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 觀我 Story

몽산포 - 몽산포 동죽 본문

관아觀我Guanah Story

몽산포 - 몽산포 동죽

Guanah·Hugo 2024. 8. 4. 23:55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몽산포에 가면

사랑이 떠나와 있다


나는 사랑을 캐러

몽산포 앞바다 해변에

밀물일 때 조개를 캐었다



처음에는 첫사랑처럼

어설프게 캐었는데

그렇게 한 곳을

깊게 파이도록 하여도

조개는 나오지 않는다



이후 나는

밀물일 때

물이 남아있을 때

호미질을 얕게 하고



썰물일 때

물이 모두 빠져나 갔을 때

나는 호미질을 깊게 한다



호미질

넓은 바다 백사장

이곳이 명사십리가 아니면

어디겠는가



드넓은 백사장에는 

아낙네들이 즐비하게

바짓가랑이 훑어 매고



저마다 색다른

조개 캐는 장비들이

이색적이고 다채롭다



이윽고

한창 밀물일 때  물오른 조개를

캐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사랑의 행운이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

그 깊고 넓음의 차이



물때를 가늠하여  

오랜 노고를 하지 않게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나는

달과 바다와의 관계가

꼭 너와 내가

만났을 때와 같은 것처럼



바다는 늘

나를 품는 존재지만

달의 후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너는

우연찮게 나의 호미질에 채굴되었다



그 뿌듯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더 이상의 여러 곳을 탐험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이미 나는

나를 기다리는 이의 밥상 위에



오늘의 저녁 밥상은

바다처럼 깊고 깊은

그대의 넓고 넓은 마음이 하나 됨을



오늘 밥상 위 조갯국을 끓여줄

그대가 부엌에 보글보글 소리 내며

끓고 있는 조개가 입을 딱

벌어졌을 때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한 조개를 건져 올려

처음엔 조개국물을

이후에는 조갯살을 발라먹었다



뭍에서 너에 대한 

대지의 흙내음을 맡으면

나는 논밭에서 땀으로 떨어져 일궈낸

살아가는 이유를 네게서 찾고


백사장에서 너에 대한

바다의  짬쪼름한 냄새를 맡고 나면

나는 갯벌에서 조개를 캐어

하루 해감을 기다리는 너를 위해



오늘도 꿈꾸며

캐다 만 조개에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훗날 다시 이곳에 오면

그때의 기억을 회자하며

다시 너를 이곳  

몽산포로 불러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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