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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이야기

Guanah·Hugo 2023. 9. 13. 06:32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가을꽃은 보라색이 주류이다.

용담, 벌개미취, 금강초롱, 물봉선, 꽃향유, 배초향, 층꽃나무 그리고 투구꽃 등이 그러하다.

꽃의 색깔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흰색이고,

그다음이 핑크와 레드, 그리고 노랑 순이다.

가장 비중이 낮은 것이 보라색 계통인데,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보라색 꽃들은 유독 가을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가 궁금해진다.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식물들이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을 단풍의 색깔이 빨강과 노란색이 주류이므로 그 틈바구니에서 가급적 두드러져 보이려면 그와 대비되는 색상인 보라색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을햇살에는 적외선보다 자외선이 상대적으로 풍부해서 보라색이 더 선명하고 곱게 보인다는 것이다.

 

보라색 야생화 중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투구꽃이다.

9월 중하순이 절정기인데,

꽃잎의 색깔이 연녹색에서 점차 보라색으로 물들어 가면서 만개한다.

꽃달림 모양은 더 흥미롭다.

옛날 무사들이 머리에 덮어쓰던 투구를 연상케 하는데,

흡사 출전을 앞두고 결연한 표정으로 열병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영화 "각시투구꽃의 비밀"로도 많이 알려진 대로 투구꽃은 맹독성으로 유명하다.

특히 "초오(草烏)"라고 불리는 투구꽃 뿌리는 사약의 주재료로 사용되었다.

장희빈이 그토록 마시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그 사약도 그랬다.

청산가리보다 수천 배 강한 물질이 신경계를 마비시켜 10분 이내에 심장을 멎게 한다고 하니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 투구꽃 뿌리, 초오(草烏)와 장희빈의 사약 >

 

그런데 20년 전 이웃나라 일본에서 투구꽃의 이러한 독성을 이용해,

저지를 희대의 살인사건이 전 세계에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3명의 아내를 차례로 독살한 것이,

언론과 법의학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마침내 전모가 밝혀진 것이다.

 

놀랍게도 40대 남자 범인은 투구꽃과 정반대로 작용하는 복어의 독을 절묘한 비율로 배합해서,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한쪽의 독성이 나타나도록 함으로써 알리바이를 만들었던 것이다.

식물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이 어떻게 그러한 지식을 습득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수년동안의 집요한 실험을 거쳐 그 배합비율을 찾아냈다는 것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결국 범인은 무기징역형으로 수감 중에 암으로 죽었는데,

그 또한 스스로 그가 계산한 선택이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 각시투구꽃 >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새 버렸는데,

도대체 식물들이 왜 이런 독성물질을 체내에 축적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자손을 지키려는 본능 때문이다.

 

< 흰투구꽃 >

 

투구꽃의 경우 씨앗으로도 번식을 하지만 주로는 뿌리로 번식을 한다.

특이하게도 어미뿌리는 쇠퇴하고 새로 뻗은 덩이뿌리에서만 이듬해 싹이 돋는다.

그러니 묏돼지나 두더지 등이 덩이뿌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한 독성으로 무장한 것인데,

자손에 대한 애정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 협죽도 vs 천남성 >

 

같은 이유로 잎과 줄기에 맹독성이 있는 "협죽도"의 경우에는 벌레나 동물의 접근에서 자유롭기 위해,

"천남성"은 귀한 열매를 지키기 위해 독을 품고 있다.

 

< 쇠뿔투구꽃 >

 

투구꽃 집안의 족보도 따지고 들면 머리가 아프게 복잡하다.

식물학자가 아닌 이상 이름을 굳이 세분화해서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꽃색깔이나 잎모양으로도 구분을 한다.

돌쩌귀, 놋가락나물, 그리고 진범도 한 집안이다.

 

< 놋젓가락나물 >

 

< 투구꽃 집안의 친척들 >

 

- 투구꽃

- 흰투구꽃

- 노랑투구꽃

- 선투구꽃

- 각시투구꽃

- 세뿔투구꽃

- 한라돌쩌귀

- 노랑돌쩌귀 (백부자)

- 놋젓가락나물

- 진범

- 흰진범

................................

< 진범 vs 흰진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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