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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觀我Guanah Story

그리스 신화 속 괴물들

Guanah·Hugo 2024. 12. 11. 05:12

출처 :  미술로 여는 세상 | BAND

 

모든 신화에는 예외 없이 야수와 괴물들이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이 영웅으로 입신하기 위해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중 하나가,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무고한 공주를 위협하는 괴물을 처치하는 일이라는 것을 돌이켜 볼 때,
신화 속에서 야수들과 괴물들은 영웅의 비범함과 고결함을 증명하기 위한,
반대급부로 흥미로운 대립 쌍을 이룬다고 하겠다.
영웅의 신성한 지위는 기묘하고 흉측한 몰골을 지닌 괴물들의 존재를 통해서 보장되는 것이다.
 

프레더릭 레이턴 경, <페가수스를 탄 페르세우스> 1895-1896년, 레스터 뉴 워크 박물관.

대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피조물들은 인간과 실제 동물을 결합하거나,
여러 동물들을 부분적으로 결합한 혼성의 변종 생명체들이다.
추악한 괴물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신마(神馬) 페가수스가 태어났고,
페르세우스와 벨레로폰은 이 말을 타고 괴물을 무찔렀다.
 

Joos de Momper, 헬리콘 산의 뮤즈들과 페가수스 [Helicon or Minerva's Visit to the Muses]
 

앵그르, <안젤리카를 구출하는 루지에로> 1819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시인 아리오스토가 쓴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의 주인공 루지에로,
말의 몸에 독수리 날개와 머리를 가진 괴물 히포그리프를 타고 다녔다.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앵그르는 이 주제를 여러 번 그림으로 그렸는데,
여기서 루지에로는 페가수스를 타고 다닌 페르세우스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그도 예외 없이 사슬에 묶여 있는 벌거벗은 처녀를 구출했는데,
오른쪽 하단에 공주를 위협하는 바다괴물을 볼 수 있다.
 

보티첼리,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1482년경,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또 다른 말의 변형으로는 켄타우로스가 있다.
머리와 상체는 인간이지만,
허리 아랫부분은 말의 형상을 하고 있는 켄타우로스는,
육욕이나 술주정 등 인간의 동물적인 속성을 대변하는 존재다.

이들은 거칠고 야만적인 행동으로 악명이 높은데,
보티첼리가 그린 <아테나와 켄타우로스>에서,
얇은 드레스로 여성적인 곡선미를 한껏 드러낸 아테나 여신이 한 손에는,
미늘창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켄타우로스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다.
곤혹스러워하는 켄타우로스는,
여신의 지혜와 문명의 빛으로 자신의 야만성을 들킨 것 같은 표정이다.
 

윌리암 아돌프 부그로, <님프와 사티로스> 1873.

켄타우로스와 마찬가지로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의 몸을 가진 사티로스는,
한적한 전원에 살며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수행하는 술꾼이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 또는 판과 동일시 되는 사티로스는,
장난꾸러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하거나,
나이가 든 경우에는 넘치는 정욕을 주체할 줄 모르는 호색한으로 그려진다.
 

피에로 디 코시모, <님프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티로스> 1495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러나 15세기 말 이탈리아의 화가 피에로 디 코시모가 그린 사티로스는 예외다.
염소의 귀와 다리, 발굽을 가진 사티로스가,
목에 상처를 입고 쓰러진 님프를 발견하여 부드럽게 그녀를 애도하고 있다.

수평의 긴 구도로 보아 특정 벽면이나 가구를 장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 그림은,
고대의 신화나 그것을 각색한 르네상스 희곡의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관례대로 탐욕스러운 욕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다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티로스는,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개의 비통한 표정으로 그 신비로움이 한층 고조되었다.
 

기원전 530년 전에 만들어진 <스핑크스 석상> 그리스 아티카.

한편 스핑크스는 여자의 머리에 사자의 몸, 날개를 가진 괴물인데,
테베 성 밑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길을 막고,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이 무엇이냐?”
라는 수수께끼를 내서 풀지 못하는 사람은 바로 잡아먹었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이곳을 지나던 오이디푸스가,
아이 때는 기어다니고,
자라서는 두 발로 걷고,
나이 들어서는 지팡이를 짚는 인간이라고 정답을 말하자,
스핑크스는 스스로 바위산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애초에 스핑크스는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는데,
파라오의 무덤을 지키던 스핑크스는 남성이었으나,
19세기 유럽에 등장했을 때는,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를 가진 매혹적 모습으로 변신했다.
 

페르낭 크노프, <스핑크스의 애무> 1896년, 브뤼셀 벨기에 왕립미술관.

벨기에의 상징주의 화가 페르낭 크노프는 남자를 유혹하는 도발적인 스핑크스의 모습을 그렸다.
서구 제국주의가 아프리카를 침략하면서,
이국적인 신화에 대한 관심이 스핑크스를 파괴적인 힘을 가진,
불가사의한 요부 ‘팜므 파탈(femme fatale)’로 부활시킨 셈이다.

남자의 벗은 상반신을 앞발로 감싸며 관자놀이에 자신의 뺨을 비비는 음험한 스핑크스는,
19세기 말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에로틱한 욕망이 빚어낸 환상적인 도착증의 산물이다.
 

William Blake's image of the Minotaur to illustrate Inferno XII.
 

조지 프레데릭 와츠, <미노타우로스> 1885년, 테이트 미술관, 런던.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무찌른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인간의 몸에 황소의 머리를 가졌다.
크레타의 미궁 속에서 제물로 바친 소년 소녀들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로스의 횡포를 참지 못한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괴물을 처치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로스는 주로 무지막지한 정욕과 파괴적인 본능을 상징한다.
 

Pablo Picasso, Minotaur guide blind girl in IVb night, 1934
 

파블로 피카소, <미노타우로스와 죽은 암말> 1936년, 파리 피카소 미술관.

20세기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자신을 미노타우로스와 동일시하여,
1930년대 중반 미노타우로스 신화를 주제로 동판화 연작과 여러 습작을 제작했다.
신화를 개인적으로 해석한 피카소는 <미노타우로스와 죽은 암말>에서,
미노타우로스가 목을 비틀어 죽인 것처럼 보이는 암말을 팔에 안고 동굴에서 뛰쳐나오는 장면을 그렸다.

피카소에게 황소 머리를 한 이 괴물은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존재였으며,
특히 이 그림에서는 강렬한 욕망과 난폭한 잔인성을 드러내고 있다.
선량하게 보이는 눈에 비해,
한 손에는 죽은 말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은 베일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그를 응시하는 여인을 향해 단호하게 내젓고 있다.
왼쪽 어두운 동굴 속에서 간청하듯 내뻗은 두 손을 볼 수 있다.

당시 곧 스페인 내전으로 치닫게 되는 혼란스러운 사회적·정치적 사건으로,
피카소는 괴로운 심정이었으며,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연인 도라 마르를 만나 몇 년째 동거하며,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마리-테레즈를 떠나야 하는 혼란스러운 시절이었다.
 

허버트 드래이퍼,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1909년, 페렌스 미술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1891년,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워터하우스의 <오디세우스와 세이렌>에는,
영웅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날개달린 괴물 세이렌이 등장한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군을 승리로 이끈 뛰어난 지략의 장수다.
귀향길에 그는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를 만나고,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공격으로 위험천만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으며,
로투스 열매를 먹고 시름을 잊은 부하들을 구해내는 등 숱한 모험을 겪는다.

날개달린 괴물 세이렌은 노래를 불러 항해하는 배들을 난파시켰는데,
이 그림에서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게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 노래를 듣고 싶어 돛대에 몸을 묶고 노래를 듣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피에로 디 코시모,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페르세우스> 1510년경,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 <헤라클레스와 히드라> 1475년경,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마지막으로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볼 수 있는 상상의 동물,
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안드로메다를 위협한 바다괴물 케투스나,
벨레로폰이 처단한 키마이라,
헤라클레스가 무찌른 물뱀 히드라,
카드모스가 살육한 용 등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용의 변종들이다.
 

Hendrick Goltzius, Cadmus fighting the Dragon.

카드무스가 무찌른 마르스의 용은,
머리에 황금 볏을 달고,
눈에서 불을 내뿜으며,
온몸에는 독이 가득하고,
입 안에는 세 겹으로 된 날카로운 이를 가졌다고 한다.
벨레로폰이 처단한 키마이라는,
사자의 머리에 뱀의 꼬리,
염소의 몸통을 가졌으며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다고 한다.

고대 이후 용은 서양의 신화 체계에 꾸준히 등장하지만,
중세 이후에는 기독교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독교의 은총을 받지 못한 미개하고 사악한 존재를 대변하게 되었다.
 

파올로 우첼롤, <성 게오르기우스와 용> 1456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이탈리아의 화가 파올로 우첼로가 그린 <성 게우르기우스와 용>은 그러한 경우를 보여주는데,
여기서 용은 그리스도의 전사 성 게오르기우스가 무찌르는 비기독교인을 상징한다.

그림에서 성 게오르기우스는 용을 붙잡아 바로 죽이지 않고 눈을 멀게 하여,
역설적으로 기독교의 빛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묘사되었으며,
더욱이 여기서 용은 공주가 붙잡고 있는 줄에 애완동물처럼 묶여 있어,
기독교의 완전한 승리를 표현했다.
 

Cadmus fighting the dragon. Painting from a krater in the Louvre Museum.

흥미로운 것은 동양에서 용은 두렵기는 해도 상서로운 존재였다면,
서양의 용은 파괴적일 뿐만 아니라 사악한 존재와 동일시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와 문화의 특성에 따라 상상의 동물에 부여되는 코드는 상이하다고 볼 수 있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무찌르는 영웅들의 모습은,
많은 미술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며,
괴물들의 흉측함에 대비되어 영웅들의 고결함은 한결 밝게 빛났다.
 

<Odysseus and Scylla>

괴물과 변종을 그려내는 인간의 상상력은 최근까지 그 전통을 면면히 잇고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괴물들이나,
영화 ‘에일리언’의 우주괴물,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각종 상상의 피조물들,
‘고질라’에 이어 국내 영화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러 괴물들의 존재는,
고대로부터의 계보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고 하겠다.
 

Cadmus Sowing the Dragon's teeth, by Maxfield Parrish, 1908.

괴물은 인간의 본능적인 면을 반영하는 반면,
신에 한 발 가까이 간 영웅의 고결함과 신성함을 돋보이게 하는 반대급부로서,
신화 속에서 매우 필수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영웅과 괴물은 인간의 양면성을 그리기 위한 매우 아이러니한 한 쌍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권영진(미술사)/ 미술과 신화/ 신화 속 괴물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네메아의 사자를 처치하는 헤라클레스> 1634년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Hercules Fighting with the Lernaean Hydra], 1634년
 

안니발레 카라치, <헤라클레스의 선택> 1596년경
 

<헤라클레스의 광기> 일명 마드리드 크라테르. 적색상 도기, 기원전 350년경. 마드리드 고고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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