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단풍나무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야. 긴 장마가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린 열심히 살았지? 초록에 감추어 두었던 내 맨 얼굴 어때? 작별의 선물이야!"
나무와 잎의 이별은 쿨하다.
매달리거나 징징거림도 없다.
약속한 시간이 되면 냉정하게 보내고 미련 없이 떠난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를 여위는 모습은 처연해서 더 아름답다.

나무와 잎이 만나는 모습인 오월의 신록(新綠)이 '설렘'이라면, 헤어지는 모습인 만추의 단풍(丹楓)은 '애잔함'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신록이 더 좋아지고, 사춘기 소녀는 단풍잎 하나 떨어져도 눈물이 나온다.

나무 중에서 낙엽성 활엽수들의 잎은 모두 단풍이 든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멋진 색깔을 보이는 나무를 단풍나무라 부른다.
그런데 왜 "단풍(붉을 단 丹, 풍나무 楓)"이라고 할까?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홍엽(紅葉)"이라고 부른다.
붉은 계통의 색깔이 가장 흔하므로 단(丹)과 홍(紅)이 들어간 것은 동일한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풍(楓)이라는 특정나무를 썼다.
이유가 참으로 아리송하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단풍나무들은 풍나무와는 전혀 다른 집안이고, 풍나무도 단풍이 멋지기는 하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외래수종이기 때문이다.

풍나무(대만풍나무) vs 미국풍나무
결론부터 말해 애당초 작명할 때부터 '풍(楓)'은 잘못 쓰인 것이다.
엄밀히 말해 진짜 단풍나무인 '축(㰗)'을 쓰는 것이 맞다.
헌데, 어감이 영 아니다.
차라리 바람 풍(風)으로 고쳐 단축(丹㰗) → 단풍(丹風)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상상력도 자극하고 운치도 있어 보인다.

(세계적 단풍 명소 : 내장산, 일본 교토, 뉴잉글랜드)
각설하고 단풍이 멋진 단풍나무(학명 Acer)는 전 세계적으로 160여 개 품종이 있으며, 국내에서만도 20여 개 품종이 자생한다.
햇빛과 물을 좋아해 주로 계곡 주변에서 잘 자란다.
소바닥 모양으로 잎이 갈라지고 잎의 수가 3 ~ 14장으로 매우 다양하다.
단풍은 가을에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크게 나야 멋지게 물이 든다.
유럽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단풍 구경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단풍 명소로 꼽히는 곳은 미국 북동부의 유잉글랜드 지방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이다.
특히 뉴잉글랜드의 단풍은 수종이 다양해 약 한 달가량 즐길 수가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는 보름 정도이다.

(단풍나무 수꽃 / 암꽃 / 암수꽃 혼재)
단풍나무는 특이하게도 암수딴그루이면서 수꽃과 암꽃이 한 나무에서 피기도 한다.
자가수정을 가급적 피하기 위해 암꽃과 수꽃은 시차를 두고 개화한다.
흡사 부메랑을 닮은 씨방이 빙글빙글 돌면서 바람을 타면 100m까지도 날아가는데, 헬리콥터의 날개 설계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단풍나무 열매)
토종 단풍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질기지만 줄기마다 길게 자라지 않아 목재로써의 가치는 다소 떨어져 주로 관상용으로 심는다.
흥미롭게도 단풍나무는 병충해에 강하지만 곰팡이가 침투해서 오래 묵으면 멋진 무늬가 만들어지는데, 고급 가구재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배양한 곰팡이를 주입시켜 기발하고 멋진 무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곰팡이균을 투입해서 만든 단풍나무 무늬)
자생 단풍나무 중에서 한국이 원산인 품종은 '당단풍나무', '섬단풍나무' 그리고 '복자기나무'이다.
그런데 당단풍의 경우는 굳이 중국을 의미하는 '당(唐)'을 붙여 작명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잎이 9 ~ 11장인 당단풍은 내한성이 강하고 겨울에도 잎을 매달고 있는데, 설악산을 비롯한 중부내륙 단풍나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다.
복자기나무는 막상 이름에 단풍이 붙어있지 않지만, 주황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단풍이 단연 압권이다.
흥미롭게도 복자기는 "단풍이 아름다운 전 세계 나무 톱 10"에 들어가 있는 유일한 단풍나무(Acer)이다.^^

고로쇠, 부게(산겨릅나무), 복자기
단풍나무집안으로 분류되는 잎이 다섯 장인 고로쇠나무와 부게나무(산겨릅나무)의 경우는 수액과 수피의 뛰어난 약효 때문에 매년 봄이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한편, 정원수나 공원 등에 관상용으로 심어져 있는 대부분의 단풍나무들은 일본왕단풍의 개량종이거나 교잡종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늘과 가뭄에도 강해 조경업체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흔히 보는 홍단풍이나 공작단풍도 그러하다.

<단풍나무 집안의 족보>
(자생종)
- 단풍나무(Acer palmatum, 5 ~ 7장)
- 당단풍나무(Acer pseudosieboldianum, 9 ~ 11장)
- 섬단풍나무(Acer takesimense, 11 ~ 14장)
- 신나무(Acer ginnaia, 3장, 오리발)
- 복자기나무(Acer triflorum, 3장 3출엽)
- 복장나무(-나도 박달, Acer mandshuricum, 3장 3출엽)
- 고로쇠나무(Acer pictum, 5장)
- 시닥나무(Acer tschonoskii, 3 ~ 5장)
- 산겨릅나무(Acer tegmentosum, 5장, 일명 - 부게꽃나무)
(외래종)
- 일본왕단풍(Acer palmatum var. amoenum)
- 중국단풍(Acer buergerianum, 잎 3장, 수피 너저분)
- 공작단풍(-세열단풍, Acer palmatum var. dissectum)
- 설탕단풍(Acer saccharum, 캐나다 국기)
- 은단풍(Acer saccharinum, 잎뒷면 흰색)
- 네군도단풍(Acer negundo, 3출엽)
- 청희단풍(Acer palmatum Thumb, 땅달보)
...... 다른 집안(잎 5장, 방울열매)
- 풍나무(- 대만풍나무, Liquidambar formosana)
- 미국풍나무(Liquidambar styraciflua)
...................................................................

시계 방향 : 은방울꽃나무, 풍나무, 단풍철쭉, 오구나무, 루브라참나무, 고로쇠나무, 검양옻나무, 니사, 꽃산딸나무, 글라브라붉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전 세계 나무 Top 10>
- 은방울꽃나무(Oxydendrum)
- 복자기나무(Acer triflorum)
- 풍나무, 미국풍나무(Liqudamber)
- 꽃산딸나무(미산딸나무, Cornus florida)
- 오구나무(사람주나무, Triadica)
- 루브라참나무(Quercus rubra)
- 검양옻나무(Rhus succedanea)
- 글라브라붉나무(Rhus glabra)
- 단풍철쭉(Enkianthus)
- 니사_시넨시스(Nyssa sine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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