?

 

너의 이름은 ·····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개불알풀'이었습니다.

듣기에도 해괴망측한 이 이름은 일본의 식물학자 마키노가 장난스레 작명했다고 합니다.

꽃이 진 뒤 생겨난 열매의 모양이 개의 음낭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열매의 모양은 복숭아를 닮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봄까치꽃의 학명, 베로니카 페르시카(Veronica Persica)의 '페르시카'에는 복숭아를 뜻한다고 합니다.

복숭아를 닮은 열매의 모양만으로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봄까치꽃'이 서운해하겠지요.

 

봄까치꽃의 이름에는 '봄에 먼저 피어나 그 봄이 지날 때까지 지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제 옛 이름은 놓아주고 새 이름으로 봄까치꽃을 불러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꽃과 이름에 대한 유명한 시, 김춘수의 <꽃>을 옮겨 적습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화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라는 시 속의 구절처럼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로 봄날을 노래하는

'봄까치꽃'에게도 알맞는 이름이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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