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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꽃 무궁화 이야기

Guanah·Hugo 2023. 2. 14. 09:01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한여름 염천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쌩쌩 해맑은 얼굴을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는 꽃들이 있다.

여름꽃의 대명사인 능소화, 배롱나무, 나무수국 그리고 무궁화가 그들이며, 모두 꽃이 두드러지는 나무를 일컫는 "화목(花木)"이다.

줄기의 구조가 단단하지 못한 초본(草本)으로는  삼복의 무더위와 겨울의 엄동설한을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꽃의 이름에 "무궁(無窮, 다함이 없는)"이라는 묵직한 수식어가 붙어있으며, 반만년의 역사를 끈질기게 이어온 한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나라꽃(國花)이 무궁화(無窮花)이다.

무궁화가 인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 들어온 것은 단군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우리 민족에게는 가장 오래된 꽃이고 나무인 셈이다.

또한 목단 - 작약 - 백합 - 봉선화처럼 무궁화도 한중일이 동일한 한자어 이름을 사용하는 꽃이며, 당초의 이름 "목근화(木槿花)"가 발음이 부드럽게 변하면서 "무궁화"가 되었고, 그 후 뜻이 덧붙여져 "무궁화(無窮花)"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개화 기간이 긴 꽃들의 공통적 특징이 그러하듯이 무궁화 역시 꽃 한 송이의 수명은 하루밖에 되지 않지만 곁가지에서 새로운 꽃눈을 계속 만들어 낸다.

무궁화의 경우는 새벽부터 피가 시작해 아침 시간에 만개했다가 오후가 되면 꽃잎을 닫고 떨어진다.

꽃잎 다섯 장의 끝부분이 서로 붙어 있는 구조라 시들지 않고 꽃송이채 그대로 땅에 떨어진다.

동백 - 능소화 - 접시꽃처럼 이른바 '통꽃'들이 보여주는 짧고 깔끔한 마무리를 하고 떠난다.

 

무궁화가 나라꽃이 된 것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 선각자들이 꺼져가는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상징으로 사용했던 것이 그 시발점이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애국가의 후렴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 들어가면서 나라꽃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고, 해방 이후 정식으로 국화로 채택되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나라꽃이 정해지는 것은 주로 지배계층의 몫이었다.

하지만 무궁화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민중의 지지를 받아 국가에서 그것을 받아들인 형태이다.

 

그러나 한 때 일각에서는 통일 한국 시대를 고려하면 무궁화보다는 진달래가 나라꽃으로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제기된 적이 있다.

무궁화가 가뭄과 더위에는 강하지만 내한성이 영하 20도 정도여서 한반도의 북부지역에서 자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5공 군사정권 시절에는 "포기하면 안 된다. 눈물 없이 피지 않는다"는 노랫말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심수봉의노래 "무궁화"가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과거 일제는 무궁화가 하루도 채 못 가는 조개모락(朝開暮落)의 저금한 꽃으로 비하하면서 벚꽃으로 바꿔 심게 하고 무궁화를 베어 오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는 치사한 짓도 했다고 한다.

그러한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정부의 권장으로 품종 개량이 이루어져 꽃색 - 꽃 모양 - 개화기간은 물론 내한성 - 내공해성 - 내병해성에서도 괄목할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에 힘입어 국립현충원, 광화문 광장 - 세종시, 부산, 수원, 홍천, 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무궁화 축제도 열리고 테마 공원도 생겨났다.

 

국내에서 개발된 무궁화의 품종은 배달계 - 아사달계 - 단심계 3가지로 대별되며, 각각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배달계 : 꽃잎은 물론 꽃술까지 순백색

- 아사달계 : 단심 부분이 크고, 꽃잎에도 무늬가 있음

- 단심계 : 꽃의 중심부가 붉다 하여 단심(丹心), 꽃잎색에 따라 백단심(白丹心) - 적단심(赤丹心) - 자단심(紫丹心) - 청단심(靑丹心)으로 구분

 

한편 무궁화(Hibiscus)는 아욱과에서도 가장 큰 집안을 이루고 있으며, 수백여 가솔들을 거느리고 있는 종갓집 수준이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으로도 건너가 수많은 품종으로 개량되어 관상용이나 약용 또는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화(國花)로, 하와이에서는 주화(州花)로, 유럽에서는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덴마크의 한 육종회사는 하와이무궁화(실제로는 중국이 원산)를 가져가 개화기간을 더 늘리고 키를 작게 하고 색상을 다양하게 한 품종을 개발해 대박을 쳤다.

 

<대표적인 무궁화 유사종들>

 

- 무궁화(Hibiscus syriacus)

- 하와이무궁화(Hibiscus rosa-sinensis, 중국 원산)

- 덴마크무궁화(Hibiscus rosa-sinensis "HibisQs")

- 물무궁화(단풍잎촉규화, Hibiscus coccineus)

- 산호무궁화(Hibiscus schizopetalus)

- 부용 / 미국부용(Hibiscus mutabilis / moscheutos)

- 로젤(Roselle, Hibiscus sabdariffa, 꽃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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