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낙우송과 메타세콰이어 이야기 본문

반려伴侶Companion Story

낙우송과 메타세콰이어 이야기

Guanah·Hugo 2023. 2. 12. 09:37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침엽수가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가지가 여름이면 짙은 녹음, 가을이면 갈색의 단풍이 눈길을 잡아끌고, 겨울이면 날씬한 나목으로 따뜻한 풍경을 연출한다.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가 그 주인공이다.

 

하천변이나 가로수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 둘은 외모가 너무 닮아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 형제나 사촌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은 촌수가 다소 먼 육촌지간이다.

이들이 속해있는 낙우송과는 중생대 쥐라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집안이다.

그래서 이름에 솔(松, 송)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소나무와는 전혀 다른 독립된 집안이다.

낙누송은 장손으로, 메타세쿼이아는 단일 품종으로 달랑 혼자서 일가를 지키고 있다.

 

(낙우송 단풍  vs  메타세쿼이아 단풍)

 

일 년에 1m 이상 초스피드로 자라는 속성수인 데다 물을 좋아하는 생육 특성도 닮아 있어 더 헷갈리지만, 이들 둘을 쉽게 구분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 잎차례 : 마주나면 메타, 어긋나면 낙우송

- 수피 : 세로로 길게 벗겨지고 표면이 너덜너덜하면 메타, 다소 매끈하면서 조각조각 벗겨지고 눌러보아서 푹신푹신한 느낌이면 낙우송

- 열매 : 잔가지 중간쯤에 달리면 낙우송, 끝부분에 달리면 메타

- 뿌리혹(기근, 공기 뿌리) : 습지에서 자랄 경우 뿌리가 호흡을 위해 밑동 주변에 혹기둥처럼 불쑥불쑥 솟아나는데, 이것이 보이면 낙우송

 

(왼쪽 낙우송  vs  오른쪽 메타세쿼이아)

 

집안 역사가 오래된 나무인데 비해 이름이 영 생뚱맞은 녀석이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이다.

사연을 알아보니 꽤 복잡하다.

우선 "세콰이어(Sequoia, 본토 발음은 세쿼이아)"는 인디어 추장의 이름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중에서 유일하게 독자 문자를 갖고 있던 체로키 족이 신으로 추앙했던 추장이라 한다.

그들이 살고 있던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크고 오래 묵은 나무를 세콰이어라고 칭하며 숭배했다고 한다.

 

(낙우송 공기 뿌리)

 

그 후 20세기에 들어 식물학자들이 조사를 해보니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던 수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속명을 Sequoia로 붙이게 되었고, 현존하는 세계 최대 덩치의 나무에 걸맞게 "자이언트세콰이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 이후 다른 유사 수종이 발견되었는데, 덩치는 호리호리하지만 키가 115m로 세계 최대로 알려진 "레드우드세콰이어"이다.

이들 둘 간에는 유전적 형질이 차이가 있어 속명도 약간 다르게 붙여졌다.

레드우드세콰이아가 자라고 있는 북캘리포니아 국립공원 안의 정확한 위치는 지금도 비밀에 부쳐져 있다.

 

(자이언트세콰이어  vs  레드우드세콰이어)

 

흥미롭게도 이들 세콰이어 나무들이 수천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장수하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선불 때문이다.

침엽수들은 대부분 빛을 좋아해서 양수(陽樹)들이라 주변나무와의 일조량 경쟁에서 밀리면 소멸하게 되는데, 산불이 나도 혼자만 살아남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수피가 두터운 절연물질로 싸여 있어 산불에도 타지 않고, 가지가 지표면 수십 미터 위에서부터 나기 때문에 산불의 고온에도 치명적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속명)이 붙게 된 사연이 궁금해진다.

세콰이아 나무가 알려지고 난 이후 우연하게도 중국 허베이 성 깊숙한 골짜기의 강기슭에 수천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미국의 세콰이어와 매우 유사한 종류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라틴에서 "~이후"라는 뜻으로 쓰이는 "메타(Meta)"를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하바드대학의 아놀도식물원이 대량 번식에 성공해 전 세계로 묘목을 보급하게 되었다.

 

메타세쿼이아는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60 ~ 70년대 치산녹화 사업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일컬어지는 현진규 박사가 그 장본이다.

박정희 군사정원 당시 전국의 헐벗은 산야를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등용한 임업분야의 세계적 식물학자이다.

그는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 은사시나무, 이태리포푸라 육종뿐만 아니라 헐벗은 우리 산야애 적합한 수종들을 선택하고 증식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전쟁의 포화로 민둥산이 된 산과 들을 불과 2 ~ 30년의 짧은 기간에 온통 푸르게 바꾸어 놓은 사례는 전 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현진규 박사와 리기다소나무)

 

하지만 메타세쿼이아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계기는 좀 엉뚱하다.

십여 년 전 TV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이다.

주요 촬영지가 경기도 가평의 남이섬이었고, 주인공의 첫 뽀뽀 장소였던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진한 인상을 남겼다.

그 이후 지자체나 아파트 조경업체들이 앞다투어 메타세쿼이아를 심게 되면서 지금은 전국 어딜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종이 되었다.

 

<낙우송 / 메타세쿼이아 집안의 단출한 족보>

 

.................. 측백나무과

- 낙우송(Taxodium distichum)

-  물낙우송(Taxodium ascendens)

- 대머리낙우송(Taxodium distichum)

-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glyptostroboides)

- 레드우드세콰이어(Sequoia sempenvirens)

- 자이언트세콰이어(Sequoiadendron giganteum)

 

.................. 전혀 다른 집안, 낙엽 지는 낙엽수

- 낙엽송(일본잎갈나무, Larix kaempferi)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