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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과 색채 - 팔색조의 마음 본문

관아觀我Guanah Story

색깔과 색채 - 팔색조의 마음

Guanah·Hugo 2025. 3. 20. 11:19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어느 날

나는 기나긴 꿈을 꾸었네


커다란 암흑의 동굴

그곳엔 오로지

빛이 들어올 수 없는

캄캄한 우주 속의 미로


단지

한가닥 실낙 같은

호스 하나로 숨 쉬며

이것이 세상과의 인연에

연줄이 되는

세상과의 연통이 되어갔네


나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의 사촌 외숙모

세상의 눈을 트게 해 주시고

거꾸로 매달린 채

올려다본 하늘


그것은

커다란 이슬을 머금은

커다란 두 눈과의 거대한

눈망울과 마주했는데


세상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눈물 방울 되어 떨어진

커다란 기쁨의 영롱한

샘물을 받아먹었다


이윽고

삼칠일 지나 삼삼오오 모여든

신나는 구경꾼들의

커다란 호기심에

나의 두 귀는 하늘로 쫑긋하고


그제야

백일이 지나서야

바깥세상의 하늘을 올려다보곤

세상에 나의 첫 눈물보다

더 큰 파란 눈을 바라보았네


이제는 돌지나

아장아장 나 홀로 걸어가고

앞만 보고 걸었을 때

세상의 커다란 벽과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곧이어

꽈당 뒤로 넘어졌을 때

또 다른 세계와 부딪혀

아까와는 다른 네모난 세계에

갇혀있는 나를 발견하곤

이내 서글픔에 울음을 터트렸지


어느덧 나도

제 발로 걷고 걸어갔을 때

이쪽 길로 가면

이 세상과 만나고

저쪽 길로 가면

다른 세상과 만나는


이 둘이 서로 공존하는

세상에 들어왔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나는 알고 싶지 않았네


이제는 나 홀로

세상과의 소통을 해야 된다는 것을


어쩌면

그분의 가르치심으로

하늘은 늘 푸르지만

구름과 바람이 늘 함께하고


대지는 늘 평온할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생명 탄생의 기다림


땅 위로 올라왔을 때와

대지 안에 있을 때와의 차이


나는 약관이 되어 출가를 하면서

세상의 이치와 순리가

늘 한쪽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렸을 때


이때 내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들이

하나둘씩 멀어지고

다시 옛 기억의 공유물이 되어

그곳에 함몰되어

묻혀버리고 말았네


내 나이 이제

하늘의 천명을 거슬리지 못하고

순응해 가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날


나는 감히

눈을 감을 수가 있었어


그동안

내 눈에 팔색조의 색감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인 줄 알았지


다음 날

어슴프레 실낙 같은

두 눈을  떴을 때


한 햇살에 눈부신 창가에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내 품에 안겼으니

그곳은 다시

태초의 진공 상태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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