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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와 레안드로스(Hero and Leander)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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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와 레안드로스(Hero and Leander)

Guanah·Hugo 2025. 1. 1. 00:13

출처 :  미술로 여는 세상 | BAND

 

'레안드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비도스의 청년이다.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세스토스 섬에 사는 처녀 '헤로'를 사랑하여 매일 밤 헤엄쳐서 해협을 건너다,
어느 날 폭풍을 만나 물에 빠져 죽었다.
다음 날 바닷가에 밀려온 연인의 시체를 보고 '헤로'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Domenico Fetti, Hero Mourning the Dead Leander.
 

Hero And Leander Painting by Salvator Rosa.
 

Pierre-Claude Delorme, Héro et Léandre.
 

헤로의 마지막 시선 The Last Watch of Hero by Frederic Leighton,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애틋한 사랑

지금은 다르다넬스라고 불리는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두고 벌어지는 헤로와 레안드로스 이야기이다.
레안드로스는 아비도스의 청년이었고,
헤로는 그 맞은편 아시아 쪽에 있는 세스토스의 아프로디테 신전의 여사제였다.

그들은 우연히 아프로디테의 신전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지만,
레안드로스의 부모가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레안드로스의 부모는 아들이 헤로를 만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아프로디테 신전의 사제는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루이 마리 바데, <헤로와 레안드로스> 1866년

공인된 커플이라면 레안드로스가 날씨 좋은 날에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너 세스토스로 가서 만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낮에 드러내놓고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밤 데이트였다.
 

Evelyn de Morgan - Hero Holding the Beacon for Leander, 1885

매일 밤 레안드로스는 폭이 좁은 곳을 골라 헤엄을 쳐 해협을 건넜다.
그러면 반대편 높은 탑 위에서는 헤로가 횃불을 밝혀 레안드로스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다.

아비도스의 청년 레안드로스와 세스토스 아프로디테 신전의 사제 헤로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의 전형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Peter Paul Rubens, Hero and Leander. 1605

그날도 레안드로스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비도스 해안을 출발했다.
떠날 때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바다도 잔잔하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해협 중간쯤 다다랐을 때 갑자기 폭풍우가 일었다.
 

Hero finding Leander, by Ferdinand Keller.

헤로가 흔들리는 횃불로 비춰 보니 거친 파도가 연인 레안드로스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
레안드로스는 몇 번이나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 쳐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했다.
그 순간 거친 바람에 그녀가 들고 있던 횃불마저도 꺼져 버렸다.
그녀는 밤새 그곳에 서서 하릴없이 레안드로스를 기다렸다.
 

Jean-Joseph Taillasson, Hero and Leander
 

Hero and Leander


독일 작가 실러는 '헤로와 레안드로스'라는 시에서 이때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폭풍우는 더욱 미쳐 날뛰고
바다는 높이 산더미처럼 솟구치고
부풀어 오르더니 거친 파도 물거품 일으키며
절벽 밑에서 부서진다
참나무 용골로 된 배조차도
부딪히면 산산 조각이 날 지경이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이정표였던 횃불도 꺼진다
바다에는 공포가 드리우고
상륙하기조차 두렵다.

그녀는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한다
폭풍우에게 명하여
파도의 분노를 가라 앉혀 달라고
그리고 맹세한다, 거친 바람에게
풍성한 제물
황소 한 마리도 뿔을 황금으로 장식하여 바치겠노라고.
바다의 모든 여신들에게
하늘의 모든 신들에게
그녀는 탄원한다, 폭풍으로 출렁이는 바다에 향유를 부어 진정시켜 달라고.
 

윌리엄 에티, <헤로와 레안드로스> 1828년,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런던

아침이 되자 세스토스의 탑 바로 밑 해안으로 시체 한 구가 밀려 왔다.
뜬눈으로 날을 샌 헤로는 탑 위에서 그 시신을 내려다보고 그게 누구인지 금방 알아보았다.

헤로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시신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후 그녀는 조용히 옷자락을 나부끼며 탑 가장자리로 올라가더니 레안드로스의 시신을 향해 몸을 던졌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 2009. 11. 9., 바다출판사)
 

Hero laments the dead Leander by Jan van den Hoecke.
 

Hero mourns the dead Leander by Gillis Backereel.
 

다비드 테니에르 2세, <헤로와 레안드로스> 17세기경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1837년
 

Hero and Leander
 

Hero and Leander
 

William Etty (1787–1849), Hero Waiting for Leander.
 

William Etty(1787~1849), Hero and Leander, 1827
 

Ludwig von Hofmann-Zeitz, Hero and Leander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Baron Byron, 1788~1824)은,
그의 시 ‘아비도스의 신부’에서,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사랑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이 사지를 부력 좋은 물결이 날라다 준 일이 있었으니
바람이 헬레의 바다 위를 세차게 불고 있다
저 무서운 폭풍이 밤바다를 휘몰아치던 그 때처럼
그 때, 에로스는 구하러 나와서도 깜빡 잊고 구하지 못했다

저 용감한 미남자
세스토스 처녀의 유일한 희망을
오, 그 때 오직 한 하늘가에 탑 위의 횃불이 반짝였다
그리고 불어오는 강풍과 흩날리는 포말과
울부짖는 바닷새들이 돌아오라고 일렀지만
머리 위의 구름, 눈 아래의 바다가 신호를 보내고 소리를 질러 가지 말라고 일렀지만
그에게는 공포를 예고하는 소리도, 신호도
들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저 사랑의 빛
멀리서 빛나는 단 하나의 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귀에는 오직 헤로가 부르는 노래
그대 거친 파도여, 사랑하는 이들을 너무 오래 갈라놓지 말아다오
이 노래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옛이야기, 그러나 사랑은 늘 새로워서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어 이 또한 진실임을 증명하게 하라
 

<알바니아 의상을 입은 바이런> 1835년경.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바이런은 헤로와 레안드로스 신화를 예술로만 승화시킨 게 아니었다.
직접 레안드로스가 되기도 했단다.
바이런은 콘스탄티노플을 여행하던 중 바람이 불어 배가 운행을 못하게 되자,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헤엄쳐서 건넜다고 한다.
그의 수영 실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바이런은 당시 한 쪽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었다.
이 무모한 도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쨌든 바이런의 이런 무모한 도전은 훗날 다르다넬스(헬레스폰토스) 해협을 건너는 수영대회를 열리게 했고,
급기야는 올림픽 종목에 수영이 포함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러브 스토리가 세계적인 시인 바이런에게 예술적 영감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바이런의 기행을 거쳐 수영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사랑의 감동이 사랑 그 너머 아득한 곳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Héro et Léandre, by Georges Diebolt, 1861
 

터키 연안 다다넬즈 해협에 세워진 이른바 레안드로스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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