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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식물(空中植物, Air Plant)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흙이 없어도, 뿌리가 없어도, 거꾸로 매달려서도 살아가는 식물이 있을까?
기본 상식을 뒤집는 엉뚱한 질문 같지만 놀랍게도 대답은 "예스"이다.
이름하여 "공중식물(Air Plant)"이다.
틸란시아, 디시디아, 립살리스, 박쥐란 등이 그 주인공인데, 생존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흙과 뿌리가 아닌 공중의 공기(air)를 통해 흡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계 방향 : 틸란시아, 디시디아, 박쥐란, 립살리스)
물론 공중식물에도 뿌리는 있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물체를 붙잡기 위한 고박용(固縛用) 밧줄 역할만 할 뿐이다.
그래서 뿌리를 잘라내어 아무렇게나 던져놓아도 전혀 지장 없이 살아갈 수가 있다.

(트라이콤의 구조)
이러한 신기한 능력의 비밀은 잎의 표면에 빽빽하게 돋아나 있는 흰색 털모양의 섬모에 숨어있다.
"트라이콤(trichome)"이라 불리는 이 미세 조직이 흡사 뿌리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목이 마를 때는 양쪽 팔을 깔때기처럼 펼쳐 신호를 보낸다.
이윽고 비가 오거나 이슬이 맺히면 잎의 조직으로 연결되는 수문을 열어 내부로 들여보낸다.

공중식물의 특이점은 또 있다.
광합성의 방법이 일반 식물과는 다르다.
강수량 예측이 어려운 곳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은 환경에 적응하려면 수분 증발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낮에는 기공을 닫고, 밤이 되면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즉석에서 이용가능한 액체 상태로 저장해 놓는다.
이때 미세 먼지나 유해 독성 물질들도 함께 흡수한다.
그리고 낮 시간에는 미리 저장해 놓았던 이산화탄소와 물과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어 낸다.
산소는 호흡에 이용된다.
호흡작용에 의해 영양분은 에너지로 바뀌어 잎 - 줄기 - 뿌리 로 보내어진다.
이때 쓰다 남은 수분은 호흡(증산) 작용에 의해 수증기 형태로 바뀌며, 밤시간에 기공을 통해 배출한다.
즉, 밤에는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공급 외에도 공중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집 내부에 식물을 배치할 때 거실에는 잎이 넓은 관엽식물, 침실이나 화장실에는 다육 식물 또는 공중 식물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합성 방식 비교와 대표 식물)
이를 전문 용어로 "CAM 광합성"이라 부르는데, 공중 식물뿐만 아니라 선인장이나 산세베리아, 파인애플처럼 잎이 두툼한 다육 식물들이 보이는 공통적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공중식물 - 다육식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또 있다.
바랭이, 비름, 질경이, 방동사니, 소리쟁이 등 주로 잡초로 분류되는 풀들도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일부 벼과 집안의 초본이 그들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이른바 "C4 광합성"이다.
이는 다육이나 공중 식물들이 하는 CAM 광합성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핵심 원료를 미리 저장해 놓고 공장을 가동하는 기본 개념에서는 동일하다.

(엽록 세포와 얼음의 결맞음 비교, 생물 전지 개념)
대부분의 일반 식물들을 'C3"라 불리는 방식으로 광합성 공장을 돌린다.
낮에는 가동하고 밤에는 호흡만 하는데, CAM이나 C4 방식에 비해서는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즉 연비 측면에서는 인간이 만든 그 어느 내연 기관보다 월든 하다.
빛의 파동성(波動性)과 엽록 세포의 결맞음(coherence) 구조를 활용하는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한 무공해 고효율 '생물 전지(Bio Fuel Cell)'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첨단 과학의 발전도 그 지향점은 자연에 두고 있어 '도법자연(道法自然)'의 또 다른 사례가 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따로 저장했다가 사용하게 되면 광합성의 효율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생육이 빠르고 건조에도 매우 강하게 된다.
아무리 가물어도 잡초는 끄떡없고, 메마른 땅에서도 강냉이는 쑥쑥 잘도 크는 이유이다.
만약 벼와 밀과 같은 곡물류 초본들에게도 이러한 특성을 갖게 한다면 인류의 식량 부족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실제로 전 세계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협업하고 있는 국제미작(米作) 연구소(IRRI)의 핵심 연구 테마이기도 하다.
지구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만큼 단위 작물로는 중요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연간 3 모작이 가능해 육종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후가 필요하기 때문에 필리핀에 소재하고 있으며, 구내에서도 여러 명의 연구원들이 상주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기후에 맞는 수백여 가지의 벼 품종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날 우리의 보릿고개를 해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통일벼도 IRRI 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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