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자작나무(樺, 화)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옷을 벗어야 더 멋진 나무가 있다.
하얀 피부, 곧게 뻗어 늘씬한 키, 흰 눈을 배경으로 무리 지어 서 있기라도 하면 자못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나무가 있다.
겨울 산의 귀부인 '자작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수피가 얇은 종이를 겹겹이 붙여 놓은 것처럼 벗겨지는데, 기름 성분이 많아서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궁이에 군불 감으로 좋지만, 호롱불 대신으로도 쓰였다.
혼례를 마친 신랑신부가 첫날밤을 밝히는 화촉(樺燭)의 '화(嬅)'가 자작나무 껍질이라고 한다.

자작나무는 추위에 매우 강하고 햇빛을 좋아하는 이른바 "극양수"이다.
그래서 자생지는 강원도와 북한의 양지바른 산 사면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조경수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이 심는 바람에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가 있게 되었다.
한대성 수종이다 보니 남부지방에서는 군락지를 잘 볼 수가 없는데, 대신에 수피색깔이 비슷한 '거제수나무'와 '샤스레나무'가 있다.
이 둘은 자작나무와 수피는 비슷하지만 수형이 곧지를 못해 관상가치가 좀 떨어진다.

물론 자작나무는 서양에서 더 보편적이다.
특히 북유럽과 시베리아, 북미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소나무보다 더 흔하게 접하는 나무이다.
사우나의 발상지인 핀란드, 서아시아 북쪽, 시베리아 대평원의 자작나무숲은 유명하다.
사춘기 시절 보았던 닥터지바고의 줄거리는 다 잊었지만 시메리아 설원에 펼쳐진 자작나무숲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자작나무는 용도가 다양했다.
수피를 벗겨 몇 장을 덧붙이면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종이 역할을 했다.
방수기능이 있어 활대를 감싸면 우중에도 활을 쏠 수가 있었다.
재질이 치밀하고 단단해서 집을 짓는 자재는 물론, 팔만대장경의 목판에도 쓰였다고 한다.
봄에는 달찌근한 수액이 나오는데 한방에서 약용으로 쓰였으며, 핀란드는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 성분으로 충치예방에 효능이 있는 껌을 개발해 대박을 쳤다.
러시아에서는 자작나무에서만 자라는 차가버섯을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항암 효과가 영지버섯을 능가한다고 한다.

(차가버섯 vs 자일리톨껌)
자작나무 꽃은 암수 한 그루인 자웅동주인데, 봄철에 꽃가루를 뿌옇게 날린다.
수정된 열매는 땅에 떨어지는데, 흥미롭게도 씨앗에 작은 날개가 달려 바람이 불면 주변으로 날아간다.
이를테면 씨앗을 홀씨로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 반경 내에서만 전파를 시킨다.
혹한의 기후에 적응하려면 서로 밀착해 군락을 이루어야 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와 외양이 거의 비슷해 얼핏 보면 혼동을 하는 나무가 있다.
바로 '은사시나무'이다.
과거 유신시절 빠른 산림녹화를 위해 우리 땅에 적합한 수종으로 개발했는데,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를 교잡한 품종이다.
잎의 뒷면이 회색이고 잎자루가 길어 바람이 불면 팔랑거리는 모습이라서 사시나무에 '은'자를 붙인 이름이다.
자작나무 수피에는 소눈깔 모양의 검은 무늬가 있다.
이에 비해 은사시나무는 성장이 매우 빠르며, 수피에는 주근깨처럼 마름모꼴의 작은 반점들이 있고, 잎모양도 약간 다르다.

(자작 vs 은사시)
자작나무과의 종갓집인 자작나무는 서구에서는 Birch라고 부르는데 30여 개 품종이 있다.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품종은 6가지이며, 수피에 검은 반점이 없이 순백색인 도입종 히말라야자작(일명 잭몬티자작나무)도 보급되어 있다.

(히말라야자작나무)
<한반도 자생 자작나무 품종>
-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
- 백자작나무
- 종이자작나무
- 황자작나무
- 좀자작나무
- 부전자작나무
· · · · · · 도입종
- 히말라야자작나무(잭몬티자작나무)
· · · · · ·· · · · · ·
'반려伴侶Companion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리나무 이야기 (0) | 2023.02.04 |
|---|---|
| 그대에게 바친다, 황새냉이(2월 3일 탄생화) 이야기 (0) | 2023.02.04 |
| 평범, 모과(2월 2일 탄생화) 이야기 (0) | 2023.02.02 |
| 참나무 이야기 Ⅱ (0) | 2023.02.01 |
| 참나무 이야기 Ⅰ (0) | 2023.02.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