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박주가리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내 이름이 좀 촌스러운 거 알아요. 꽃도 별로 안 이쁜 것도 알아요. 아무 데나 휘감고 타고 올라간다고 예의 없다 구박받는 것도 알아요."
"좀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가사리 닮은 꽃이 여름 내내 신선하고 달콤한 향기를 선물하잖아요. 씨방 속의 하얀 솜뭉치를 가을바람에 날려 보내는 모습은 민들레 홀씨(겹씨) 보다 더 예쁘지 않나요?"
주변 어디서든 흔하게 만나는 덩굴이 '박주가리'의 독백이다.

지방에 따라 "박조가리, 새밥, 개수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박주가리는 협죽도 집안에서 어엿한 종갓집으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름의 어원은 열매가 흡사 박이 쪼개지듯이 벌어진다 하여, "박쪼가리 ⇒ 박초가리 ⇒ 박주가리"가 되었다 한다.

벌어진 씨방 안에는 수백 개의 씨앗들이 빼곡히 들어있는데, 씨알마다 깃털 낙하산을 달고 있어 바람에 실려 멀리까지 날아갈 수가 있다.
박주가리의 씨방 속 깃털은 목화 무명천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전인 조선시대 초까지만 해도 방한용 옷을 짓는데 요긴하게 쓰였다고 한다.
아울러 씨방이 여물기 전의 풋씨앗은 개구쟁이들에게 오들오들하고 고소한 식감의 간식거리이기도 했다.

줄기를 자르면 흰색 즙액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 흰 즙의 독은 기발한 용도로 쓰이는데, 노린재나 왕나비의 애벌레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이 흰 즙을 먹는다고 한다.

(시계 방향 : 덩굴손, 줄기손, 잎자루손, 빨판, 공기뿌리, 가시)
박주가리는 덩굴손이 따로 없이 줄기만으로 주변의 물체를 휘감고 뻗어간다.
물체에 닿는 부분과 반대쪽의 세포 성장 속도를 달리해서 줄기가 구부러지게 한다.
이 같은 성질은 특히 덩굴손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덩굴손의 성장 속도는 줄기에 비해 약 200배 정도 빠르다.
수세미나 가시박의 경우, 감는 모습이 육안으로도 확인될 정도인데 한 바퀴 감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덩굴이 감고 올라가는 방향은 칡과 등의 "갈등(葛藤)"이 대표하듯이 식물마다 다르다.
흥미롭게도 덩굴 식물의 90%는 시계 방향, 즉 왼손잽이다.
나머지 8%가 오른손재비(반시게방향)이고, 양손재비는 2%이다.

(시계 방향 : 백하수오, 적하수오, 이엽우피소, 박주가리)
덩굴 식물이 덩굴을 뻗는 방법에도 3가지의 유형이 있다.
- 덩굴손 : 호박, 오이, 수세미, 완두, 포도, 청미래덩굴, 풍선덩굴
- 줄기손 : 박주가리, 마, 등, 칡, 나팔꽃, 인동덩굴 등
- 잎자루손 : 으아리, 사위질빵, 배풍등, 노박덩굴
- 빨판/공중뿌리 : 담쟁이덩굴, 마식줄, 능소화
- 줄기의 가시 : 며느리배꼽, 환삼덩굴

몇 년 전 박주가리의 사촌뻘인 백하수오(白何首烏)가 흰머리를 검게 바꿀 정도로 정력에 좋다는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관련 건강식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급기야 외양이 비슷한 이엽우피소(넓은잎큰초롱)로 만든 유사품 파동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덩달아 박주가리도 정력제로 과대포장 되는 바람에 씨가 마를 정도로 귀해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박주가리 집안의 족보>
............(사촌뻘)
- 박주가리
- 왜박주가리
- 흑박주가리
- 덩굴박주가리
............(육촌뻘)
- 고백하수오(백수오, 큰초롱)
- 이엽우피소(넓은잎큰초롱)
- 가는털백미꽃
............(먼 친척)
- 적하수오(척수오)
박주가리의 향명(鄕名, 지방 이름)
- 새밥 : 경북 경주 / 달성 / 구미 / 성주 / 영천 / 경산
- 새박아시 : 대구
- 새쪽박 : 강원 평창
- 쪽박 : 강원 양구
- 사마귀 : 경북 영양 / 청송
- 새쭉삐쭉 : 걍원 평창
- 사바구 : 경북 예천
- 해박쪼가리 : 충남 부여
- 새조가리 : 경남 함안
- 생이족벽 :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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