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우상복엽 옻나무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병 주고 약 주는 나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무가 있다.
바로 '옻나무(漆, 칠)'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해 심하면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독이 되지만, 식용은 물론 도료나 약재로서 신비한 효능을 갖고 있는 나무이다.
옻나무 근처에만 가도 옻을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을 생으로 씹어먹어도 멀쩡한 사람도 있다.
직접 만지지 않아도 옻을 타는 이유는 독성물질인 "우르시올"이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주로 소양인 체질의 사람들이 옻에 취약한데, 한국인의 약 30%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흑인은 옻을 전혀 타지 않는데, 백인들은 100%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옻나무 근처에는 해독에 특효가 있는 나무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칠해목(漆解木)"이라고도 불리는 "까마귀밥나무" 일명 "까마귀밥여름나무"이다.
빨간 열매가 멋진 까마귀밥나무의 잎과 줄기를 달여서 먹거나 옻닭이나 옻차에 넣어 함께 끓이면 신통하게도 옻독이 없어진다.
조물주의 배려인 지는 몰라도 이쯤 되면 병 주고 약 주는 나무가 빈말이 아닌 것은 확실한 셈이다.^^

(까마귀밥나무)
신기하게도 옻은 그냥은 마르지 않고 습도 70%에 약간의 열을 가해 주어야 마른다고 한다.
처음 수년간은 새까만 검은색이다가 서서히 진한 갈색으로 변해 간다.
"칠흑 같은 밤"에서 칠(漆)이 바로 옻이다.
이를테면 옻의 성분을 구성하는 분자의 구조가 오랜 세월에 걸쳐 변하는 만큼 매우 안정적이라는 반증이다.

한반도에서 우리 선조들이 옻을 활용한 기록은 놀랍게도 기원전인 5,000년 전 선사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출토된 목재유물에서 옻칠을 한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이미 옻의 해독 방법은 물론 뛰어난 방부 / 방식 기능이 있는 것을 알고 생활 도구나 무기에 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옻의 효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방수 / 방충 / 방염 / 방음 / 절연 효과에 이르기까지 파고들수록 신비한 기능들이 드러난다.
목판인 팔만대장경의 보존도 옻칠을 한 보관고 덕분이고, 삼국시대 불상이나 왕관 장신구 등 청동이나 철제에도 옻칠을 했기 때문에 원형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한다.

이뿐만 아니다.
옻(漆, 칠)은 안료나 소재와도 잘 융합하기 때문에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고, 나전칠기와 같은 멋진 예술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게다가 방음과 절연 기능 말고도 전자파를 흡수하는 기능도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최정예 스텔스 전투기에도 옻칠이 들어간다는 소문도 있다.
여하튼 이를 일찌감치 눈치챈 일본은 군사용 무기의 부식 방지용으로 옻을 사용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 전국의 자생지마다 옻나무의 수령 / 수고 / 수량까지 관리하면서 수탈해 갔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수십 군데의 옻나무 연구소가 있을 정도로 열기가 높으면, 최근에는 옻칠을 한 도시락(벤또), 전기밥통, 해저광케이블 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봄에 수확해 나물로 먹는 대표적인 나무순 중에서 맛을 기준으로 꼽는다면, '옻나무', '참죽나무', '두릅나무'인데, 어린 순을 따서 살짝 데치면 독이 없어져 초장에 찍어 먹거나 국에 넣으면 맛이 일품이다.

(참옻 vs 개옻 vs 붉나무)
또한 연중 어느 때든 먹을 수 있어 가장 흔하게 접하는 옻닭에는 수피를 넣고, 가공식품에는 원재료 그대로인 생칠(生漆)이 아니라 불에 졸여 즙액으로 만든 화칠(火漆)이 들어간다.
닭고기가 옻의 독성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육질도 쫄깃해지고 항암 성분 등 약효까지 스며들어 고급의 건강 보양식이 된다.

동아시아와 동남아 및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옻나무(학명 Rhus)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지만, 국내에서 볼 수 있는 품종은 이 애와 같이 6가지이다.
이 중에서 산야에서 자생하지 않아 재배하는 것은 중국에서 도입된 '참옻나무' 뿐이다,
참옻은 개옻에 비해 독성이 약하고 맛이 월등하다.
물론 개옻도 약한 불에 데쳐 쓴맛을 제거하면 식용이 가능하다.
새순의 모습이나 잎차례가 깃털모양에 두장씩 마주나는 '우상복엽(羽狀復葉)'으로 거의 비슷해 옻나무끼리도 구분이 쉽지 않지만, 참죽나무와 가죽나무까지 섞어놓으면 웬만한 고수들도 멘붕이 된다.
하지만 아래의 포인트 두세 가지를 조합해서 찬찬히 비교해 보면 실전에서 요긴하다.
- 옻나무 잎은 톱니가결이 없어 매끈(참죽 / 가죽나무는 잎에 작은 톱니)
- 새순 잎줄기 색깔이 뚜렷하게 붉으면 개옻
- 참옻 수피는 점무늬반점, 아래쪽은 가로줄무늬
- 붉나무는 잎줄기에 날개가 있어 쉽게 구분됨
- 검양 / 산검양은 잎줄기가 아래로 처짐

(참옻 vs 개옻 vs 붉나무)
<옻나무 집안의 사촌 형제들>
- 참옻나무(Rhus verniciflura)
- 개옻나무(Rhus trichocarpa)
- 검양옻나무(Rhus succedaneum)
- 산검양옻나무(Rhus sylvestre)
- 덩굴옻나무(Rhus toxicodendron)
- 붉나무(Rhus chinensis)

(검양 vs 산검양 vs 덩굴옻나무)
<잎차례가 흡사하지만 먼 친척>
- 참죽나무
- 가죽나무
- 두릅나무
- 무환자나무
- 멀구슬나무
- 쉬땅나무
- 마가목
- 딱총나무
- 말오줌때나무
- 초피나무
- 제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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