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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근(球根, 알뿌리) 식물

Guanah·Hugo 2023. 1. 30. 20:19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식물이 번식을 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씨앗과 뿌리이다.

한해살이의 경우 개화 - 결실을 마치면 뿌리까지 고사하므로 전적으로 씨앗에만 의존한다.

하지만 여러해살이 식물들은 씨앗에 의한 자손 전파는 물론 뿌리가 계속 뻗으면서 개체수를 늘려간다.

 

그런데 뿌리 번식의 방법에서 다소 특이한 형태가 있다.

뿌리(혹은 줄기 뿌리)의 특정 부위에 영양을 비축해 두는 것인데, 주변 환경이 열악한 경우에도 싹이 틀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 카드로 활용하는 영리한 녀석들인 셈이다.

영양이 비축된 뿌리의 모양은 둥글거나 길쭉하거나 덩어리 형태 등 각양각색인데, 이를 통칭하여 "구근(球根, 알뿌리)"이라 부른다.

 

얼핏 보기에 씨앗과 구근은 비슷한 듯 하지만,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새싹이 돋아나 새로운 개체로 자라므로 "자기 완결적 조직체"라는 것만 동일할 뿐 아래의 점들이 다르다.

 

- 우선 수량 측면에서 씨앗이 구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달리 말해 씨앗은 확률로 승부하고, 구근은 자산으로 승부한다.

- 다른 개체의 꽃가루(유전자)가 섞이게 해 잡종 강세를 추구하는 씨앗과는 달리,

  구근은 부모의 유전 형질을 백 프로 그대로 이어받는다.

- 발아의 조건 중에서 특히 수분의 지속적 공급이 필수적인 씨앗과는 달리,

  구근은 자체에 수분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거나 물을 주지 않아도 온도만 맞으면 싹을 틔운다.

  빛의 유무도 따지지 않는다.

  일부 구근들의 경우는 보관 중에 구근이 바짝 마른 상태가 되더라도 스스로 물을 흡수해 싹을 틔우기도 한다.

 

식물을 길러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같은 차이점을 바라본다면, 씨앗보다는 구근이 훨씬 손쉬운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서 보관했다 다시 심어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구근식물은 아예 멀리하는 초보꽃님들이 여전히 많이 계신다.

하지만 구근식물은 길지 않은 한 시즌이기는 하지만 꽃이 매우 풍성하고 화려하다.

꽃꽂이를 해도 고급스럽다.

공원 등 대규모 화단에 초화를 배치할 때 구근식물의 비중을 많게는 30%까지 잡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구근은 왜 캐어서 보관해야 할까?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한 충분한 이유들이 있다.

 

- 내한성이 약해  그대로 두면 얼어 죽는다.

  (달리아, 글라디올러스, 프리지어, 아네모네, 라넌큘러스, 카라, 아마릴리스 등)

- 쥐 나 고라니가 냠냠해 버린다.

  녀석들에게는 대박 특식이다.

- 장마철에 썩어버릴 수 있다.

  특히 배수가 불량할 경우 그러하다.

- 번식을 하거나 솎아주기를 하려면 어차피 캐어야 한다.

  그대로 두면 이듬해 너무 조밀하게 싹이 올라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구근의 수명도 단축된다.

 

 

구근식물들은 알뿌리에 저장해 둔 영양을 최대한 활용해 꽃을 피우고 씨앗도 맺는다.

꽃이 지고 난 이후에도 광합성 공장을 계속 가동해 일정기간 동안은 새끼 구근을 낳고 기른다.

임무를 마친 잎은 점차 사그라진다.

그때까지는 물을 주어야 하는 이유이며, 또한 구근을 캐야 하는 시기이다.

통상적인 기준점은 장마철 이전과 첫서리 직전이다.

 

<구근의 생육형태별 분류>

 

- 소모성 Bulb : 자구를 만들고 모구는 빠르게 소멸

  (튤립, 수선화, 히야신스, 알리움, 백합, 무스카리, 실라, 스노드롭 등)

- 반소모성 Corm : 자구를 만들고 모구는 점차 소멸

  (프리지어, 글라디올러스, 크로커스, 크로커스미아 등)

- 비소모성 Tuber : 자구를 만들지 않고 지하줄기에서 새로운 구근이 생김

  (아이리스, 칸나, 은방울꽃, 생강 등)

 

캐어 낸 구근을 보관하는 방법은 씨앗과는 다르다.

씨앗의 경우는 "냉건암(冷乾暗)"이 기본 원칙이지만 구근은 종류에 따라 보관 방법이 약간씩 달라진다.

이를테면 통풍이나 적절한 습도 유지가 필요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말려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일일이 다 외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왜? 노자 형님이 일갈한 "도법자연(道法自然)" 즉, 모든 해답은 자연에 있다.

요컨대 식물이 자연에서 겪게 되는 일련의 상황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어 주면 된다.

가령 봄에 개화하는 프리지어의 경우를 보자.

구근을 캐어 곧바로 냉장고에 보관하면 이듬해 꽃을 보지 못한다.

왜 그럴까?

계절의 순환을 감지하지 못해 계속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기간 더운 여름 날씨를 겪어야 구근이 꽃눈을 준비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 번거로운 것들을 몰라도 된다.

유통 판매되는 모든 구근은 이미 그러한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심으면 된다.

 

구근을 보관했다가 심는 시기는 둘로 나뉜다.

봄철에 개화하는 녀석들은 가을에 심어야 하고, 여름 / 가을에 개화하는 녀석들은 봄에 심는다고 보면 된다.

이름하여 "춘식(春植) 구근"과 "추식(秋植) 구근"이라 부른다.

이 또한 시시콜콜 외울 필요가 없다.

꽃이 피는 시기를 기준으로 구분하면 된다.

통상 노지식재를 기준으로 춘식은 4월 ~ 6월, 추식은 9월 말 ~ 12월 초이다.

 

- 춘식구근 :

  백합, 글라디올러스, 칸나, 달리아, 구근베고니아, 카라, 아마릴리스, 아마크리넘, 오니소갈룸, 글로리오사, 글록시니아, 여름(상사화, 꽃무릇) 등

 

- 추식구근 :

  튤립, 수선화, 알리움, 프리지어, 히야신스, 무스카리, 크로커스(사프란), 스노롭, 스노플레이크, 실라, 독일붓꽃, 아네모네, 라넌큘러스, 익시아, 치노독사, 블루벨, 콜치쿰, 네리네, 까마시아, 시클라멘, 알스트로메리아, 왕패모, 구근아이리스, 옥살리스, 애기범부채, 연꽃, 자란, 나도샤프란, 꽃울금, 리아트리스, 작약, 둥굴레, 너도바람꽃, 뚱딴지 등

 

구근을 심는 깊이도 종류별로 다르다.

물론 이 또한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다.

그냥 퉁쳐서 "구근의 크기(키높이 또는 직경)의 2배 정도 이른바 통빡법칙(Rule of Thumb)"을 따르면 된다.

조금 깊거나 얕아도 구근이 알아서 적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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