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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의 꽃香詩향] 골담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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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의 꽃香詩향] 골담초

Guanah·Hugo 2025. 2. 13. 12:28

출처 :  커피통 2019' 호반인문학 | BAND

 

 

모처럼 중국 퓨전사극을 봤습니다.
그것도 무려 40부작 드라마를 말입니다.
“도화년(度华年)-회귀 로맨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임슬립(Time Slip) 드라마입니다.
‘화년(华年)’은 ‘젊은 시절이나 청춘’을 의미하니까,
주인공들이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度) 벌이는 로맨틱 드라마이겠구나,
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별거 중인 마흔 살의 남자주인공과 서른여덟 살의 여자주인공이 20년 전,
스무 살과 열여덟 살 결혼 전으로 돌아가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어긋난 사랑을 바로잡고,
함께 꿈꾸던 이상 세계를 완성함으로써,
과거의 새드 엔딩을 해피 엔딩으로 바꾼다는 뻔(?)한 이야기인데요.
작가의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
감독의 노련한 연출,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 때문인지 40부작이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극 중 여자주인공(평악공주 이용)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오늘 얘기하려고 하는 골담초(骨擔草)입니다.

먼저 고형렬 시인의 시 「꽃씨」를 읽어보겠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니,
드라마가 끝나고 이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에도,
불쑥 이 시가 떠오른 까닭입니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모든 꽃은 자신이 정말 죽는 줄로 안답니다
​꽃씨는 꽃에서 땅으로 떨어져
자신이 다른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답니다

사실 꽃들은 그것을 모르고 죽는답니다
그래서 앎대로 꽃은 사라지고 꽃씨는
또다시 죽는답니다

모진 추위에 꽃씨는 얼어붙는답니다
얼어붙는 꽃씨들은 또 한번 자신들이 죽는 줄로 안답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약속과 숙지가 없었습니다
오직 죽음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꽃씨들은
꽃을 피웠지만 다시 살아난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꽃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작년 꽃을 모릅니다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
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 고형렬, 「꽃씨」 전문


왜 이 시를 떠올렸는지 짚이는 게 없지 않지만,
굳이 이유를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혹시라도 드라마를 보게 되거든,
제가 왜 이 시를 떠올렸던 것인지,
그 까닭을 당신이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골담초가 과연 어떤 꽃인지 알아보도록 하지요.
정헌관의 『우리 생활 속의 나무』(어문각, 2008)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나무 이름을 지을 때,
쓰임새나 모양 같은 것을 많이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왔다.
골담초(骨擔草)가 그렇다.
약재로 쓰여지는데 뼈와 관계되는 약을 처방한다는 의미의 이름이다.
골담초의 다른 이름으로 금작목, 금작화, 금계인 등이 있는데,
이렇게 이름이 많은 것은 다재다능한 사람이 별명이 많듯이,
다양한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골담초는 아주 옛날 중국에서 들어온 꽃나무다.
키가 2.5~3.0m밖에 안 되는 관목류이지만,
5월에 피는 아름다운 꽃과 특이하게 생긴 잎이 약재로 널리 쓰이기 때문에,
가정집 뜰이나 오래된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비를 닮은 노란색 꽃이 사람들 시선을 끌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잎은 우상복엽인데 좌우 두 개씩의 귀엽고,
작은 잎이 모여서 큰 잎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노랑 꽃이 예쁘고 잎이 재미있게 생겼다고,
함부로 가까이하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중략)
골담초는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는 콩과식물로,
선비화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의미를 간직한 나무라고 생각된다.”

위의 인용문에 골담초를 선비화라고 부른다고 했지요.
선비화의 선비가 조선의 유학자를 가리키는 우리말로 혼동하면 안 됩니다.
선비화의 한자는 ‘禪扉花’이고,
‘선비(禪扉)’는 ‘절의 문’을 뜻합니다.
예로부터 절에서 골담초를 많이 심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선비화라는 이름이 붙었을 테지요.
이 선비화로 유명한 절이 영주 부석사입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는,
부석사 선비화와 의상의 관계를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부석사 선비화는 의상(義湘)이 중국 당나라에서 가져온 지팡이를 꽂은 곳에서,
잎이 나고 꽃이 핀 것으로 유래된다.
의상은 열반할 때
이 지팡이를 비와 이슬에 맞지 않는 곳에 꽂아두면,
지팡이에서 잎이 나고 꽃이 펴 우리나라의 국운이 흥할 것이다.
라고 예언하였다.
이에 문도들이 부석사 조사당 축대에 지팡이를 꽂았으며,
음력 4월 8일에 노란색 꽃이 피었다.
그 이후에도 국운이 흥하고 태평할 때에는 늘 잎과 꽃이 피었으나,
일제강점기에는 잎은 돋아도 꽃은 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함께 꽃이 피었다고 한다.
한편,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의상이 도를 통하고 장차 서역 천축(天竺)에 들어갈 때
평소 기거하던 요문(要門) 앞 처마 안에다가 지팡이를 꽂으면서,
내가 여기를 떠난 후 이 지팡이에 반드시 가지와 잎이 날 것이다.
이 나무가 말라 죽지 않으면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라.
라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영주 부석사 조사당[국보 제19호] 추녀 밑에 철망을 둘러 선비화를 보호하고 있다.

― 『향토문화전자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

한편 골담초 꽃 모양이 옛날에는 버선을 닮았다고 해서,
버선꽃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골담초가 선비화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절이 부석사라면,
골담초가 버선꽃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절이 바로 덕숭산 수덕사입니다.
수덕사의 창건 설화에 버선꽃이 나옵니다.
수덕 도령과 덕숭 낭자에 관한 전설인데요.
내용이 좀 길어서 자세한 내용은,
수덕사 홈페이지를 찾아보시면 될 듯합니다.
대신 시를 한 편 소개합니다.
 
최문자 시인의 시
수덕사 버선꽃
은 바로 이 전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요.


꽃 안에 절이 있다
가던 길 멈추고
사랑을 물을 수 있다는 버선꽃이 있다기에
덕숭낭자가 되어 수덕사로 갔다
뽀얀 흰 버선 한 짝 신고
수덕도령 만나러 갔다
언제나
사냥터 먼 발치서 바라보던 수덕도령에게 잡혀
벗겨진 버선 한 짝
평생을
버선 한 짝 신고 살았을 덕숭낭자
평생을
버선 한 짝 쥐고 살았을 수덕도령
잔불 끄지 못하고
몇 번이나 지은 절 불태울 때
반짝이는 별에게 물었다
버선 한 짝의 사랑을 물었다
수덕사 대웅전 축대 위를 오르며
층계 중간쯤 서서 보았다
노랗게 버틴 버선꽃
버선 한 짝씩 나눠 가진
다 타버린 사랑의 자리
그 꽃이 있던 그 자리가 수덕사냐고
오랜 뒤
덕숭낭자가 되어
수덕사에게 물었다
평생 한쪽 발이 시렸을
사랑을 물었다
아직도 한쪽 맨발로 노랗게 서 있는
꽃 안의 절에게 물었다
한 슬픔이 갸우뚱 내민 얼굴 버선꽃과
하루종일 놀았다

― 최문자, 「수덕사 버선꽃」 전문


골담초는 봄날 샛노랗게 피었다가 분홍으로 지는 꽃입니다.
누군가는 그 꽃의 모양을 보고 나비를 닮았다 하고,
또 누군가는 버선을 닮았다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뼈가 시리도록 뼈에 사무치도록,
그립다 해서 골담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사무치도록 그리운 골담초라면,
마땅히 이런 시를 떠올려야겠지요.
 
박규리 시인의 시 「천리향 사태」입니다.


글쎄 웬 아리동동한 냄새가 절집을 진동하여
차마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어젯밤 산행 온 젊은 여자 둘
대체 그중 누가 나와 내 방 앞을 서성이나
젊은 사미승 참다못해 문을 여니
법당 뒤로 언뜻 검은 머리 숨는 게 아닌가
콩당콩당 뛰는 가슴 허리춤에 잡아 내리고
살금살금 법당 뒤로 뒤꿈치 들고 접어드니
바람처럼 돌담 밑으로 스며드는 아,
참을 수 없는……내……음……오호라 거기라고,
거기서 기다린다고 이번에는
헛기침으로 짐짓 기별까지 놓았는데
이 환.장.할.봄날 밤, 버선꽃 가지 뒤로
그예 숨어 사라지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걸
피차 마음 다 흘린 걸
밤새 동쪽 종각에서 서쪽 아래 토굴까지
남몰래 돌고 돌다가 저 아래 대밭까지 돌고 돌다가
새벽 도량석 칠 때까지 돌고 돌다가
온 산 다 깨도록 돌고 돌다가
이젠 오도가도 못해서 홀로 돌고 돌다가
……천리향, 천리향이었다니
……눈물 핑 돌아서

― 박규리, 「천리향 사태」 전문


올봄에는 부석사든 수덕사든 가셔서,
골담초와 함께 환장할 봄날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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