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이야기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동서양을 통틀어 공통적으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수종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지수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번식에 성공한 나무이며, 우리나라만 해도 전체 산림면적에서 35%를 차지해 2위인 소나무조차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나무이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의 이름은 "진짜 나무", "眞木" 즉 "참나무"이다.

그런데 식물도감 어디에도 녀석의 이름은 없다.

참나무는 "도토리"라고 부르는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통칭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와 흡사한 사례는 들국화에서도 볼 수 있다.

들국화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산야에 피는 국화 비슷한 꽃들을 모두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이다.

이를테면 개미취 - 쑥부쟁이 - 구절초에 더해 산국 - 감국 - 해국 - 갯국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대표 이름이기 때문이다.

 

화두를 다시 참나무로 돌려 보자.

참나무의 학명은 Quercus인데, 라틴어로 "도토리(Acorn)가 열리는 나무(Oak)"라는 뜻의 고유명사이다.

이처럼 식물의 학명에 특성을 묘사하는 합성어가 아니라 특정의 고유명사를 직접 붙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이는 고대 로마시대만 해도 참나무가 그만큼 흔하고 일상과 밀착되어 있었음을 반증한다.

 

어쨌든 참나무의 정의 자체가 포괄적인 만큼 집안의 가솔들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500여 품종들이 있으며, 거의 대부분은 북반구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품종만도 12개에 이른다.

물론 이는 낙엽성과 상록성 식구들을 모두 합친 것이다.

 

낙엽성은 "떡갈 - 신갈 - 갈참 - 굴참 - 졸참 - 상수리" 6형제, 마찬가지로 상록성에도 "가시 - 종가시 - 참가시 - 졸가시 - 개가시 - 붉가시" 6형제가 있다.

이들 중에서 낙엽성 6형제는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상록성은 제주도와 남부 해안 일대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통상 참나무라고 하면 낙엽성 6형제만으로 국한해도 무난하다.

 

산행 중에 만나는 참나무 6형제를 모두 정확히 구분한다면 "왕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준이 되는 동정 포인트를 정하고 약간의 스토리를 입혀서 기억하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하지만 막상 실전 현장에서는 동정 포인트 하나만으로 구분이 어려울 때가 왕왕 있다.

특히 잎이나 잎자루는 변이가 흔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래의 "퀵 포인트"를 갖다 대어 후보를 좁히고, 다른 동정 포인트 하나 혹은 둘을 조합하면 백 프로 정답이 나온다.

 

<퀵 포인트>

- 떡을 싸도 될 만큼 입이 댑다 크다 싶으면  #떡갈

- 수피가 두텁고 푹신푹신, 굴피 지붕으로도 쓸만하다면 #굴참

- 잎이 신발 깔창 사이즈와 비슷하면 #신갈

- 봄에 가장 먼저 신엽이 나오면 #신갈

- 가을 늦게까지 잎을 달고 있다가 가는 넘은 #갈참

- 도토리가 장기판의 卒兵처럼 쬐깐하면 #졸참

- 밤나무처럼 잎이 좁고 긴 녀석이라면 무조건 #상수리 아니면 #굴참

 

<포인트 1> 도토리가 쓰고 있는 모자

 

- 털모자 : 시베리아용(떡갈), 북부용(굴참), 남부용(상수리)

- 뚜껑 모자 : 울퉁불퉁(신갈), 깔끔 몽땅(갈참), 깔끔 삐죽(졸참)

 

<포인트 2> 잎 가장자리의 결각

- 둥실둥실 큰 물결 : 떡갈

- 올록볼록 잔물결 : 신갈

- 뾰족뾰족 잔파도 : 갈참

- 톱니무늬 : 졸참

- 가시 달린 톱니 : 굴참, 상수리

 

<포인트 3> 입자루 유무

- 거의 없음 : 떡갈, 신갈

- 제법 길다 : 갈참, 졸참, 굴참, 상수리

 

<포인트 4> 잎 뒷면의 색깔

- 희끗희끗 회백색 ; 굴참, 갈참, 졸참

- 앞면 색깔과 비슷 : 떡갈, 신갈, 상수리

 

아울러 단풍 색깔이 주황 ~ 빨강으로 변하는 모습이 멋지고, 겨우내 마른 닢이 그대로 매달려 있어 푸근한 이미지를 주며, 최근 들어 조경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는 서양 참나무 2종에 대한 구분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대왕참나무(Pin Oak) : 잎의 결각이 심하게 깊어 흡사 임금 王자를 연상

루브라참나무(Red Oak) : 잎 중간 부근까지만 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