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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이야기 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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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이야기 Ⅱ

Guanah·Hugo 2023. 2. 1. 08:50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소나무와 함께 참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대표적 나무이다.

난방과 취사를 위한 땔감, 참숯, 가구와 생활 도구, 표고버섯, 도토리 묵, 구황식품 · · ·

결핍의 시대를 찾아온 50대 이후의 중노년이라면 누구나 참나무에 대한 추억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나무는 소나무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후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수형이 평범해 정원수나 분재의 소재로서도 소외되고, 시인 묵객에게도 강한 영감을 주지는 못했다.

산림녹화를 할 때도 참나무는 일부러 묘목을 길러 심지도 않았다.

시쳇말로 비유하자면 참나무는 대표적인 "흙수저 수종"이다.

흙수저 특유의 근성으로 이 /당의 산야를 묵묵히 지켜 오고 있는 무던한 나무이다.

침엽수들의 배타적 속성을 상징하는 타감작용(他感作用)과는 정반대의 심성이다.

오로지 유일한 무기는 참을성이다.

참나무라는 이름에 "참을 줄 아는 나무"라는 의미도 포함된 것이 아닐까?

 

각설하고, 현존하는 지구상의 식물 중에서 참나무가 가장 성공적으로 자손을 번식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수정방법이다.

 

참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피는 소위 자웅동주(雌雄同株)이면서 자가수분(自家受分)을 한다.

꽃가루 매개자는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시에 대량의 수정을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참나무 성목 한 그루에 열리는 도토리가 적게는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에 이를 정도로 실로 엄청난 결실률을 보인다.

 

두 번째는 곤충과 동물과의 공생이다.

 

참나무에 의존해 살아가는 곤충이 50여 종이라고 한다.

몇몇 곤충들과는 공생관계를 맺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고, 나머지 곤충들은 서로 천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 특기할 만한 사례는 참나무 혹벌과 참나무 거위벌레이다.

얼핏 보면 녀석들이 참나무에 일방적으로 기생해 호의호식하는 얄미운 존재로 보이지만, 실상은 호혜적 관계이다.

혹벌에게는 새로 난 가지를 내주고 알을 낳고 집까지 지어 살게끔 배려해 준다.

혹벌이 지은 집은 흡사 꽃을 방불케 하는데, 이를 "충영(蟲癭)"이라 부른다.

또한 거위벌레는 도토리 열매에 알을 낳아 긴 턱을 드릴과 톱처럼 이용해 가지를 잘라 땅에 떨어뜨려 자기 애벌레의 양식이 되게 한다.

이때쯤이면 참나무 밑에 잘린 가지들이 수북하게 널브러진 모습을 목격할 수가 있다. 

 

혹벌과 거위벌레가 참나무에게 보답하는 것은 일종의 "산아제한" 역할이다.

마치 포도 농사에서 적과를 해주어야 포도송이가 튼실해지듯이 이들 곤충들이 그 일을 맡아해 주는 것이다.

모내기철과 겹치는 개화시기에 가물고 바람이 많이 불 경우는 수정률이 부쩍 올라가 도토리가 많이 열린다.

이때 곤충들이 부지런히 솎아내주지 않으면 열매 모두가 부실해져 자칫 허약한 자손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도토리가 요긴한 구황 식물이었던 이유로도 설명이 된다.

가뭄으로 곡식이 흉작이면, 도토리는 풍년이고 혹벌과 거위벌레는 더 바빠진다.

 

다음은 씨앗 전파를 위해 다람쥐와 청설모와도 공생한다.

녀석들이 도토리를 물고 가 겨울 양식을 위해 여러 군데 분산시켜 땅을 숨겨놓는 습상을 이용한다.

다행히 녀석들이 방치해 놓은 도토리들은 좋은 조건에서 발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세 번째는 그늘에 강한 활엽음수(闊葉蔭樹)이다.

 

활엽수 중에서도 참나무는 잎이 크고 넓으며, 특히 어릴 때 그늘에 강한 음수이다.

잎의 면적이 넓으면 광보 상점을 낮출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일조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광합성 공장을 돌릴 수 있다.

침엽수가 선점한 그늘진 숲에서 인고의 세월 보내며 성장한다.

참나무는 20살이 넘어서야 열매를 맺는다.

성목이 될 때까지는 오로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다.

바로 이점이 참나무가 숲의 천이(遷移) 과정에서 최종승자인 극상림(極相林)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림분포에서 참나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두 가지다.

땔감을 위한 남벌이 없어졌고, 솔잎혹파리와 소나무재선충의 피해로 소나무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산에서 "초지 - 관목 - 침엽수 - 활엽수"로 진행되는 "숲의 천이"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산불이나 무분별한 벌목 등의 외부 동인이 없다면 다시 숲은 초기 단계로 천이가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순환계의 최상위에 자리한 참나무의 낙엽이 쌓이고 쌓일 것이다.

이로운 미생물이 득실득실한 부엽토층이 점점 더 두꺼워질 것이다.

토양은 더욱더 비옥해지고, 건강한 생명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숲으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 60 ~ 70년대 헐벗은 산을 녹화하기 위해 전 국민이 나섰던 노력의 결과이며,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 사례이다.

우리는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다.

 

땡큐!  참나무, 비바!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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