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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와 전나무 이야기

Guanah·Hugo 2023. 2. 9. 23:24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한국 특산의 나무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사례가 두 가지 있다.

미스김라일락과 구상나무이다.

만약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면 초대박을 터트렸을 것이다.

아쉽게도 둘 다 우리가 수출한 것이 아니라 서양인에 의해 발견되고 학명 등록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스김라일락은 털개화나무(정향나무)를 개량한 것이지만, 구상나무는 원종 그대로 "Korean Fir"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알려진 대로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차지했던 자리를 일거에 석권해 버린 것이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키가 2m 이하로 어릴 때도 전나무 - 가문비나무에 비해 수형이 아담하고 콤팩트하다.

2) 잎끝이 뾰족한 전나무와 달리 뭉텅 해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잎이 회백색으로 늘어지는 가문비나무에 비해 쌩쌩해 보인다.

3) 가지와 잎이 적당하게 조밀해 장식물 매달기에도 적당하다.

4) 성장 속도가 소나무의 절반 정도로 느려서 판매 기간을 길게 늘릴 수 있다.

 

이상의 특장점과 상품성을 간파한 사람이 있었다.

1920년 당시 하버드대학 지원으로 세계 각국의 식물 표본을 조사하던 영국인 Ernest Wilson이었다.

그는 구상나무가 새로운 품종임을 학인 시키고 Abies koreana라는 학명으로 등록했다.

그가 시험재배한 구상나무의 표본과 씨앗은 불란서 선교사가 제주 한라산에서 채집해 보내 준 것이다.

이걸 뒤늦게 알게 된 일본인 식물학자 Nakai는 땅을 치며 아위워 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조선 반도를 이 잡듯 뒤져서 발견한 식물들에 모조리 자신의 이름을 학명에 붙일 정도로 욕심이 많았던 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특산 식물 527종 중에서 327종의 학명에 나까이 이름이 붙어 있다.

그냥 두었다면 훗날 한국인 누군가의 이름으로 등록되었을 것이다.

 

(푸른 빛깔을 띤 구상나무 열매)

 

이렇듯 구한말 함포 외교가 국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던 시기에 각국의 열강들은 식물 조사에도 일찌감치 눈을 떴던 것이다.

물론 영토 확장과 자원 수탈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암울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는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소나무과 밑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전나무' 집안은 전 세계적으로 50여 종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주로 서양에 분포하고 있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식구는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정도로 단출하다.

전나무 집안의 학명은 Abies(영어명 Fir)인데, "키가 크다"는 뜻이다.

 

(전나무숲과 전나무)

 

무엇보다 전나무 집안 식구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위로 곧추서서 달리는 솔방울 열매이다.

길쭉한 팽이 모양의 열매는 색깔도 갈색 - 푸른색 - 붉은색으로 변해서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결실하려면 10살 이상의 성목이 되어야 하므로 키가 너무 커버려 땅에서는 관찰할 기회가 그리 흔치 않다.

 

(열매비교 : 전나무 vs 구상나무 vs 분비나무)

 

종손인 전나무는 국내에서도 큰 산맥의 골짜기 부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북미나 서유럽의 광활한 숲에서 가장 흔한 나무 중의 하나로, 종이를 만드는 펄프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키가 50m에 이를 정도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오르는 모습이 남성적 느낌을 준다.

다소 습한 토양을 좋아하고 공해에 약해 조경수로는 적합지 않다.

이에 비해 구상나무는 15m 정도까지, 분비나무는 25m까지만 자라고, 잎끝이 날카롭지 않고 잎차례도 짧고 촘촘해 다소 여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구상나무는 해발 9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온대성 상록침엽수이다.

자생지는 한국이 유일한데, 지리산 - 태백산 - 오대산 - 설악산 - 정상부근에서도 볼 수가 있지만 가장 큰 군락지는 한라산이다.

특히 성판악과 영실 등반코스의 정상부근에서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한라산 자생지의 구상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원인을 조사해 보니 역시 기후변화 때문이다.

겨울 최저 기온의 상승, 강설량 감소, 봄철의 이상 고온 등에 구상나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초지  -> 관목 - 극양수 - 침엽수 - 활엽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숲의 천이" 과정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목)

 

어쨌든 구상나무는 자생지가 줄어는 들고 있지만 다행히 복원 사업과 증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멸종 위기까지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로 묘목이 재배되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와는 달리 구상나무는 삽목으로 뿌리가 잘 내리지 않아 주로 실생(씨앗)으로 번식을 한다.

그런데 수령이 12년 이상은 되어야 솔방울 열매를 맺기 때문에 씨앗 수급이 녹녹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긴 하다.

 

(구상나무 묘목 재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구상나무의 사촌뻘인 분비나무가 있다.

동북아 전역에서 자생하는데, 구상나무와는 유전적 형질도 비슷해 얼핏 보아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라면 솔방울에 돋아난 가시의 방향을 꼽는다.

아래로 숙이면 구상, 위로 치켜들면 분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변이가 심해 구분 기준으로는 부족하다.'솔방울의 색깔도환경에 따라 변이가 심하다.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야 되기는 하지만 가장 확실한 구분 포인트는 잎차례의 모양이다.

잎차례가 단정하면 두상, 다소 어수선하면 분비이다.

 

(구상나무 vs 분비나무)

 

전나무와 가까운 집안으로는 가지가 밑으로 처지고 솔방울이 위로 달리는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와 솔방울이 아래로 달리는 '가문비나무' 등이 있다.

 

<전나무 집안의 식구와 친척들>

 

전나무(Abies holophylla)

- 구상나무(Abies koreana Wilson)

- 분비나무(Abies nephrolepis)

- 일본전나무(Abies firma)

 

........................ 가까운 친척

- 개잎깔나무(히말라야시다, Cedrus deodara)

- 가문비나무(Pices jezoensis)

- 독일가문비나무(Picea abies)

 

.................................................

 

(개잎갈나무 vs 독일가문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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