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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香)나무 이야기

Guanah·Hugo 2023. 2. 7. 22:54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자신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혀 준다는 나무가 있다.

유교와 기독교의 중심사상인 "덕(德)과 애(愛)"의 실천을 몸으로 보여주는데, 이름에서 향기가 나는 향(香)나무이다.

 

향나무 향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약간 드라이하지만 오래 맡아도 싫증이 나지 않으면서 왠지 경건한 무드에 젖게 하는 그런 향이다.

어릴 적 향나무 연필을 깎으면서 맡았던 냄새, 차례상이나 빈소, 또는 대웅전 예불 때면 의례히 접하는 냄새가 향나무 향(香)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인의 영혼을 부르는 초혼향(招魂香), 극락으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영매향(靈媒香)이 되기도 한다.

 

측백나무 집안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향나무는 주목과 함께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 세상과 공존해 온 오랜 친구와 같은 나무이다.

수명도 매우 길어서 국내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老巨樹)들 중에서 은행나무 - 소나무 - 느티나무와 함께 대표적인 수종이다.

향나무는 두 가지 타입의 잎이 달린다.

어린 가지에는 끝이 뾰족한 바늘잎(針葉, 침엽), 오래 묵은 가지에는 뭉텅한 비늘잎(鱗葉, 린엽)이다.

물론 개량종 중에는 비늘만 달리는 품종도 있다.

통상 향나무는 나이가 열 살은 넘어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특이하게도 열매가 당해년에 익지 않고 이듬해 가을이 되어야 씨눈이 완전히 숙성해서 번식할 준비가 된다.

 

향나무 씨앗으로도 삽목으로도 번식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가을에 반숙지(半熟枝, 당해년에 자라 반목질화된 가지)로 삽목을 하면 이듬해 봄이 되어야 뿌리가 나온다.

씨앗은 더 어렵다.

8개월 이상이 걸리는 2단계 저온 처리를 해서 파종을 해야 발아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새가 열매를 먹고 배설한 씨앗은 곧바로 발아된다.

동물의 소화 기관에서 분비되는 특정 물질이 발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나무 중에는 이처럼 종자의 발아를 동물의 소화액에 의존하는 사례들은 남반구의 식물들에는 더러 많이 있다.

 

향나무를 심을 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반경 2km 이내에 배 - 사과 - 모과나무가 있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잎에 붉은 별 모양의 반점이 생기는 적성병을 유발하는 곰팡이의 기주 식물이 향나무이기 때문이다.

적성병은 대개 5월에 발생하는데, 예방 방제나 초기 방제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제법 무서운 병해이다.

 

예부터 향나무는 궁궐이나 사당, 산소, 동네 우물가 등에 주로 심었다.

정원수로는 그리 많이 보급되지 않은 이유는 수형 때문이다.

빛을 못 보는 안쪽의 가지가 쉽게 말라버리기 때문에 엉성한 모양이 되기 쉽다.

이러한 단점을 개량한 것이 '가이즈카향나무(일명 조형향나무)'이다.

이름 그대로 일본에서 건너온 품종이다.

가지와 잎차례가 나사처럼 꼬이면서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잎이 부드럽고 밝은 색을 띠며, 가지치기를 해주면 곁가지가 빨리 나와 수형 만들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조경에 들어가는 향나무의 대부분은 가이즈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본이 개량한 나무라하여 뽑아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나무에게까지 반일 감정을 인입해 배척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나무든 초화든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은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이다.

 

가이즈카향나무

 

긴 역사에 비하면 향나무 집안의 식솔들은 의외로 단출하다.

한국 특산도 두 가지 품종이 있다.

'섬향나무', '뚝향나무'가 그것이다.

섬향은 포복성, 뚝향은 수평으로 자라는 것이 특징인데,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들어 섬향나무를 개량한 '좀눈향나무', '황금좀눈향', 수형이 둥글게 자라는 '옥형', 그리고 은색의 잎이 특징인 도입종 향나무들이 조경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향나무 중에서 잎이 가장 부드러운 '진백(眞柏)'은 분재용으로 인기가 높다.

 

시계 방향 : 눈향나무, 좀눈향나무 / 황금좀눈향, 옥향, 진백

 

한편 향나무와는 육촌뻘로 나름 일가를 이루고 있는 '노간주나무'가 있다.

뾰족한 잎과 잎차례가 비슷해 얼핏 보면 잎갈나무와 헷갈리는데, 회백색으로 익는 열매 모양은 뚜렷이 구별된다.

노간주나무는 재질이 매우 질겨서 소의 코뚜레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서양에서는 노간주나무의 열매(juniper berry)로 칵테일의 주원료인 '드라이진'의 향미료를 만든다.

 

<향나무 집안의 족보>

 

향나무(Juniperus chinensis)

- 가이즈카향나무(Juniperus chinensis var kaizuka)

- 뚝향나무(앉은향나무)(J. chinensis var. horizontalis)

- 둥근향나무(옥향, Juniperus chinensis var. globosa)

- 눈향나무(Juniperus chinensis var. sargentii)

- 진백(Juniperus chinensis var. Shimpaku)

- 섬향나무(누운향나무, Juniperus procumbens)

- 좀눈향나무(Juniperus procumbens Nana)

 

..........도입종

- 연필향나무(Juniperus virginana)

- 블루애로우향나무(Juniperus virginiana 'blue Arrow')

- 스카이로켓향나무(Juniperus virginina 'Skyrocket")

 

--------육촌뻘

- 노간주나무(Juniper rig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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